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 야구경기는 메이저리그보다 오래 걸릴까

  • 기자명 최민규
  • 기사승인 2018.03.27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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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프로야구가 3월 24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열렸다.

5경기에 소요된 평균 시간은 3시간 19분. 마산구장의 LG-NC전이 2시간 47분으로 가장 빨리 끝났고, 문학구장의 롯데-SK전이 가장 긴 3시간49분이었다. 지난해 KBO리그 평균인 3시간21분보다 2분 빨라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에게 좋은 소식이다. KBO는 올해 스피드업 규정을 강화했다. 자동고의4구제를 도입해 투수가 공 네 개를 던질 필요없이 감독의 사인으로 주자의 출루가 가능하도록 했다. 비디오 판독 시간도 5분 시한은 설정했고,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는 횟수도 종전 3회에서 2회(연장 시 3회)로 줄었다.

◇KBO리그와 메이저리그 경기 시간 차이
  KBO리그 메이저리그 차이
2014 3시간27분 3시간04분 23분
2015 3시간21분 2시간56분 25분
2016 3시간25분 3시간01분 24분
2017 3시간21분 3시간05분 16분

스피드업 아이디어는 원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나왔다. 야구가 ‘지루한 어른들의 경기’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경기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었다. 하지만 제도 시행은 KBO리그가 더 빨랐다. 메이저리그는 올해부터 주자 없을 때 투수는 20초 이내에 투구해야 한다는 ‘20초 룰’을 시행한다. 하지만 KBO리그는 2010년부터 8초 더 단축된 12초 룰을 적용했다.

메이저리그는 경기 규칙 변경에 선수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하지만 스피드업의 필요성은 한국 프로야구가 더 크다. 지난해 KBO리그 경기 시간은 메이저리그보다 16분 길었다. 2016년엔 24분, 2015년엔 25분이었다.

동일한 타석으로 계산해도 KBO가 10분 더 길어

야구 경기 시간은 두 가지 방법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야구는 타석 단위, 볼 단위로 이뤄진 경기다. 지난해 KBO리그 경기당 타석은 79.00회로 기록됐다. 메이저리그는 76.25타석이다. KBO리그가 2015년부터 사상 최고 수준의 타고투저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타자들이 출루를 많이 하면 투수는 더 많은 공을 던져야 하고 경기 시간은 길어진다.

◇2017년 KBO리그와 메이저리그 1경기 평균 타석, 투구, 구원투수
  KBO리그 메이저리그
타석 79.00 76.25
투구 304.78 296.82
구원투수 3.19 3.22

하지만 메이저리그 경기당 타석을 KBO리그와 같은 79회로 적용하면 경기 시간은 6분40초 늘어난다. 지난해 두 리그 간 실제 경기 시간 차이는 16분이었다. 따라서 다른 방법을 통해 이유를 찾을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야구 시간을 1) 투구와 투구 사이, 2) 타석과 타석 사이, 3) 이닝과 이닝 사이, 4) 투수 교체, 부상, 항의, 비디오 판독 요청 등 기타 이벤트 등으로 나눠 각각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네 가지 항목을 각각 측정해 모두 더하면 한 경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나온다.

◇야구 경기 이벤트별 평균 소요 시간(단위:초)  
간격 연도 KBO리그 메이저리그 차이
투구-투구 2016 25.3 23.0 2.3
2017 25.0 23.6 1.4
타석-타석 2016 52.3 47.8 4.5
2017 52.5 45.6 6.9
이닝-이닝 2017 145.1 157.6 -12.5
투수교체 2016~2017 182.8 197.5 -14.7

KBO 투구간격과 타석간격 길어 경기시간 증가

지난해 KBO리그에서 투구와 투구 간격은 25.0초였다. 일부 구장에 설치된 트랙맨 시스템이 측정한 약 5만구를 대상으로 했다. 5만구는 지난해 리그 총 투구 수 21만9443개의 약 23% 가량이다. 같은 해 메이저리그의 투구 간 간격은 23.6초로 KBO리그가 1.4초 더 길었다. 2016년 2.3초보다는 다소 빨라진 수치다. 지난해 KBO리그 한 경기 투구 수(305개)를 곱하면 여기에서 7분7초 손실이 생긴다.

타석과 타석 사이, 즉 앞 타자의 마지막 공과 새 타자의 첫 공 사이에 걸리는 시간은 2017년 KBO리그가 52.5초였다. 메이저리그는 45.6초. 둘 사이에 6.9초 차이가 난다. 2017년 프로야구 평균 타석 수는 79회였고, 두 팀 합쳐 77회의 타석 간 차이가 발생했다. 이를 곱하면 7분41초 차이가 생긴다.

새 이닝에 들어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오히려 KBO리그가 짧은 편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선 평균 157.6초가 걸렸지만 KBO리그에선 145.1초였다. 투수 교체 시간도 짧은 편이다. 2016~2017년 KBO리그에선 평균 182.8초가 걸렸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선 197.5초였다. 쉴새 없이 구원 투수들이 등장하는 불펜 야구를 싫어하는 팬들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경기당 구원 투수는 메이저리그(3.22명)이 KBO리그(3.19명)보다 오히려 많았다.

다만, KBO리그에선 메이저리그보다 이닝 도중에 투수가 교체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17년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교체의 67.2%가 이닝이 바뀔 때 이뤄졌다. 하지만 KBO리그에선50.8%에 불과했다. 이닝 도중에 투수가 교체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90초 이상이 더 소요된다. 트랙맨 데이터를 정리한 신동윤 애슬릿미디어 이사는 “두 리그 경기 시간이 다른 이유는 타고투저에 따른 투구 수와 타석 수 차이와 투구 및 타석 간격의 차이에서 온다”며 “타고투저 현상은 인위적인 조정보다는 적정한 투타 밸런스를 찾는 게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라이크존이나 마운드 높이, 외야 펜스 거리 등을 인위적으로 조정한다면 예상 못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현재 타고투저는 타자들의 기량을 투수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크다. 결국 투수들의 구위와 제구력 향상이 필요하다.

삼성 라이온즈 박한이 선수는 타석 들어서기 전 준비동작이 많아 경기를 지연시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사진은 네티즌이 만든 박한이의 준비동작

투구간격과 타석간격만 줄여도 15분 단축 가능

투구나 타석 인터벌은 선수들의 루틴과 관계가 있다. 오랫동안 몸에 익혀왔던 리듬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특히 투구 인터벌을 인위적으로 단축하면 부상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의식적인 노력으로 단축시킬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김경문 NC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처럼 공격적으로 빠른 투구를 할 필요가 있다. 한 경기 평균 10분이 줄어들면 한 시즌에 하루(1440분)를 버는 셈”이라고 말한다.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투수가 조금 더 빠른 인터벌로 공을 던지고, 타자가 조금 더 빨리 타격 자세를 취한다면 15분 가까운 경기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축구는 킥오프까지 쉴새 없이 경기가 진행된다. 부상 선수가 나오거나 관중 난입 등 돌발 상황에서만 경기가 타임아웃된다. 하지만 야구는 실제 플레이가 일어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경기다. 경기가 중단되는 볼 데드 타임도 길다. 시속 150km 강속구가 투수의 손을 떠나 포수 미트에 박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0.44초에 과하다. 하지만 투수가 다음 공을 던지는 데는 20~30초가 걸린다. 야구의 이런 특징은 경기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팬에게 지루함을 준다. 관중은 플레이를 보기 위해 입장권 가격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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