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팩트체크] 토지공개념은 사회주의?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3.2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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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대의민주주의 훼손”, “토지공개념은 사회주의”, “노인 빈곤층 OECD 1위” “개헌안은 무기명 비밀투표” 모두 사실일까요?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JTBC 방송화면 캡처

1.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대의민주주의’ 훼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대의민주주의를 실종시키는 아주 위험한 행위”라는 주장에 대해 KBS에서 팩트체킹했다.

“헌법개정 제안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할 수 있다.”(헌법 128조 1항)

“다만 대통령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헌법 89조 3항) 국회의원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헌법 128조 1항)

“제안된 헌법개정안은 20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헌법 129조)

”국회는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하고 국회 의결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헌법 130조 1항)

"국회가 헌법개정안을 의결하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부쳐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헌법 130조 2항)

현행 헌법에 의하면, 헌법 개정안은 대통령이 발의한 것이든 국회의원이 발의한 것이든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국회의결을 거쳐야 한다. 김 원내대표의 주장대로라면 헌법이 대의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안이 문제가 있거나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들 때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국회에서 의결을 하지 않으면 된다. 실제로 현재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헌법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 의결과 국민투표를 거치게 돼 있는 만큼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가 ‘대의민주주의’를 실종시키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권 때 정부 주도 개헌을 주장하기도 했다. 2016년 9월 20일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가 주도해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야 정치권에만 의지해서도 안 된다”면서 2017년 4월 12일 보궐선거일을 개헌 투표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2016년 10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통령과 정부가 구체적인 개헌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결국 헌법 조항과 김 원내대표의 과거 발언 내용을 살펴보면 “대통령 개헌안 발의는 대의민주주의를 실종시키는 아주 위험한 행위”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2. ‘토지공개념’이 사회주의?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과 관련해 ‘토지공개념’이 ‘사회주의 제도’라는 주장에 대해 JTBC에서 팩트체킹했다.

현행 헌법은 토지공개념을 2개 조항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23조 3항,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한다”, 122조, “국가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이다.

대통령의 개정안에는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 같은 내용은 사회주의 국가들은 물론 시장경제를 택한 나라들도 오래 전부터 도입했다. 독일이 대표적인데, “토지는 사회화를 목적으로 법률에 따라서 공동재산 또는 기타 공공서비스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헌법도 밝히고 있다. 헌법이 없는 영국에서는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재산권 남용은 공익 보호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개념은 20세기 초에 정립됐는데, 국내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62년 개헌 때 처음으로 들어왔고 1972년 유신헌법에서 더 확대됐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이를 토대로 강력한 법을 도입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걸었고, 노무현 정부는 이런 헌법적 논란을 감안해서 정책을 추진했다. 결국 토지공개념은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고, 한국도 오랫동안 써왔다.

 

3. 중소기업 위상 슬로건 ‘9988’ 맞을까?

중소기업의 위상을 나타내는 슬로건으로 흔히 사용하는 ‘9988’, 즉, 국내 중소기업이 전체 사업체수의 99%, 종사자수의 88%를 차지한다는 주장에 대해 아시아경제와 머니투데이 등에서 확인했다.

지난 22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내놓은 ‘중소기업 관련 통계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는 “9988 통계 프레임이 기업 수와 고용자 수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비중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의 현황이 과대평가된 이유는 일부 부처에서 ‘사업체’와 ‘기업’ 통계를 정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 통계와 달리 사업체 통계는 지점·지사를 각각 개별 단위로 구분해 집계한다. 1개 대기업도 지점·지사가 있으면 각각 별개의 사업체로 통계에 잡힌다. 대기업의 지점이나 지사라고 해도 300인 미만이면 모두 ‘중소기업’으로 분류됐다는 뜻이다.

2015년 경제총조사를 보면 사업체 수는 387만4천167개, 기업체 수는 369만5천298개로 그 차이인 17만8천869개는 지사로 분류된다. 전체 사업체 수의 4.6%가 과다계상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사업체와 종사자 수 기준이 아닌 기업체와 매출액 기준으로 중소기업현황을 파악하더라도, 업체 수 기준 중소기업 비중은 99%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88%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는 실제와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사 종사자수 360만 명 이상이 중소기업 종사자수로 집계됐다. 통계청의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체 영리기업의 일자리 수 1893만 7000개 중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0.4%(1521만 8000개)에 그치고 있다.

보고서는 “1기업 다 사업체 중 중소기업 범위를 벗어나는 기업체는 대기업으로 분류하고 지사는 중소기업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면 종사자 수를 기준으로 하는 중소기업 비중은 지금보다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를 토대로 정책을 수립하면, 정책 목표 달성은커녕,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4. 국내 노인 빈곤층 OECD 1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약 46%에 달해 전체 OECD 회원국 중 1위다. 전체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빈곤층에 해당하는 셈이다.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팩트체킹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다양한 노인빈곤지표 산정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노인 빈곤지표는 중위 가처분소득 50%를 빈곤선으로 설정한 ‘상대소득 빈곤지표’만 적용한다. 즉, 월급이나 연금을 통해 한 달에 벌어들이는 소득이 전체 중위소득의 절반 미만인지를 따지는 것이다. 집이나 예금은 고려하지 않는다. ‘소득’ 중심의 빈곤 접근은 충분한 저축이나 살기 좋은 집을 갖고 있어도 소득이 없는 자를 ‘빈자’로 단순 분류하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OECD 기준에 따르면 별다른 소득 없이 서울에 10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보유한 채 자식들이 주는 용돈으로 생활하는 70대 노부부도 빈곤층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고가의 아파트 때문에 기초연금 수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기준으로 100명당 46명꼴인 우리나라 빈곤층 노인 중에서 21명(46%)은 소득 외에 주거나 자산 차원에서도 빈곤을 겪는 것으로 조사돼 실제 빈곤층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나머지 25명(54%)명은 소득에서만 결핍이 있을 뿐, 주거와 자산 차원에서는 결핍을 겪고 있지 않았다. 특히, 이들 중 66.3%는 고자산층 이상에 해당됐다. 즉 나머지 25명은 매월 꾸준히 들어오는 소득은 적더라도 주거나 본인이 실제 쓸 수 있는 자산 등을 감안하면 반드시 빈곤층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 기존에 빈곤층으로 분류한 노인 모두가 정책적 지원이 시급할 정도로 사정이 열악한 것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며, “노인 빈곤 정책은 소득 분포만이 아닌 소득과 건강이나 자산 등 그 외 영역 간 결합분포를 바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5. 홍준표 “개헌안, 무기명 비밀투표”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 예고한 헌법개정안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개헌안의 본회의 표결 보이콧 방침을 미리 선언하면서 “개헌안은 무기명 비밀투표”라는 발언을 했다. 이데일리에서 팩트체킹했다.

홍 대표는 20일 여의도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회의를 주재하며, “일각에서는 무기명 비밀투표니까 반란표가 나오지 않느냐 한다”며 “그런 바보스러운 투표 전략을 채택할 리 있나. 애초부터 개헌 투표하자고 하면 우린 본회의장 안 들어간다. 들어가는 사람은 제명처리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개헌안 표결을 ‘무기명 비밀 투표’라고 전제했지만 사실과 다르다. 국회법 112조 4항에 “헌법개정안은 기명투표로 표결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회법상 ‘무기명 투표’는 다음의 경우에 해당한다. ‘중요한 안건으로서 의장의 제의 또는 의원의 동의로 본회의의 의결이 있거나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대통령으로부터 환부된 법률안과 기타 인사에 관한 안건’, ‘국회에서 실시하는 각종 선거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을 때’,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건의안이 발의된 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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