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 1년 만에 무혐의, 그러나...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12.1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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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혐의로 법정 싸움을 벌이다 1년 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박진성 시인이 지난 2일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졌다. SNS폭로, 언론실명보도, 사과문, 경찰과 검찰 수사에 이은 무혐의 판정까지 1년여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YTN 뉴스화면 캡처

 

<팩트1> 첫 실명 공개는 트위터였다.

2016년 10월 21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해 10월 19일 트위터를 통해 박진성 시인이 자신을 성희롱했다고 밝혔다. A씨는 미성년자였던 지난해 시를 배우기 위해 연락을 주고받던 중 시인에게 “여자는 남자 맛을 알아야 한다”라는 등의 발언을 들었고, “교문 앞에 서서 기다리겠다”, “거리를 걸으면서 손을 잡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폭로가 있은 후 해당 시인이 본인에게 연락을 했고, A씨는 ‘문인은 시인 박진성 씨’라고 실명을 공개했다. 현재 이 트위터는 삭제된 상태다.

문제가 커진 것은 언론의 보도였다. 한국일보는 다른 언론들의 보도에 앞서 ‘문화계 왜 이러나…이번엔 시인 상습 성추행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진성 시인의 사진, 저서와 함께 실명을 공개했다. 기사에는 폭로한 측의 주장이 상세히 담겼지만, 박 시인을 상대로 한 확인취재는 없었다.

 

<팩트2> 박 시인은 사과문에 이어 ‘반박문’도 올렸다.

박 시인은 언론보도 다음 날인 10월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저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께 사죄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의 부적절한 언행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사죄문 이후로, 올해 예정되어 있던 산문집과 내후년에 출간 계획으로 작업하고 있는 시집 모두를 철회하겠습니다. 저의 모든 SNS 계정을 닫겠습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뉴시스)

그러나 18일 후인 11월 9일 역시 블로그에 올린 ‘거듭 사죄드립니다’라는 글을 통해, “10월 22일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씀드린 것은 저의 잘못된 언행으로 인해 이러한 일들을 초래한 것에 대한 사죄이지 제기된 모든 폭로 내용을 시인한다는 말씀은 아니었습니다.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여러 자료들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를 요청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라고 밝혔다. 언론에 해명자료를 보내기도 했다.

 

<팩트3> 박 시인은 폭로 이전에 ‘여성혐오’를 주제로 ‘반성’의 글을 썼다.

박 시인은 2016년 9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의 여혐 일기’를 작성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당시 한국 문단 내에 퍼진 성폭력에 대해 성토하는 분위기 속에서 참회록의 성격을 띠고 있다. “내 자신이 가장 혐오스러운 일은 내 시 내 글 좋다고 찾아온 여자를 어떻게 한 번 해보려고 지랄을 떨었던 일이다. 그게 다 ‘갑질’이고 ‘여혐’이다.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무릎 꿇고 빌고 싶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 9월 22일에는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인 “나의 여성혐오를 고발합니다”를 한겨레 신문에 기고하기도 했다. 한겨레 온라인 판에 게재된 이 글은 현재 저자의 요청으로 삭제된 상태다.

 

<팩트4> 박 시인은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다.

무죄는 법원의 판단이고, 박 시인은 무죄 판단 이전인 검찰조사 과정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박진성 블로그검찰사건사무규칙 69조에 따르면 ‘불기소’에는 ‘기소유예’, ‘혐의없음’,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가 있는데, 이 가운데 ‘혐의없음(무혐의)’는 ‘피의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거나 인정되지 아니하는 경우’인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과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는 경우’인 ‘혐의없음(증거불충분)’이 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혐의없음’처분이 곧 바로 ‘무고죄’ 판정과 이어지지는 않는다.

 

<팩트5> 박 시인을 폭로한 두 명은 무고죄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자의적이지 않은 성관계’를 가졌다고 트위터에 폭로하고 박 시인을 고소한 A씨에 대해 대전지검은 ‘A씨가 박 씨를 허위 고소하고 이 같은 내용을 트위터에 게재한 것은 죄질이 좋지 않지만, 초범이고 불안한 정신상태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기소를 유예했다’고 밝혔다.

또 박 시인에게 성범죄를 당했다고 폭로한 또 다른 B씨에 대해서는 허위글을 작성해 박씨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며 벌금 30만 원의 약식 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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