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주식으로 120억을 벌고도 어떻게 무죄를 받았나

  • 기자명 최윤수
  • 기사승인 2018.01.0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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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2017년 12월 22일 진경준 전 검사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이하 ‘특경가법’)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한 항소심 유죄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진경준은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로부터 넥슨 주식 매수대금을 지원 받아 총 120억원 상당의 넥슨 재팬 주식을 소유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죄가 아니라니 대법원 판결이 현실과 국민 감정과 유리됐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체 어떤 이유로 유ㆍ무죄가 갈린 것일까.

대법원에서 넥슨으로부터 받은 주식과 관련해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진경준 전 검사장.

진경준의 뇌물 관련 공소사실은 크게 두 개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김정주 넥슨 회장으로부터 장래 발생할지도 모르는 형사 사건에 대하여 자기 직무권한 범위에서 유리한 처분을 하거나 다른 담당 검사에게 알선을 청탁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이다. (뇌물수수, 알선수뢰)

<진경준 뇌물수수 및 알선수뢰 관련 금품 내역>

① 2005년 6월 넥슨으로부터 4억 2500만원을 빌려 넥슨 주식 매수기회를 제공받음.

② 2005년 10~11월 김정주로부터 4억 2500만원을 받아 넥슨에 주식 매매대금을 갚음.

③ 2006년 넥슨재팬 상장과정에서 넥슨 주식을 팔아 그 돈으로 넥슨재팬 신주 약 8억5000만원 상당을 취득.

④ 2008년 2월부터 제네시스 승용차 무료 사용.

⑤ 2009년 3월경 리스 차량 명의 이전받는데 필요한 금원 3000만원

⑥ 2005년 1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약 5000만원 상당의 여행경비 등을 제공받음. 

또 다른 하나는 대한항공 관련 내사사건을 종결하는 대가로 대한항공이 진경준의 처남이 설립한 용역회사와 청소용역 계약을 체결하게 한 점(제3자뇌물수수)이다.

진경준에게 적용된 법조항은 아래와 같다.

특경가법 제2조 (뇌물죄의 가중처벌)

①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그 수수(收受)·요구 또는 약속한 뇌물의 가액(價額)(이하 이 조에서 "수뢰액"이라 한다)에 따라 다음 각 호와 같이 가중처벌한다.

1.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수뢰액이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7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3. 수뢰액이 3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인 경우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형법」 제129조·제130조 또는 제132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사람은 그 죄에 대하여 정한 형(제1항의 경우를 포함한다)에 수뢰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병과(倂科)한다.

형법 제129조 (수뢰, 사전수뢰)

①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형법 제130조 (제삼자뇌물제공)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형법 제132조 (알선수뢰) 

공무원이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진경준 대한항공 내사종결 대가 제3자뇌물수수는 유죄

진경준은 제3자뇌물수수에 대해서 이미 대한항공 내사사건은 종결되었고 재기될 가능성도 없는 상태였으며, 대한항공에서 진경준의 직무와 관계없이 막연히 도움될 것이라는 기대로 청소용역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전에 대법원에서 뇌물을 요구하는 자에게 잘 보이면 그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정도에 불과하면 알선수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3924 판결)했기 때문에 뇌물죄에 대해서도 같은 취지로 무죄 주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일관되게 진경준에게 제3자뇌물수수 유죄를 인정했다. 실제 진경준이 대한항공 내사사건을 종결하는 결재를 하였으므로 직무대상자 관계에 있고, 내사종결과 청소용역계약이 시간 상 근접했다. 대한항공이 기존의 업체와 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진경준 처남의 용역 회사 설립을 지원하는 과정이 매우 이례적이었다. 또 내사종결처분은 기판력이나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언제든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유죄 이유였다.

 

진경준 넥슨 뇌물수수는 1ㆍ2심서 유무죄 엇갈려

반면, 넥슨 관련 부분은 판단이 엇갈렸다. 1심에서는 뇌물수수, 알선수뢰 전부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 법원은 일부 사실은 유죄로 인정했다. 김정주가 자신과 넥슨의 형사 사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있었고, 여행 경비를 부담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검사는 힘이 있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고 진술한 점이 이유였다. 진경준이 주식 매수대금 상당을 자신이 수수한 사실을 숨기기 위하여 어머니와 장모 명의 계좌로 송금받고, 이용 차량은 처남 명의로 이전등록을 받았으며, 여행경비를 김정주에게 돌려 준 것처럼 가장하려고 한 것은 뇌물이라는 점을 인식하였기 때문으로 해석됐다. 항소심 법원은 넥슨으로부터 받은 돈이 법령상 인정되는 검사의 일반적인 직무에 대한 대가 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다만 항소심 법원은 김정주가 자신과 관련이 없는 주주가 생기는 것을 막고자 기존 주주가 주식을 매도하려고 하자 진경준을 소개해 줬을 뿐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주가 변동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넥슨 주식을 제 가격에 취득하는 것이 특혜라고 단정할 수 없고, 진경준은 넥슨의 주주 지위에서 넥슨 재팬 주식 취득 기회를 얻은 것이지 주식 매매대금과 별도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래서 항소심 법원은 넥슨 주식 매수 기회 제공과 넥슨 재팬 주식 취득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다른 친구와 동행한 여행에서 현지 비용을 분담했으므로, 이 때 김정주가 항공료를 모두 지급한 것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진경준에게 금품을 제공한 김정주 회장. 대법원 판결로 진경준의 넥슨 금품수수는 무죄로 확정됐다.

