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default_nd_ad1

'아래아한글' 때문에 액티브엑스 퇴출 어렵다

기사승인 2017.10.18  00:55:10

공유
default_news_ad2

- 정부 온나라시스템과 아래아한글, 액티브엑스의 '삼각동맹'

액티브엑스(ActiveX) 퇴출은 역대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내걸었던 공약이다. 문재인 정부도 2020년까지 공공분야 웹사이트에서 액티브엑스를 모두 제거한다는 방침이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에서 아래아한글을 퇴출시키고 개방형 문서포맷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두 사건이 사실은 복잡하게 얽혀있다. 한국의 대표적 문서작성 프로그램인 '아래아한글'과 인터넷익스플로러의 유물 '액티브엑스'는 어떤 이유로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일까. 문재인 정부는 공약을 이행할 수 있을까? 이 기사에서는 아래아한글의 특수성과 공공기관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 배경, 그리고 액티브엑스와 관계를 살펴보고 그 퇴출 가능성에 대해 팩트체크한다. 

 

1. 아래아한글의 역사

아래아 한글 1.2 패키지(아래는 5.25인치 디스크)

ᄒᆞᆫ글 (이하 아래아한글) 1.0 버전은 2013년 8월 등록문화재 제564호로 지정된 문화재이다. 그런데 문화재 등록 당시 1.0 버전으로 알려진 저 패키지가 1.2 버전으로 확인되어 2016년 등록문화재 등록이 말소됐다. (혹시나 1.0 버전 패키지를 가지고 계신분이 있다면 문화재청으로 연락을 주시기 바란다.)

문화재로 등록될만큼 아래아한글은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 그리고 정보화 진흥 측면에서 기념비적 제품이다. 1988년에 이찬진·김형집·우원식 등 서울대 컴퓨터 동아리 선후배가 모여서 만들기 시작하여 1989년에 버전 1.0이 완성됐다. 이들은 1990년 한글과컴퓨터 회사를 설립하여 판매를 시작하였다.

이찬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와 부인 김희애씨 결혼발표 당시

탤런트인 김희애씨의 남편이기도 한 창업자 이찬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는 1998년 외환위기 사태와 불법복제 난립으로 인하여 회사를 매각했다.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지금은 순수 소프트웨어매출만 연 1000억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글과컴퓨터(한컴) 매출액 추이 : 출처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외하고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국어 오피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 정보화 주권 측면에서 중요한 것이며 공공정보화와 정부 업무시스템의 고도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 공공기관 아래아한글 사용은 독점 지원?

정부 및 공공기관은 주요 업무 소프트웨어중 중 프레젠테이션과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와 엑셀을 주로 구입해 사용중이다. 반면 워드프로세서는 한컴의 아래아한글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양사는 워드-한워드, 엑셀-한셀, 파워포인트-한쇼라는 오피스 대응 제품군으로 경쟁하고 있다. 2016년 매출 기준으로 보면 MS 오피스 대비 한컴오피스의 시장점유율은 약 25%다. 한컴오피스의 공공부문 (정부+교육기관+지자체) 매출은 한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참고로 국내 오피스소프트웨어 시장규모는 2016년 기준 약 4000억원이다. (자료)

마이크로소프트의 MS 오피스는 전세계 오피스 소프트웨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실질적인 시장표준(De-Facto)이자 독점적인 위치에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워드프로세서만큼은 한컴에게 선두자리를 내준 상태다. 그렇지만 워드와 파워포인트, 엑셀 세가지 제품을 오피스 소프트웨어 패키지로 묶는다면 한컴은 독점적 지위에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컴의 아래아한글은 공공기관에서의 높은 사용율때문에 비판받는 경우가 많다. 주요 공공문서가 아래아한글 파일(HWP)로 작성되기 때문에 이들을 상대하는 민간에서도 아래아한글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HWP 파일은 과거에는 호환성이 약했으나 최근에는 MS워드는 물론 국내 인프라웨어의 폴라리스오피스와도 호환되고 있어 아래아한글의 정부 독점에 대한 비판은 상대적으로 잦아들었다.   아래아한글은 개방형문서 표준 포맷인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기반 OWPML 과 ODF(Open Document Format)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프로그램을 써도 HWP 파일을 열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문서프로그램이 호환됨에도 아래아한글의 사용비율이 높은 것은 오랜기간 공공부문 문서 자원 자체가 HWP포맷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아래아한글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아래아한글이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실질적인 시장표준으로 락인(Lock-In)되어 있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3. 개방형 문서포맷에 대한 오해

