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 '사기' 때문에...히어로즈 가입금 또 내야할 판

  • 기자명 최민규
  • 기사승인 2018.02.0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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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ㆍ횡령ㆍ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장석(52) 넥센 히어로즈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사기 혐의는 지난 2008년 이장석 대표와 남궁종환 부사장이 재미동포 사업가 홍성은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20억원을 받은 뒤 대가로 약속한 구단 주식 40%를 양도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주식 40%를 양도할 의사가 없음에도 피해자로 하여금 금원을 투자하게 함으로써 (중략) 투자금 20억원을 지급받아 편취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받고 법정구속된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 YTN 화면 캡처

법원, 이장석 주식양도 거부를 사기로 판단

홍성은씨와의 지분 분쟁은 2012년 넥센 구단이 대한상사중재원에 홍씨의 주주 지위를 부인해달라는 신청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당시 넥센 구단은 중재 과정에서 “지분 양도 내용이 기재된 투자계약서는 위조된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중앙지법은 “위조 항변이 소송상 방어방법 중 하나이고 법률전문가와의 상담 결과 이루어진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러한 피고인들의 태도는 (중략) 지분양도 의사가 있었던 사람의 태도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위조 주장이 오히려 사기죄 판단 근거 일부가 된 셈이다.

넥센 구단 지분에 관해 사법부는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다. 상사중재원은 2012년 12월 구단 전체 주식41만 주의 40%에 해당하는 주식 16만4000주를 홍성은씨에게 양도하라고 판정했다. 이 대표와 구단은 중재판정 취소 소송으로 맞섰지만 2014년 1월 1심 패소했다. 넥센 구단이 항소를 취하해 이 판결은 확정됐다. 대신 2016년 홍성은씨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낸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1) 홍성은씨로부터 20억원을 받은 채무자는 이장석 대표가 아닌 구단을 운영하는 서울 히어로즈다.

2) 서울 히어로즈는 구단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3) 기존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양도받아야 하지만 (채무자인 이장석, 남궁종환씨가 포함된) 이사회는 이를 거절했다. 홍성은씨에 대한 주식양도의무를 이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4) 따라서 구단은 홍성은씨에게 주식을 양도하지 못한 데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5) 현재 구단 주식 가치는 0원이다.

6) 그러므로, 넥센 구단은 홍성은씨에 대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7월 원고인 서울 히어로즈의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문에서는 “원고의 주식양도의무는 이미 확정되었고, (중략) 원고의 이사들은 기존 주주들로부터 구주를 매입하거나 신주를 발행하는 방안을 강구하여 이사회에서 이를 심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2017년 8월 서울고등법원과 올해 1월 대법원에서 원고의 항고와 상고는 모두 기각됐다. (관련 소송에 대한 참고기사)

홍성은씨는 법원 판결에 따라 넥센 구단 지분 40%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게 됐다. 아직 권리가 실현된 건 아니다. 실제로 주식을 양도받기까지는 시간과 복잡한 절차가 소요될 전망이다. 그런데, 홍성은씨가 40% 지분을 획득할 경우 또다른 문제가 생긴다. 가입금이다.

지배주주 변경은 KBO 승인 필요...가입금도 납입해야

2016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넥센 구단의 최대 주주는 41만 주 중 27만7000주(67.56%)를 보유한 이장석 대표다. 2대 주주는 10만 주(24.39%)를 보유한 박지환씨다. 홍성은씨가 40%를 획득한다면 최대주주 지위에 오른다. 하지만 프로야구 구단의 최대주주 변경은 구단이 임의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 9조 [회원자격의 양수도]는 지배주주의 변경은 총재의 승인과 이사회의 심의, 총회 제적회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지배주주’는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 또는 구단의 경영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 규정된다. 그리고 총회는 새로운 지배주주에 대하여 일정액의 가입금을 부과할 수 있다.