대법원, 검사가 수사개입 안하면 친구에게 금품 받아도 무죄 인정

대법원 판결(2017도12346)은 다소 복잡하다. 우선 항소심에서 무죄로 인정한 부분은 그대로 확정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부분 중 공소시효 10년이 지나지 않은 제네시스 승용차 관련 부분 및 2007년 10월 24일 이후의 여행경비 취득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결했다. 그 이유는 진경준과 김정주가 고등학교 때부터 20년 간 친구관계였고, 김정주가 진경준에게 이익을 제공한 2005년 이후 김정주나 넥슨이 수사를 받았지만, 그 자체로 범죄 성립이 어렵거나 매우 경미하여 혐의없음 또는 각하 처분으로 종결되거나 소액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사안에 대해 진경준이 수사하거나 개입한 사정이 없으며, 넥슨은 진경준 또는 다른 검사에게 청탁할 정도의 현안이 없었고, 장래에 발생이 예상되지도 않았으므로, 김정주가 진경준에게 이익을 제공한 것은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취지였다. 대법원은 진경준에 적용된 뇌물수수 및 알선수뢰죄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반면 진경준이 2005년 10~11월 김정주로부터 4억2500만원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판단하지 않고, 포괄일죄로 기소된 다른 뇌물죄로 모두 무죄가 된 이상 이 부분은 공소시효가 도과했다면서 면소판결을 했다.  

즉, 대법원은 뇌물죄 성립 요건으로 원래 친분관계가 있었는지, 명백한 직무 행위가 있었는지 엄격하게 보아 진경준이 다른 친분이 없이 내사 사건을 처리하여 직무관계가 명확한 대한한공과 관련해서는 유죄를 인정하고, 진경준이 김정주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김정주나 넥슨 관련한 검찰 직무를 수행했거나 알선한 사실이 없다면서 무죄를 인정한 것이다.

 

과거 대법원은 사교 목적이라도 금품수수를 뇌물로 인정

그러나 뇌물죄 성립 요건에 대한 대법원의 이전 판결은 이와 달랐다. 뇌물죄의 성립 요건에 대해서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4도1442 판결)

당시 대법원의 판결 요지는 다음과 같다. "뇌물죄를 적용함에 있어 금품이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된다"고 2004년 대법원은 판단했다.

또 다른 대법원 판례 (대법원 2000. 6. 15. 선고 98도3697)를 보면, 대법원은 "뇌물죄 적용과 관련해 공무원이 얻은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공무원의 직무내용, 직무와 이익제공자와의 관계, 쌍방 간에 특수한 사적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공무원이 그 이익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뇌물죄 성부의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르면 진경준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 김정주로부터 청탁을 받았고 이를 들어 주었는지 여부는 뇌물수수죄 성립과 무관하다. 진경준은 검사이고, 김정주나 넥슨은 이익 제공 기간 중 진경준에게 직접 받은 것은 아니나 수사를 받은 사실이 있다. 진경준과 김정주가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김정주 역시 진경준이 검사이기 때문에 친분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였으며, 친구 관계이고 김정주가 부유하다고 해도 4억2500만원이 되는 주식매매대금을 포함하여 리스 차량 명의 이전 비용 3000만원, 여행경비 약 5000만원 등 총 5억원이 넘는 이익을 제공한 것이 사회상규에 따른 의례 또는 개인적 친분관계에 따른 교분 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구나 진경준은 김정주로부터 돈을 직접 받지 않고 장모, 처남 등을 통했고, 여행 경비는 돌려 준 것처럼 가장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진경준이 김정주로부터 돈을 받아 120억원 상당의 넥슨 재팬 주식을 취득하게 되었으므로 직무 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았던 것이다. 

즉, 대법원은 알선수뢰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뇌물수수죄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회상규 상 의례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거액인 주식 매매 대금 부분은 공소시효 도과로 면소판결하고, 수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부자 친구로부터 친분 관계 상 몇 천만원 정도는 받아도 된다고 인정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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