같은 문서를 MS오피스, Open Office, 애플의 iWork 그리고 한컴오피스에서 열었을 때 모두 똑같이 보여야 호환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는 개방형 문서 포맷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오해들 때문에 아래아한글만 지원하는 공공부문에 개방형 문서포멧인 OOXML이나 ODF를 도입해서 아래아한글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위에 사진을 보면 개방형 문서 포맷을 가진 문서를 오피스 제품군이 각기 다르게 보여주고 있다. 모두 개방형 문서 포맷을 지원한다고 얘기하는데 왜 같은 문서가 각기 다르게 보여질까?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는 개방형 문서 포맷인 ODF(Open Document Format)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안하여 국제 표준이 된 OOXML(Office Open XML) 등은 플랫폼에 상관없이 데이터 교환과 통신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와 속성 그리고 표현방식을 분리하여 HTML처럼 기계와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규약이다. 오직 오피스 소프트웨어간에 문서 교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차이는 화면의 표현방식이 소프트웨어 제조사의 독자적인 기술에 해당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예를 들면 어떤 제조사는 2D 도형 그리기만 지원할 때 다른 제조사는 기술 개발을 통하여 음영과 3D 도형 그리기를 지원한다고 가정하자. 문서상에 도형을 그려 넣을 경우 같은 개방형 문서 포멧이라도 서로 다르게 보일 수 있는데 이러런 것까지 표준화시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개방형 문서 포맷은 문서 안의 데이터(내용) 호환을 보장하지만 그 표현까지 100% 보장할 수는 없다. 오피스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완전히 동일하게 문서를 재현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정부가 개방형 문서 포맷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 개방형 문서 포맷을 다루는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무지이다. 아래아한글의 문제점은 다른 곳에 있다.

 

4. 아래아한글과 액티브엑스의 '카르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기되는 공공기관의 문서 호환을 위한 아래아한글 퇴출 문제 그리고 액티브엑스 퇴출 문제는 사실 별개의 문제 같지만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무현 정부 이후 문재인 정부까지 지속적으로 공약되었던 액티브엑스 퇴출문제가 아래아한글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액티브엑스 퇴출의 가장 큰 난관은 정부 및 공공기관의 가장 중요한 기간계 업무 시스템인 '온나라 시스템'과 아래아한글의 연결방식에 있다. 온나라 시스템의 전체적인 모습은 다음과 같다.
 

'온나라 시스템(On-nara Business Process System)'은 참여정부의 시스템 혁신을 위한 노력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2004년 11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서 'e知園'(이지원)이라는 이름의 자체적인 업무관리시스템이 첫 선을 보인 이후, 2005년 7월 행정자치부는 이지원을 근간으로 기능분류시스템 등을 연계·통합한 'HAMONI(통합행정혁신시스템)'를 개발운영하였다. 이 시스템은 2006년 4월 기획예산처, 과학기술부, 건설교통부, 해양경찰청, 대통령경호실, 정보통신부 등 6개 부처의 시범운영을 거쳐, 2007년 1월부터 온나라라는 이름으로 54개 부처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28일 정부중앙청사 별관 3층 국제회의장에서 중앙행정기관장을 대상으로 한 온나라 시스템 학습행사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온나라”시스템의 기본 개념도

위 도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 및 유관 부처와 각 공공기관의 업무는 문서에서 시작해서 문서로 끝나며 '기안기'라는 문서기반 전자결재 시스템이 중요한 의사결정 시스템임을 알 수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온나라시스템 도입 이전부터 아래아한글을 주요 워드프로세서로 사용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문서가 HWP 파일 형식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웹기반 결재시스템도 HWP파일 형식을 지원해줘야 업무의 효율성이 대폭 올라가게 된다. 이미 정부에 납품된 개인용 PC에 설치된 아래아한글을 웹페이지상에 불러들여 전자 결재기(기안기)를 쉽게 이용하기 위해 사용된 기술이 바로 '액티브엑스'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미 돈을 내고 사용중인 개인용  아래아한글 PC 버전을 액티브엑스를 사용하여 웹페이지로 불러들임으로서 추가적인 비용 없이도 오피스 수준의 편집 기능을 가진 기안기를 쉽고 빠르게 구축할 수 있었다. 한컴은 문서작성 뿐 아니라 정부의 업무시스템까지 아래아한글에 고착시킬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이다. 

