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제 2의 '미시시피 버블'이 될 것인가

  • 기자명 지윤성 기자
  • 기사승인 2017.12.12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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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10일 오후 6시(미국 동부시각, 한국시각 11일 오전 8시) 'XBT'라는 코드로 선물 거래를 시작되면서 비트코인 현물 가격이 다시 급등했다. 비트코인의 제도권 진입으로 추가 자금 유입 가능성이 커져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과 함께, 비트코인이 과열됐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숏포지션(매도)을 잡아 가격이 조정될 것이란 전망이 공존한다. 
이미 한국정부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 회의에서 " 암호(가상)화폐는 금융상품이 아니며, 정부가 가치의 적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시장에 경고를 날린 바 있다. 비트코인은 역대급 버블이 될까? 뉴스톱은 2회 기사로 지폐를 이용한 사기극 미시시피 버블과 비트코인 사태를 비교했다.

 

 

미시시피 버블(The Mississippi Bubble)

정부의 규제나 통제가 불가능한 암호화폐 그리고 ICO 광풍을 보면 역사적인 금융 버블 사건들이 거의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언론에서는 주로 최초의 경제 버블로 알려진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TulipomaniaㆍTulip Mania Bubble)을 비교하고 있다. 당시에도 법원에서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버블이 순식간에 꺼졌으며, 튤립가격은 최고치 대비 수천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그런데 튤립 버블 보다 더 극적이면서 지금의 비트코인 광풍과 유사한 버블이 바로 프랑스에서 있었던 미시시피 버블(The Mississippi Bubble, 1718-1720)이다. 미시시피 버블은 튤립버블, 남해버블(The South Sea Bubble)과 함께 대공황 전 '3대 버블'로 알려져 있다.

John Law, 1671년  ~ 1729년

미시시피 버블의 주인공은 저명한 경제학자다. 스코틀랜드의 경제학자 존 로(John Law, 1671~1729년)에 대한 후대의 평가는 희대의 금융 범죄자에서 부터 금융 경제학의 기초를 만든 이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금이나 은을 맡기고 받아가는 보관증을 사람들끼리 유통하는 것을 보고 자란 존 로는 휴대하기 불편한 금, 은같은 현물보다는 보관증처럼 휴대와 유통이 간편한, 당시로서는 완전히 새로운 화폐체계인 지폐를 고안했다. 

당시 프랑스 정부는 스페인과의 전쟁으로 막대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문제를 겪고 있었다. 귀금속이 부족해 통화량마저 급감한 상태였다. 이를 물려 받은 루이 15세는 국가의 재정 및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당시 세력가였던 오를레앙(Orléans) 공작은 친구인 존 로를 찾아가게 되고 존 로는 프랑스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화폐인 지폐의 도입을 건의하였는데 이것이 프랑스정부의 승인을 득하게 된다. 

1716년 프랑스 정부는 존 로의 의견에 따라 금과 은 그리고 프랑스 국채를 가져오면 새로운 화폐인 은행권(지폐)을 대가로 지급하는 일반은행(Banque Générale)을 설립했다. 일반은행은 중앙은행이 아닌 사적인 은행(private bank)이었지만 정부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중앙은행 역할을 했다. 1718년 일반은행은 왕립은행(Banque Royale)이 되었다. 루이 15세가 사실상 중앙은행으로 인정해준 것이다. 

일반은행은 주식 발행과 프랑스 정부 재정 관리를 통해 얻은 이익으로 은행 준비금을 마련했다. 이 화폐는 언제든 요구하면 금이나 은으로 교환할 수 있다고 보증해주었다. 하지만 은행은 금 보유량보다 훨씬 많은 지폐를 발행했다. 모든 사람들이 일시에 금이나 은으로 지폐를 교환할 확률은 낮기 때문에 지급 준비만 가능하면 훨씬 많은 지폐를 발행할 수 있었다. 결국 실제 교환 가능한 것보다 더 많이 지폐를 발행하여 프랑스 국채와 현금을 흡수하였고 동시에 세금을 지폐로 낼 수 있게 함으로서 법적인 지위까지도 부여 하였다.

북아메리카대륙에서 파란색이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한다. 일반은행의 성공으로 정부의 신뢰를 얻은 존 로는 당시 미국 식민지 지역 개발을 담당했던 '미시시피 회사'의 경영권을 획득한다. 존 로는 회사 이름을 서방회사(Compagnie d' Occident)로 바꿨다. 1717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북아메리카와 서인도 제도 무역독점권을 확보했다. 정부의 신뢰를 등에 업은데다 식민지 무역에 독점권을 지닌 이 회사에 민간 투자금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1719년 서방회사는 동인도회사, 중국 회사, 기타 프랑스 무역 회사를 합병해 인도회사 (Compagnie des Indes)로 이름을 바꿨다. 본격적으로 주가 폭등이 시작됐다.

