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규제ㆍ매크로 댓글 처벌 가능해지나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8.02.06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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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병폐가 심각해지면서 정부와 정치권이 대응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30일 발표한 2018년 주요 업무계획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인터넷 사업자가 가짜뉴스로 판별되거나 신고된 글과 동영상 등 온라인 콘텐츠에 대해 ‘논란(disputed)’이라는 표시를 부착하고, 가짜뉴스를 생산한 주체에 대해 광고 수익을 배분하지 않는 등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가짜뉴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언론계·학계·연구기관 등을 중심으로 민간 팩트체크 기능 활성화를 위한 자율규제 기반을 조성하기로 하고, 국민들의 가짜뉴스 판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올해 안에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강화 방안을 시행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정치권에서도 가짜뉴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가짜뉴스 처벌과 관련한 쟁점들에 대해 살펴본다.

가짜뉴스 방지·처벌 위한 움직임 커져

정부가 발표한 방안 가운데, 인터넷 사업자가 가짜뉴스로 판별하거나 이용자로부터 신고된 콘텐츠에 ‘논란(disputed)’ 표시를 부착하는 방안은 외국에서도 시도되던 방식이다. 페이스북은 가짜뉴스로 의심되는 뉴스를 이용자가 신고하면, 국제팩트체크네트워크(IFCN)를 운영하는 팩트체크 기관 포인터재단(Poynter Institute)에 이를 의뢰해 판별한다. 이른바 가짜뉴스 플래깅 프로그램(Flagging Program)으로, 가짜뉴스로 판정되면 ‘논란(disputed)’이라는 레이블이 표시되며 이용자의 뉴스피드 상에서 순위가 하락하거나 광고 콘텐츠가 제한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구글의 경우, 2016년 10월 팩트체크된 뉴스를 표시하는 기능을 미국과 영국에서 우선 선보였다. 한국에는 지난해 4월 도입됐다. 검색 포털에서 팩트체크 여부를 노출해 신뢰할 만한 뉴스인지를 미리 안내하는 기능이다. 구글에서 팩트체크 문서로 분류되려면 구글에서 채택하고 있는 웹 문서의 형식(마크업)에 따라 구조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팩트체크 기사 텍스트에 대한 요건이 있으며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는 뉴스 항목에서 제거되거나 노출이 제한될 수 있다. 듀크 대학의 리포터스랩(Reporter's lab)이 선보인 팩트체크 위젯 ‘셰어 더 팩츠’(Share the Facts)는 팩트체크 기사의 노출도를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방통위는 아직 가짜뉴스를 판별할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움직임과 더불어 국회의 의욕도 높아지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댓글과 비난을 언급하며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가 생산, 유포되고 있다”며 “가짜뉴스 유포 행위를 엄정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가짜뉴스를 뿌리뽑기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에서도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강력 대처하겠다는 태세다.

해외에는 가짜뉴스를 처벌하는 법을 제정한 사례가 있다. 독일은 지난해 4월 가짜뉴스와 혐오 발언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선포했고, 6월 의회에서 통과 시켰다. 이용자가 200만 명 이상인 소셜 미디어 기업 가운데 가짜뉴스와 혐오 콘텐츠를 방치하는 기업이 이를 제지하는 법적 절차에 따르지 않으면 최고 5000만 유로의 벌금을 물리는 내용의 네트워크 운용법안이다. 가짜뉴스 처벌법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며 반대하는 여론도 높았다. 사실상 페이스북을 규제하기 위한 법이라는 비판 아래 페이스북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으나, 가짜뉴스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인식에 더 힘입어 법안이 통과됐다. 정치적 압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기업이 자율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는 강한 현실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한국적 뉴스 소비 특성에 따라 '포털' 정조준…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가능성도

한국에서도 가짜뉴스의 폐해가 심화되면서 가짜뉴스 처벌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독일과 달리 한국에서는 소셜 미디어보다는 포털 사이트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다. 추 대표는 지난 17일 발언에서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정조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네이버는 이런 행위가 범람하고 있지만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데 묵인과 방조도 공범”이라고 비난하면서 “가짜뉴스 삭제 조치, 악성 댓글 관리 강화 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실 이는 뉴스 소비 시장을 대형 포털 사이트가 잠식하고 있는 한국적 상황을 반영한다. 지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매체합산 여론영향력 점유율 1위는 네이버(18.1%)였다. 네이버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해진 전 의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뉴스 노출 및 검색어 조작, 포털의 사회적 책임 및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남용 문제 등에 대해 강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최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매크로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자동 댓글 및 여론 조작 작업이 논란이 된 상황이어서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실제 네이버에 대한 국회의 압박 강도는 세지고 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의 댓글 조작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3항은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량의 신호 또는 데이터를 보내거나 부정한 명령을 처리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발생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 조작을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과 같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그런데 지난 23일 네이버 메인화면에 노출된 남북단일팀 기사의 댓글 확인 결과, 특정 댓글을 상단으로 올리려는 기계적 어뷰징과 매크로 사용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매크로 댓글 사용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도한 대응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가짜뉴스를 처벌하기 위한 움직임이 자칫 헌법에서 규정한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국을 요동치게 했던 ‘최순실 게이트’는 사실 초반엔 떠도는 루머나 가짜뉴스 정도로 치부됐던 사안이다. 가짜뉴스의 진위 여부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뉴스에 대한 규제는 포괄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위험이 있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규제는 모호한 기준과 과도한 압력이 가해질 때 오남용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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