특별히 아래아한글이 필요하지 않던 유관부처라 할지라도 전자결재 기안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대로 아래아한글을 구매하여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쓰지도 않는 아래아한글을 정부기관에 확산시키는 효과까지 가져오게 되었다.
전세계에서 전자결재를 위하여 특정회사의 문서작성용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통째로 웹페이지에 연동하여 쓰는 나라는 추정컨데 우리나라 밖에 없을 것이다.

도입 당시에도 다양한 웹기반 소프트웨어가 있었는데 굳이 아래아한글을 연동했던 이유는 내용보다는 형식과 꾸미기에 집중하는 '보여주기식 업무 처리방식'이 한 몫한 것으로 추측된다. 단순한 문서 위주였다면 txt 파일만 지원해도 충분했을테니 말이다. 

다음 도표는 기존 온나라 시스템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클라우드 방식의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현재 정부 노력을 보여준다.

기존 온나라 시스템과 개방형 플랫폼인 클라우드 온나라 시스템의 차이
출처 : http://www.urpsys.com/new/main.jsp?mainGbn=menu&menuGbn=business

액티브엑스를 사용하지 않고, 아래아한글 기안기를 사용하지 않는 클라우드 온나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이명박, 박근혜 정부때도 있었지만 아직 시범단계이며 중앙부처에는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2017년 정부기관의 발주사례들을 보면 상황을 유추할 수 있다.

아래는 2017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의 그룹웨어 업그레이드 추진 계획의 일부 내용이다. 

전 직원이 전자결재 시스템에  접근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아래아한글 업그레이드를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MS오피스보다 아래아한글 업그레이드를 위한 구매수량이 6배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전 직원이 아래아한글로 문서작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주로 문서작업하는 인원은 MS오피스 구매숫자만큼일 것이다. 아래아한글이 액티브엑스방식으로 연동된 전자결재 시스템 사용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개선안에는 Non-ActiveX환경이 특징이라고 하였다. 얼마 전 은행권에서 액티브엑스 사용을 줄인다고 확장자만 바뀐 exe 포맷의 플러그인을 설치하도록 한 경우와 유사한 '조삼모사'가 아닐 수 없다.

다음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7월 행정자치부의 “온나라 문서 2.0 확산 및 고도화” 관련 발주서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여전히 액티브엑스를 사용하지 않고 아래아한글을 일일이 사용자에게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웹기안기는 파일럿개발 수준이다. 그런데 지원되는 포맷에는 또 HWP가 들어가 있다.
이는 결국 한글과컴퓨터가 자사의 PC용 아래아한글을 웹버전(클라우드버전)으로 전환 개발하여야 하는데 여전히 아래아한글 PC용 설치버전의 기능이나 문서 호환 수준을 넘을 수가 없어 몇 년째 파일럿 개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기존 대부분의 문서들과 전자결재를 통해 생성된 20년동안의 문서들이 기본적으로 HWP파일 기반이라 과거 문서 자료들을 새로 개발될 웹기안기에서 100% 호환되도록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개발중인 전자결재 기안기의  HWP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과연 액티브엑스를 통해 연동되어 있는 아래아한글을 제외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5. 액티브엑스 정부 업무시스템에서부터 제거해야 

일반인이 공공기관 웹사이트를 이용하려면 기본적으로 3-4개 액티브엑스를 설치하여야 한다. 정부기관의 업무용 시스템 역시 액티브엑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일반인이 이용하는 공공기관 웹사이트가 내부적으로는 전자결재 시스템 포함해서 정부 기관의 업무시스템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먼저 그 핵심인 정부 업무시스템에서의 액티브엑스 퇴출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정부기관 업무용 시스템의 근간은 아래아한글 기안기를 중심으로 하는 전자결재 시스템이다. 정부의 문서 자산 기본 포맷을 HWP에서 다른 것으로 완전히 전환하지 않는 이상 액티브엑스를 제거하는 것은 관행에 비추어 볼 때에 불가능하다.

현재로서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 아래아한글 PC용 버전으로 만들어진 문서와의 호환성 부족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HWP 포맷을 지원하는 웹기안기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만들어지는 정부 내 문서 자산의 기본 포맷을 웹기반 환경에 적합한 형식으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

몰론 도입과정에는 많은 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문재인 정부가 최종적으로 희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지 않고는 액티브엑스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지윤성 팩트체커 saxoji@newstof.com

<저작권자 © 뉴스톱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지윤성 팩트체커  saxoji@newstof.com    최근글보기
드론/자동차/카메라 등 대한민국 남자라면 좋아할 아이템들에 관심이 많은, 게임-소프트웨어-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회사의 창업자 및 임원을 지내며 정보격차 없는 낭만적인 IT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default_nd_ad6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