당시 투자자들은 과거 통신이나 교통체계의 미발달로 정보가 제한 적인 상황에서 정부말만 믿고 미시시피 회사의 주식을 새로운 화폐인 지폐를 주고 사들였다. 회사는 추가로 정부의 힘을 등에 업고 담배와 조세징수 독점권을 취득하면서 호재를 통해 더욱더 많은 주식을 발행하여 새로운 화폐인 지폐의 수요를 끌어 올렸다. 은행은 시중에 지폐가 부족해지자 추가로 지폐를 더 발행했다. 미시시피 회사의 주가는 고공행진(1년동안 1900% 상승)을 했고 이 회사의 주식을 산 사람들은 모두 돈방석에 앉는 꿈을 꾸게되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미시시피 회사의 당시 주가 변동

회사의 현실이 밝혀지면서 회사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과도한 지폐발행은 국내 물가를 천정부지(상품 가격이 전년대비 두 배가 되는 인플레이션)로 올려놨다. 프랑스 국민들은 하루 아침에 막대한 재산을 잃고 파산했다. 반면 프랑스 정부는 찍어낸 화폐를 이용해 막대한 채무를 정리할 수 있었다. 프랑스 정부 채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이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국채를 반납하고 주식을 사들였기 때문이다. 버블은 1720년에 터졌다. 전년 500 리브르였던 주가는 1만5000 리브르까지 치솟았다가 1721년엔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이 사건은 영국의 남해 버블(The South Sea Bubble)에 영향을 끼쳤고 프랑스 혁명의 단초를 제공하게 됐다.

엄밀히 따지면 미시시피 버블은 기술적인 의미에서 거품은 아니다. 미시시피 버블은 과도한 통화 공급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발생이 배경이다. 하지만 개인들이 취득할 수 있는 정보의 명확한 한계, 선도적인 기술의 등장, 일부 '대박신화'에 눈이 멀어 달려드는 투자자 등은 분명 전형적인 거품의 모습이다. 버블은 광범위한 광열(Frenzy)과 투기로 이어지고 자산 가치의 잔인한 붕괴로 막을 내리게 된다. 

비트코인 버블가능성은?

대표적 자산 버블은 비슷한 패턴을 보여 왔다. 

위의 그래픽은 역대 거품 붕괴로 이어진 투기자산의 가격그래프다. 상당부분 유사점이 있다. 수년간 완만하게 상승하다 1년간 급격히 상흥하고 이후 폭락하는 형태다. 

다음은 한 블로거가 그린 미시시피 버블때의 투자 구조와 비트코인 투자 구조에 대한 개념도다. 미시시피 버블 당시 뱅크로얄(왕립은행)이 새 화폐인 지폐를 발행하면 국민들은 기존 화폐와 국채를 주고 이를 구입한 뒤 서인도회사(미시시피회사 혹은 서방회사) 주식을 구입했다. 그런데 주가가 폭락하면서 자산가치는 휴지조각이 됐고 인플레이션까지 발생하면서 이중고를 겪게 됐다.

미시시피 투자 구조, 출처
비트코인 투자 구조, 출처

미시시피 버블 당시 새로운 화폐인 지폐의 유통을 늘리기 위하여 미시시피 회사 주식을 대거 발행해 버블로 이어졌는데 이는 현재 상황과 유사하다. 최근 비트코인이 아닌 다른 암호화폐공개(ICO)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알트코인(대체화폐)의 기축통화로서 비트코인을 더 많이 활용하도록 만들고 있다. ICO를 하는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 비트코인을 받고 새로운 코인을 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코인이 망하더라도 손에는 비트코인이 남게 된다. 설령 비트코인이 망하더라도 크게 손해볼 일은 없다. 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최근엔 ICO 스캠(사기)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런 부작용때문에 현재 한국에서는 ICO가 금지되어 있다.

대기중인 ICO만 수십개가 넘는다. 출처
사기로 밝혀진 ICO

비트코인이 오르면 새로 발행되는 암호화폐 가치도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은 이러한 ICO들을 활성화시킨다. 이는 더 많은 비트코인 수요를 발생시켜 가격을 끌어올린다. 전형적인 포지티브 피드백 과정이다. 더욱 큰 문제는 비트코인 거래 구조 자체가 탈중앙화이기 때문에 문제 발생시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중국과 한국에서 ICO와 선물거래가 금지됐지만 다른 나라 거래소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국가 단위로 규제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 1회 기사에서 봤듯이 비트코인은 화폐로서의 가치는 전무하며 재화로서의 가치도 검증되지 않았다. 비트코인 버블은 펌프앤덤프(PUMP & DUMP) 과정속에서 손해는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들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버블 단계 곡선

위의 도표는 하이먼 민스키 모델로 거품 투기의 전형적인 그래프다. 아래는 지난 1년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다. 비트코인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확언하기는 힘들지만 그래프의 유사성으로 볼 때 조만간 버블이 터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새로운 논리탄생(New paradigm)이나 자기부정(Denial) 단계에 놓여 있다면 새로 시장에 들어서는 것은 매우 무모한 짓이다.

게다가 미국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거래가 시작되었다. 이 말은 자본과 정보력이 압도적인 기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사소한 루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에서 개미들이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비트코인의 내재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거나 시장의 신뢰를 잃는 경우이다. 17세기 미시시피 버블때의 지폐처럼 공중으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한국에선 고등학생들까지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비트코인이 정말 현재의 금만큼 자산 가치가 유지될 것인가 ?

파괴적인  혁신(Disruptive Technology)은 늘 인류의 커다란 진보를 가져왔다. 암호화폐 그리고 블록체인은 꼭 금융뿐만이 아니고 디지털 거버넌스(Digital Governance)를 가져올 가망성 높은 기술로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비트코인 투자열풍과 매일매일 치솟는, 내재 가치가 불분명한 비트코인 금융 구조가 인류의 커다란 진보인가?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 칼 아이칸이 비지니스인사이더지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의 비트코인 광풍이 미시시피버블을 연상시킨다는 견해를 돌아봐야할 시점이다.
거품의 상품화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선물거래 자체가 제도권 안착이나 내재가치의 발현이라는 착시를 조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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