Page 45 of 2017 KBO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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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에서 최초의 구단 인수 사례는 1985년 청보그룹의 삼미 슈퍼스타즈 인수다. 당시 매각 대금은 70억원이었지만, 별도 가입금은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 ‘제7구단’으로 1985년 KBO리그에 신규 가입한 빙그레 이글스는 가입금 30억원을 현물 납부했다. 가입금은 원래 신규 구단 창단 때만 적용됐다. 하지만 1999년 7월 29일 규약개정으로 구단 인수 때에도 가입금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이후 KBO리그에 등장한 SK(창단), 2001년 KIA(인수), 2008년 히어로즈(창단), 2013년 NC(창단), 2015년 KT(창단) 등 구단은 모두 KBO에 가입금을 냈다. 부과된 가입금을 납부해야만 KBO 회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이장석 대표가 2008년 홍성은씨에게 20억원에 구단 지분 40%를 주겠다고 제안한 이유도 우리담배의 스폰서십 취소로 가입금 납부가 어려워져 회원 자격 박탈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예외는 있다. 2015년 11월 제일기획은 삼성 라이온즈 구단 주식 64.5%를 6억7596만원에 인수해 지배주주가 됐다. 이때에는 가입금이 발생하지 않았다. KBO 규약은 “구단이 속한 기업집단과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다른 법인(계열회사)에 구단을 양도하는 경우”는 9조의 예외로 하고 있다. 1982년 출범 이후 이장석 대표 이전까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그룹만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했기에 생긴 조항이다.

KBO는 아직 넥센의 지분 및 가입금에 대해 입장을 정한 바 없다. 그러나 가입금은 기존 구단들이 요구하는 일종의 ‘권리금’이다. 2000년 이후 지배주주가 바뀐 구단들에 대해 규약상 예외를 제외하고 모두 가입금이 부과됐다.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며 막대한 지출을 했다”는 입장인 기존 회원 구단들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투자로 지배주주 지위에 오른 새 회원을 반길지는 의문이다.

안산 연고지 이전 비밀계약때도 절차 안 밟아

이장석 대표가 약속을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을 문제다. 2009년까지 이장석 대표의 보유 지분은 87%였다. 40%를 양도하더라도 지배주주 지위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2010년부터 지분율이 68.5%로 떨어졌고, 이때부터 40% 지분을 가진 주주가 지배주주가 될 가능성이 생겼다. 약속대로 주식을 홍성은씨에 양도한 뒤 지배주주가 변경됐다면 KBO에 승인 신청을 하면 된다. 주주간 지분율 변화는 과거 구단 인수 사례들과는 사정이 다르고, 2008~2009년 넥센 구단은 KBO나 기존 구단들이 추가 가입금을 요구할 형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장석 대표의 주식양도 거부로 일이 복잡해졌다. 현재 홍성은씨의 넥센 구단 보유주식 수는 '0'이며, 그가 지배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KBO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KBO와 기존 구단들은 가입금 뿐 아니라 넥센의 지분 분쟁에 따른 여러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법원은 이장석 대표의 주식양도 거부 행위를 ‘사기’로 판결했다. 법적으로는 사기이며, KBO는 규약상 최고기구의 승인이 필요한 지배주주 변경에 전혀 개입하지 못한 우스꽝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장석 대표에게는 유사한 전례도 있다.

2009년 8월 넥센 구단은 한 기업과 2013년부터 안산으로 연고지를 옮긴다는 계약을 체결하고 20억원을 받았다. 당시 안산시는 돔구장(가칭 안산스타돔) 사업을 추진 중이었고, 해당 기업은 돔구장 사업 시행 및 운영권 참여를 희망했다. 안산시는 희망 기업들에게 돔구장을 홈으로 사용할 프로야구단 유치를 선정 기준으로 삼았다. 프로야구에서 연고지역 변경은 총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역시 구단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이장석 대표는 KBO와 연고지 이전과 관련한 어떤 절차도 밟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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