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사격' 안하면 당나라 군대? 교전수칙 확인해보니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11.1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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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최근 벌어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북한군 귀순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응사격도 없고 우리 군대 믿어도 되냐”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류 최고의원의 주장이 타당한지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YTN 뉴스 화면 캡처

류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게시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믿어지나요? 대한민국이 미스터리한 국가로 바뀌고 있네요. 흥진호도 흐지부지 그냥 넘어가더니. 대응사격 없이 포복? 군대 안다녀온 내가 봐도 이상하네요! 우리 군대 믿고 잠자도 되나요? 당나라 군대인가요? 아니면... 주적이 누구인지 몰라서? 인가요? 흥진호도 이번 JSA사건도 설명좀 해주세요!”

그리고 글과 함께 뉴스1의 <北 귀순상황서 40여발 총격…우리軍 왜 대응사격 없었나?>라는 제목의 기사와 채널A의 <15분 무대응, 25분 포복>이라는 제목의 기사이미지를 첨부했다.

이번 JSA 북한군 귀순 사건 현장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13일 오후 3시 경 판문점 내 군사분계선(MDL) 북쪽에서 북한 병사 1명이 지프를 타고 MDL로 접근하는 모습과 북한군 3명이 다급히 뛰어가는 모습이 우리 초소의 관측에 잡혔다. 지프가 배수로에 빠져 움직임이 불가능하자 지프를 운전했던 병사는 남쪽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뒤쫓아 온 북한군 4명이 그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16분 뒤 상황이 잠잠해지고 MDL 이남 50m 부근 우리 쪽 구역에서 움직이지 않는 북한군 병사를 열상감시장비(TOD)가 찾아냈다. 4분 뒤 한국군 대대장은 간부 2명과 함께 낮은 포복으로 접근해 귀순자의 신병을 확보했다.”

 

JSA는 유엔사령부 관할로 미군 통제 받아

사건이 일어난 JSA(Joint Security Area : 공동경비구역)은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특수지역으로, 비무장지대는 일반적으로 ‘국제조약이나 협약, 협정에 의하여 무장이 금지된 완충지대’를 칭한다. DMZ(Demilitarized Zone)로 약칭된다. JSA는 한국의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과 북한의 개성직할시 판문군 판문점리에 소재한다. 판문점은 이 지역의 이름이며 공식명칭이 공동경비구역(JSA)이다.

비무장지대에 대한 남과 북 상대방의 출입은 제한적이지만 양측이 공동으로 경비하는 공동경비구역은 비무장지대 내 특수지역으로 양측의 허가받은 인원이 출입할 수 있다. 이 구역 내에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시위원단이 있으며, 한국전쟁 후 군사정전위원회 유엔사령부 측과 공산 측(북한, 중국)이 군사정전위원회 회의를 원만히 운영하기 위해 1953년 10월 군사정전위원회 본부구역 군사분계선 상에 설치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쟁 휴전협정문)

공동경비구역은 휴전선 155마일 중 한국군과 미군으로 구성된 유엔사령부 경비대대가 북과 함께 관할하는 유일한 지역이다. 경비 책임은 한국군에 있지만, 무력 사용은 유엔군을 대표해 미군의 통제에 따른다. 즉, 대응사격은 미군이 결정할 수 있다.

 

유엔사 교전수칙상 한국군 향한 총격만 대응 가능

따라서 교전수칙도 한국군의 교전수칙이 아닌 유엔사의 교전수칙에 따른다. 유엔사의 교전수칙은 1953년 주한 유엔군사령부가 제정한 것으로 정전협정에 따라 우발적인 총격전이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각 상황에 대처하는 것에 대하여 단계별로 규칙을 정해둔 것으로 한미 양국 모두의 소관사항이다.

교전규칙은 2급 비밀로 분류되어 있으며 기본적으로 자위권 발동차원의 대응을 원칙으로 하며 각 군은 이를 준용하여 군의 특성에 맞는 작전예규를 운용하고 있다.

육군의 경우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면 경고방송 후 신원을 확인하게 되는데 만약 북한군이 이에 불응하거나 도주하면 사격을 가한다. 또 상대방이 선제공격을 하면 일선지휘관이 자체 판단에 따라 자위권을 발동하게 된다.

국군 교전수칙은 응징에, 유엔사 교전규칙은 상황관리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비무장지대에서의 국군 교전수칙은 북한의 도발 수준에 따라 3∼4배로 응징할 수 있는 등 비례성 원칙에 구애받지 않는다.

군 당국도 유엔사 교전규칙 때문에 대응사격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14일 국회 국방위에서 “JSA 교전 규칙은 두 가지 트랙으로 이뤄진다. 초병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상황인지, 위기가 고조될 것인지를 동시에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를 조준해 사격한 게 아니라 해도 우리 군 측으로 몇 발 총알이 넘어왔다면 우리도 비조준 경고사격이라도 하는 게 국민이 생각하는 평균적 교전 수칙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군 당국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JSA내에서 ‘한국군 교전수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바 있는 김종대 정의당 의원도 대응사격을 안했다는 지적에 대해 “근접해서 서로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더군다나 우리에게 직접 위해를 가하지 않는 사격에 곧바로 응사하게 되면 이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주변으로 순식간에 확전되어 대규모 충돌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유엔사령부가 절대 용납하지 않는 군사작전입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하는 정당에서 독단적인 대응사격을 안 해서 군을 믿을 수 없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모순된 주장이지만, 대응사격이 어려웠던 이유인 유엔사 관할지역이나 교전수칙은 류 최고위원이 게시 글에 첨부한 뉴스1의 기사내용에도 나온다. 기사의 제목만 보고 내용을 잘 보지 않았거나, 기사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응 사격 없이 포복?’에서 '포복'부분도 본인이 언급한 것처럼 ‘군대 안 다녀와서’인 것처럼 보인다. 잠시 전까지 총격이 있던 지역에서 엄폐물이 없는 경우 포복으로 이동하는 것은 전쟁영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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