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인공기 논란 디자인' 살펴보니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8.02.06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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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개막을 며칠 앞두고 뜬금없는 ‘인공기 유니폼’ 논란이 불거졌다. 아이스하키 유니폼이 북한 인공기 문양을 본떴다는 주장이 인터넷에 급속히 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대표팀이 입었던 유니폼과 사실상 모양이 같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은 가라앉았지만 남한의 '인공기 컴플렉스'를 여실히 드러냈다. 역대 논란이 됐던 '인공기 사건'을 정리했다. 

 

1. 독일월드컵 한국유니폼이 인공기를 닮았다?

보수논객 지만원씨는 2006년 6월 14일 한국 월드컵대표팀 유니폼이 북한 인공기를 변조한 것이고 축구협회 로고의 호랑이는 김일성 주석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북한에서 백두산 호랑이는 김일성의 별명으로 통하는데, 축구협회가 북한 눈치를 보느라 원래 달았던 태극무늬 마크 대신 호랑이를 넣었다는 것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한국월드컵대표팀 유니폼

물론 사실이 아니었다. 월드컵 유니폼은 각국 축구협회 로고를 부착하는게 일반적이다. 국가대항전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각국 축구협회 대항전이기 때문이다. 2006년 당시에도 본선진출국 중에서 자국 국기를 가슴에 단 나라는 없었다. 한국대표팀도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축구협회 로고를 달고서 경기를 뛰고 있다.

 

2. FC서울 유니폼이 인공기를 닮았다?

2016년 일부 보수층이 FC서울의 유니폼이 북한 인공기를 본뜬 것이라고 주장을 했다.

서울FC가 인공기 문양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2016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태국 부라람과의 경기를 뛰었다는 주장이었다. 서울시 소속 서울FC 유니폼에 인공기가 새겨진 것으로 짐작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실상 '빨갱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FC는 서울을 연고지로 할 뿐 서울시 소속이 아니다.  

 

3. 통합진보당 로고가 인공기를 닮았다?

2012년 극우보수매체 뉴스타운은 통합진보당의 로고가 북한 인공기와 비슷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타운은 북한 선전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서 통진당 로고와 인공기가 닮은 점이 많다는 주장을 했다고 보도했다. 단순 인용기사지만 의도가 확연히 보인다. 

 

4.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남북단일기 디자인은 종북?

2013년 9월 5일에 개막한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행사 자체보다 엉뚱하게 인공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큐레이터 강철이 기획한, 2015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남북 동시입장 기원 국기디자인전의 작품 일부가 북한 인공기를 그렸다는 이유로 철거됐기 때문이다. 

2013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전시됐던 남북단일기 디자인들.

전시에는 89명의 디자이너가 참여해 남북 단일기 디자인을 선보였다. 북한과 남한의 국기를 참고해 단일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부 디자인에서 인공기의 흔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산업자원부에서 인공기가 들어간 작품이 산업전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해 주최측은 일부 작품을 철거하기에 이르렀다. 

 

5. 초등학생 통일염원 달력 인공기도 종북?

자유한국당은 지난해말 우리은행의 달력에 인공기가 들어가 있다며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우리은행은 매해 우리미술대회를 열고 초등학생 그림 수상작을 탁상달력으로 활용해왔다. 

우리은행 우리미술대회 수상작 중 조윤서의 '통일나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금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도 등장하는 그런 세상이 됐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6. 그리고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유니폼 논란

현재 논란이 되는 남북단일팀 유니폼은 지난해초 입었던 유니폼과 거의 디자인이 흡사하다. 박근혜 정부 당시 입었던 유니폼으로 당시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2017년 2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에 참가한 한국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선수들 유니폼. 남북단일팀 유니폼과 거의 똑같다.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아이스하키 유니폼 역시 단일팀 유니폼과 거의 흡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이 단일팀 유니폼을 북한 인공기와 비교하는 게시물이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빨간색과 파란색 줄무늬 유니폼은 전세계 어디에서든 흔하게 발견된다. 미국 대표팀도 빨강, 파랑, 하양을 쓰기 때문에 북한 인공기와 매우 비슷한 디자인이 나온다. 아래는 세계 각국의 스포츠 유니폼 디자인이다. 전 세계가 종북일까?

인공기를 닮은 유니폼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 NHL 뉴욕 레인저스, 노르웨이 아이스하키 대표팀, 슬로바키아 대표팀, 미국 대표팀 유니폼. 모두 파란색 두줄에 붉은색 한줄이 들어간 유니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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