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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영어수업 금지하면 사교육시장이 커질까?

기사승인 2018.01.16  04: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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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 '영유아 영어교육 금지' 정책 논란 팩트체크

문재인 정부가 영유아 영어수업 금지로 뭇매를 맞고 있다. 오는 3월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되면서,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위해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서도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한다고 밝히면서다. 정책이 현실과 동 떨어진다는 학부모들의 반발이 무척 거세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 지난달 22일 올라온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 폐지반대!’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16일 현재 8700명이 동의했으며, 유사한 청원 역시 수십 건 더 올라와 있다.

역풍이 거세지자 더불어민주당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의원들은 유치원 및 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 시행을 연기할 것과 초등학교 1~2학년 영어수업 금지안에 대한 우려까지도 교육부에 의견을 전달한 상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이반을 우려한 여당 정치인들이 설득에 나선 것이다. 교육부는 영유아 영어교육 금지 정책을 1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교육부가 해당 방침을 발표한 지 한달도 안돼 정책이 바뀔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장기 계획아래 수립ㆍ실행되어야 하는 교육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린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 이슈는 늘 뜨거운 감자이지만, 이번 사태는 조기 영어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단편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뉴스톱>이 유아동 대상 영어교육에 관한 사안들을 팩트체크했다.

 

1. '유아 영어교육 금지'가 영어 사교육 시장을 늘릴까?

검증되지 않은 주장이지만 언론에서는 이런 우려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초등학교 영어교육 금지로 중국어 교육시장이 과열될 것이란 섣부른 예측 기사를 쓰기도 했다. 과거 영어교육 정책이 바뀔 때마다 사교육 시장이 출렁인 것은 사실이다. 1997년 초등학교에 영어교육이 정규 과정으로 편성되면서부터 영어 사교육에 대한 우려는 있어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영어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 내에서의 영어교육 강화를 공약했지만, 사교육으로의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여론도 컸다.

실제로도 영어 사교육 시장을 부풀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2007년 초등학생 영어 사교육 비율(60.7%)은 2008년(62.7%)에 2%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는 영어 사교육을 받지 않던 초등학생 7만6000여명이 새로 영어 학원을 다니게 된 셈이었다. 같은 시기 중·고등학생의 영어 사교육 비율이 감소한 것, 전체 초등학생 수가 15만7791명 줄어든 것에 비하면 정부의 정책이 초등학생 사교육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비용 증가 역시 초등학생의 사교육비(15.9%)가 중·고등학생의 사교육비(각각 7.8%, 8.7%)보다 2배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학부모들은 정부 정책이 오히려 영유아를 상대로 하는 영어 사교육 시장의 배만 불릴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른바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곳은 유아 교육기관인 유치원이 아니라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어학 사교육 기관이어서 교육부가 영어 교육 금지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 어린이집은 선행학습금지법의 규제를 받는 교육부 산하로 운영되지 않고 보건복지부의 관리 감독 아래에 있으며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운영되기에 규제의 근거가 없다는 점도 혼란을 부추긴다. 실제로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학교 수업 비용은 평균 3만원 전후이지만, 영어유치원의 교육비는 월 평균 100만원을 웃돌기에, 정부 정책이 헛발을 짚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데 영어 조기교육 확대 이후 사교육시장이 커진 사례는 확인이 됐는데, 그 반대는 아직 검증된 바 없다. 일부에서는 비싼 영어 유치원만 영업이 잘 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뇌발달 정도를 고려할 때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때 배우는 영어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 영유아가 영어를 배우지 않는다면 굳이 큰 돈을 들여가며 영어교육을 시킬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2. 언제부터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쳤나

중등교육에서의 영어교육은 해방 직후부터 시작됐으나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1997년 소위 세계화 물결을 타고 시작됐다. 약 20년밖에 안된 것이다. 공교육 내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교육과정이 등장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이완기 서울교육대학교 영어교육과 교수의 한국영어교육학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영어 교육과정은 1945년 해방 이후인 1946년부터 국가교육과정으로 포함됐다. 이후 수차례에 달하는 교육과정 개편이 이뤄지는데, 초등영어 교육과정을 도입한 것은 6차 교육과정기 중인 1995년이고 처음 실시된 것은 1997년이다. 교육부 고시 제1995-7호에 영어 교과목 신설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당시에는 초등 3학년에 문자언어 도입을 금지하고 음성언어 교육만 실시하면서 평가를 억제했다. 이어 2006년 초등 3학년에 영어 읽기를 도입하고 초등 4학년에 영어 쓰기를 도입했으며, 2008년에는 초등영어 문자언어 도입 시기를 앞당기고 수업시수를 증대했으며 수준 및 어휘 수 등을 상향 조정했다.

교육부 고시 제1995-7호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 수업을 정규 교과목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으나 사교육 시장 과열을 우려한 여론 때문에 정규 수업이 아닌 ‘방과 후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정식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아륀지(Orange) 정부’라는 신조어로 불릴 정도로 영어 몰입교육 등 영어 중요성을 강조한 이명박 정부는 초등영어 수업시수를 늘리고 수업 수준을 높였다. 이명박 정부 당시의 여론 탓에 최근 대한민국에서 영어 교육을 강조하는 주장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보수 진영의 표심 공략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 사회의 높은 교육열은 개인의 욕망을 기반으로 하며, 이는 한국적 보수의 전형적인 포퓰리즘 전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참여정부 시절에도 공교육에서의 영어 수업 확대를 위한 노력은 있어 왔다.

3. '영유아 영어금지 정책'은 어떻게 시작됐나

초등학생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은 정규수업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수업을 하도록 정한 정규 교육과정 때문에 이른바 ‘선행 교육’에 해당됐다.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던 선행학습 금지 방향에 따라 2014년 3월 제정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현행법에 저촉되는 사항이었다. 당시 법을 제정하면서 초등학생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금지할 방침이었지만, 찬반논란이 커지자 박근혜 정부는 2018년 2월까지 한시적으로 예외로 두는 조항을 뒀다.

이 예외조항의 적용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초등학생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 금지 방안을 적용키로 했으며, 정책 일관성을 위해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수업도 함께 금지한다는 정책이 도출된 것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1·2학년생 방과 후 영어 수업 및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수업을 통해 영어 조기교육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일부 해소되어왔던 만큼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영어교육 정책은 아동의 영어 교육의 적기가 언제인지, 또 공교육에서의 영어 교육 강화가 사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가에 따라 가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영어 조기교육의 효과에 대한 학술적 연구는 찬반양론이 팽팽한 만큼, 사실상 이 문제는 정치적 해법만 남아있는 셈이다. 선행 학습에 따른 교육 격차 발생, 사교육 부담 확산 등 한국 교육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풀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경쟁만 남아 각자도생해야 하는 사회, 학벌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교육 제도만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듯하다. 교육은 사회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이고은 팩트체커 freetree@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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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은 팩트체커  freetree@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5년부터 경향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다 2016년 '독박육아'를 이유로 퇴사했다. 정치부, 사회부 기자를 거쳤고 온라인 저널리즘 연구팀에서 일하며 저널리즘 혁신에 관심을 갖게 됐다. 두 아이 엄마로서 아이키우기 힘든 대한민국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알리는 일에도 열의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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