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당, '터치'는 했지만 성폭력은 없었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3.0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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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성폭력근절대책특별위원회(성폭력대책특위) 위원장인 박순자 의원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성폭력대책특위 회의에서 “성폭력에서 우리 한국당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에 공감한다. 그래도 보수진영인 한국당은 성도덕에서 보수적”이라며, 자유한국당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 “우리에게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은 거의 ‘터치’나 술자리 합석에서 있었던 일들이었지, 성폭력으로 가서 하룻밤 지내고, 이틀 밤이나 일주일 지내고 이런 일들은 없었다”고 말했다.
유튜브 일요서울 화면 캡처

박 의원의 이 발언은 ‘성폭력’의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 성폭력은 성희롱이나 성추행, 성폭행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성을 매개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모든 가해행위’를 뜻한다고 나와 있다.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과 남녀차별금지법에서 처음으로 명문화되었는데 ‘업무와 관련해 성적 언어나 행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등을 조건으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성추행'은 강제추행을 뜻하며 강제추행이 성희롱과 다른 것은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추행’하는 것이다. '성폭행'은 강간과 강간미수를 의미한다.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해 사람과 교접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2010년 4월 15일 제정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제2조에 ‘성폭력 범죄’에 대해 정의하고 있다. 주로 형법의 ‘성풍속에 관한 죄’, ‘약취, 유인 및 인신매매의 죄’, ‘강간과 추행의 죄’의 항목에 해당하는데, 제297조(강간), 제297조의2(유사강간), 제298조(강제추행), 제299조(준강간, 준강제추행), 제300조(미수범), 제301조(강간등 상해·치상), 제301조의2(강간등 살인·치사), 제302조(미성년자등에 대한 간음), 제303조(업무상위력등에 의한 간음), 제305조(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의 죄, 제339조(강도강간)의 죄, 제342조(제339조의 미수범으로 한정한다) 등이다. 즉, 성폭력은 모든 성범죄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면 자유한국당 인사가 '성폭력'에 연루된 일이 한번도 없었을까? 2017년 2월 13일 새누리당은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변경한 이후 사례를 살펴봤다. 새누리당 19대 비례대표 의원이자 현 자유한국당 당원인 이만우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29일 안양시 한 숙박업소에서 5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가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전 의원에 대해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지난 8일 구속됐다.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윤리위원회 회부나 제명 등 당 차원 공식조치는 아직 없다.

전신 새누리당 시절로 확대하면 다수의 성폭력 사건이 있었다. 박 의원 주장대로 자유한국당 인사의 '터치'와 '술자리 합석에서 벌어진 일'이 상당수 있었고 대부분 죄질이 좋지 않은 범죄 행위였다. 박 의원 주장의 의도처럼 가벼운 일이 아니었다.

‘터치’나 ‘술자리 합석에서 있었던 일’은 2014년 9월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골프장 캐디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박 전 의장은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명령의 유죄확정판결을 받았다. 

2013년 5월엔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 인턴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을 수행한 윤 대변인은 야심한 시각에 인턴을 불렀는데 옷을 입지 않고 있어 문제가 됐다. 사건 이후 윤창중 대변인은 경질됐다. 미국 경찰은 윤창중에 대해 기소 의견을 냈고 성추행 범죄라고 인정했다.

2013년 8월의 김무성 전 대표의 연찬회에서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 김 의원은 만취상태 실수라고 해명했고 직접 구두로 사과했다

심지어 새누리당 김형태 의원은 죽은 동생의 아내를 성폭행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 의원은 제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명예훼손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내렸다.

이 사건들은 형법 298조의 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에 해당한다.

 

거짓 

박순자 의원은 “우리에게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들은 거의 ‘터치’나 술자리 합석에서 있었던 일들이었지, 성폭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언급한 ‘성폭력’은 ‘성폭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더구나 성폭력근절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성폭력’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있다는 것은 실수나 ‘해프닝’으로 여기기에는 무책임해 보인다.

정치인들의 성폭력 사건은 법원의 판단에 이르기까지 일반적인 성폭력 사건과 다르게 진행된다. 합의를 하거나,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법원의 판단까지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경우처럼 자유한국당(전신 새누리당 포함) 인사의 가벼운 '터치'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가 있으며,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수사 중인 이만우 전 의원이자 현 당원도 있다.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범죄행위로 인정받은 것도 여럿이 있다. 따라서 이 발언은 '거짓'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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