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서민 교수가 박근혜 찬양?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12.25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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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전문 학자이자 ‘유쾌한 칼럼리스트’로 유명한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문빠가 미쳤다’라는 글을 남겨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서 교수가 자신의 다른 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있다는 주장이 SNS에서 공유되고 있다.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SBS 방송화면 캡처

해당 글은 서민 교수의 블로그와 경향신문 칼럼으로 소개된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이순신 장군을 보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글의 주요한 내용을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비교해 어떨 것이냐는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다른 이들이 ‘더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그러기엔 이명박이 너무 엄청난 일을 많이 했다”고 했고, 1년 반이 지난 지금 이런 (①대통령은 연기자여선 안 된다 ②대통령은 호기심 충족보다는 민생을 챙기는 분이셔야 한다 ③대통령은 어느 정도 신비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④대통령이 문화를 사랑하는 분이면 좋겠다) 대통령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달 들어 대통령은 영화 ‘명량’과 뮤지컬 ‘원데이’를 관람하면서 진정한 문화인이 어때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셨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때문에 정국이 시끄럽지만 문화라는 건 원래 시도 때도 없이 즐기는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분이며, 어차피 욕먹을 거, 이왕이면 정국이 가장 시끄러울 때 영화를 보는 것이 이순신 장군이 말한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오, 죽으려 하면 살 것이다”에 맞는 행동이리라. 여기까지 읽고 나면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 대통령을 위해 태어난, 대통령이 적성인 분이라는 게 이해될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정독하거나, 어느 정도 문해력을 갖춘 독자라면 ‘반어’와 ‘풍자’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반어법’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표현하려는 원뜻과 정반대되는 말로 표현하는 수법이다. 이에는 표면상으로는 칭찬하면서도 원뜻은 비난하려는 것과 표면상 비난하는 것 같지만 참뜻은 칭찬하려는 것이 있다.’ 또 ‘풍자’는 ‘문학 작품 따위에서, 사회의 부정적 현상이나 인간들의 결점, 모순 등을 빗대어 비웃으면서 비판함’을 뜻한다.

글의 앞부분에 “다른 이들이 ‘더할 것’이라는 것에 대해 “그러기엔 이명박이 너무 엄청난 일을 많이 했다””, 후반부에 정국이 시끄럽지만 문화라는 건 원래 시도 때도 없이 즐기는 것이다”, “어차피 욕먹을 거, 이왕이면 정국이 가장 시끄러울 때 영화를 보는 것이 이순신 장군이 말한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오, 죽으려 하면 살 것이다”에 맞는 행동이리라” 등의 표현이 찬양이라면 내용을 떠나서 블로그에 글을 연재하고 독자들이 생겨서 신문에 칼럼을 쓸 정도의 글솜씨로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반어와 풍자가 담겨있기에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전달된 글의 제목만, 혹은 글의 일부만 읽고 판단한 것으로 여겨지는 게시글들이 SNS상에서 공유되더니 급기야는 한국스포츠경제라는 매체의 기사로도 소개됐다.

다음 검색화면 캡처

그리고 허위정보의 흔한 확산과정처럼 다시 이 기사가 공유되며, 오독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서 교수의 반어와 풍자적인 글쓰기 방식은 서 교수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대통령에게도 초등학생을 연상케 하는 귀엽고 순진한 면이 있긴 하다. 아버님을 신처럼 모신다든지, 할아버지 옆에만 있으려고 한다든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작대기로 모래밭에 쓰는 걸 보라. 하지만 겨우 이 정도를 가지고 대통령을 초딩에 비교하는 건 만도 안되는 일이다” 

- ‘과도한 대통령 비판을 경계한다’에서

“종편과 종이신문, 그리고 사이버공간까지 대부분 박대통령이 장악했다.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것이지만, 박대통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꿈이었던 세계언론정복에 나선 것. 그 첫 발이 바로 산케이 신문에 대한 고소였다. 대통령을 모독하는 기사를 쓴 산케이 기자와 지국장을 감옥에 보낼 수 있다면 누가 감히 박대통령을 음해하는 기사를 쓸 수 있겠는가? 조만간 뉴욕 타임스에서 박대통령을 가리켜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고 보도하는 그날을 기다려 보자” 

- ‘청출어람 대통령’에서

“이런 수모를 겪으면서까지 총리를 했다면 휴일날 급하지도 않은데 갑질 정도는 해줘야 총리를 한 보람이 있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난 황총리의 갑질을 지지한다.” 

- ‘황총리의 갑질을 지지한다’에서

 

서 교수는 이와 같은 유머 섞인 반어법의 글로 유명해지기도 했다. 2015년 9월 출간한 저서 <서민적 글쓰기>에 대한 언론서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윤창중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눈을 믿자.” 2013년 5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성추문으로 면직됐을 때 지독한 반어법으로 가득 찬 칼럼 하나가 화제가 됐다. 윤씨가 사건을 일으키기 전에 그런 사람을 ‘청와대의 입’으로 앉힌 인사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유머 섞인 반어법으로 비판한 것이다. 자신의 전문 분야와 상관없이 어떤 분야라도 잘 모르는 척 ‘돌려까기’(우회적 비판)로 인기가 높은 서 교수의 글솜씨는 30세부터 10년 간 ‘지옥훈련’의 결과물이다.” 

- 한국일보 ‘10년 지옥훈련… ‘돌려까기’ 고수 의사 칼럼니스트’

“그의 출세작 중 하나인 ‘윤창중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 같은 반어로 눙친 글은 유머러스하게 ‘돌려까는’ 희열을 준다. 이 힘은 다 ‘솔직함’에서 난다.” 

- 한겨레 ‘의대 교수가 유쾌한 칼럼머신이 되기까지’

 

서 교수의 표현방식이나 입장은 방송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5일 SBS TV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국정농단 주역들에 대해 촌철살인의 독설을 날린 바 있다.

서민 교수는 뉴스톱과의 전화연결을 통해, “당연히 풍자로 쓴 글이고,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없이 풍자로 읽히다가 최근 전혀 반대의 의미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니 당황스럽다”며, “글 전체나 다른 글들을 읽어보면 글쓴이의 의도를 알 수 있을텐데, 최근 제목만 혹은 누군가 요약한 글만 읽고 쉽게 판단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뉴스톱의 판단

거짓 해당 글에서는 물론, 서 교수의 다른 글에서도 반어와 풍자적 표현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서 교수의 저서에 대한 언론서평에서도 서 교수 글의 특징을 ‘유머 섞인 반어법’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 교수가 블로그와 언론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한 초기 글에서는 반어와 풍자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이순신 장군을 보다’를 찬양 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거짓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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