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정부지원금 25% 뿐" 주장은 거짓

국가연구개발사업비 제외한 '꼼수계산'...합치면 서울대보다 높아

  • 기사입력 2018.04.02 04:21
  • 기자명 대학교육연구소

지난 14일, 카이스트 신성철 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카이스트 예산 8000억원 중 정부 지원은 2000억원(25%)인데 싱가포르 대학은 대학 재정의 80%를 정부가 지원한다"며 정부 지원 부족을 내비쳤다. 신 총장은 앞선 ‘카이스트 비전 2031’을 발표한 기자 간담회에서도 같은 얘기를 한 바 있다. 정말 카이스트 예산 중 국고지원이 20%에 불과할까?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카이스트는 누구나 알다시피 국가가 설립・운영하는 국가기관이고, 한국과학기술원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제 1조에 따르면 카이스트는 △고급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고 △기초·응용연구를 하며 △다른 연구기관이나 산업계 등에 대한 연구지원을 하는 기관이다.

이에 따라 국가 또는 공공기관은 카이스트의 설립·건설·연구 및 운영에 필요한 경비에 충당하도록 출연금을 지급(제10조)할 수 있고, 국가는 카이스트에 설립과 운영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국유재산과 물품을 무상으로 양여, 사용허가 및 대부(제11조)할 수 있다. 아울러 카이스트를 운영하는 법인 이사 및 감사는 교육부장관의 동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선임(제6조)하고, 총장 역시 같은 절차를 거쳐 선임(제7조)한다.

이런 카이스트에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이 25%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뭔가 이상하다. 왜냐하면 2016년 전국 사립대학 수입 총액 대비 국고보조금 비율이 22.6%였기 때문이다. 이 수치만 본다면 국립대와 사립대 국고보조금 차이가 거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또한 국립대는 등록금이 저렴한 대신 국가가 운영비를 지원한다는 통념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정부출연금만 계산하면 26.1%로 사립대 평균과 큰 차이 없어

그렇다면 이런 주장은 어떻게 나왔을까? 실제, 2016년 카이스트가 누리집에 공개한 수입지출 현황을 보면, 7403억원의 수입 중 ‘정부출연금 등 정부순지원수입’은 1929억원(26.1%)이었다. 카이스트 총장의 ‘국고보조금 비율 25%’는 이를 근거로 말한 것 같다. 다시 말해 카이스트 총장은 수입총액 가운데 ‘정부출연금’만을 정부 지원만으로 본 것이고, 이를 근거로 한다면 그의 발언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국립대학에 지원되는 정부 지원은 ‘정부출연금’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16년 카이스트가 국세청 홈페이지 공익법인 공시 사이트에 공개한 일반회계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연구사업수익 3062억원 중 국가연구개발사업비가 2421억원이다.

국가연구개발사업비는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이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을 위하여 예산 또는 기금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말한다. 카이스트 일반회계 손익계산서의 ‘국가연구개발사업비’는 정부로부터 받는 연구개발사업비로 사실상 카이스트에 지원되는 정부 지원금으로 봐야 한다. 이를 반영해 신성철 총장이 언급한 ‘정부출연금’(1929억원)에 ‘국가연구개발사업비’(2421억원)를 합치면 카이스트 수입 총액(7403억원) 가운데 ‘정부 지원금’은 비율은 58.8%(4350억원)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카이스트 총장이 말한 ‘정부지원금 25%’는 거짓이다.

신성철 총장이 이 같이 발언할 수 있는 것은 카이스트가 『한국과학기술원법』에 따라 설립돼 일반대학들과 회계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대를 비롯한 일반 국립대학이나 사립대학의 정부 지원금 규모를 파악할 때는 교비회계(또는 법인회계)의 국고보조금・정부출연금과 함께 산학협력단회계 정부 지원금까지 포함해야 된다. 산학협력단회계는 연구수익을 중심으로 짜여진 회계인데 대학재정지원사업과 국가연구개발사업비 등이 주요 수입원이다. 대학교육연구소를 비롯한 다른 연구기관과 정부도 대학의 정부 지원금 산출을 할 때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교비회계및 산합협력단회계 합하면 지원 비율 서울대보다 높아

카이스트와 같이 법인체제로 운영되는 서울대의 정부 지원금도 법인회계 정부출연금수입 4081억원, 국고보조금수입 278억원, 자치단체보조금수입 62억원 등만 계산하면 비율이 낮지만 연구수익인 산학협력단회계 정부 지원금수익 4207억원을 합하면 총 8628억원으로 수입총액 대비 49.2%에 이른다. 카이스트가 서울대보다 정부지원을 더 받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사립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16년 사립대학(154교) 정부 지원금은 교비회계 국고보조금 2조8435억원 뿐이지만 연구수익 중심의 산학협력단회계의 정부지원금수익 2조6712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5조5147억원으로 전체 수입총액 대비 22.6%에 이른다.

물론, 정부의 대학 지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중장기적으로 정부 지원을 확대해 가야 한다. 그러나 총장이 자기 대학에 지원되는 정부지원금 규모를 최소화 해 국민들의 일반적인 인식을 벗어난 수준으로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된다.

2016년 국민권익위원회 전국 국공립대학 청렴도 조사결과, 카이스트가 조사대상중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출처: KBS 캡쳐

더군다나 신성철 총장은 앞서 언급한 기자 간담회에서 “개교 60주년을 맞는 2031년까지 세계 10위권 대학이 되겠다”고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2031년에는 올해 예산(8586억원)의 두 배가 넘는 2조원을 확보하는 게 목표”며, “연구비로 1조원, 정부출연금으로 6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기술수입료나 기부금 등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되풀이되는 카이스트 총장의 "세계 10위권 대학" 공약

대학 총장이 취임 이후 세계 몇위가 되겠다고 목표를 제시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제 카이스트 전임 총장이었던 서남표 총장(2006.07~2013.02)도 취임 2달 후 “KAIST를 세계 10위권의 과학기술 대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앞으로 7년간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서남표 총장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그런 약속을 지켰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총장이 대학 순위를 외치고 있는 사이 2011년부터 지금까지 카이스트 학생 1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신성철 총장은 ‘카이스트 비전 2031’에 필요한 예산 확보를 위해 연구비 수주와 기술료 수입을 늘리는 '기업가형 대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들이 전면에 서야 한다. 대학 총장이 업적을 남기기 위해 비전을 발표한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대학의 성과는 교수 연구와 학생들의 학습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지 거창한 비전을 발표하고, 목소리를 높인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카이스트에 필요한 것은 ‘세계적 순위’라는 목표가 아니라 대학 구성원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의 어려움을 먼저 듣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지 않을까?

대학교육연구소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1993년 설립된 국내 유일 대학교육전문 비영리민간연구소. 교육여건, 교육재정, 교육정책 등 다방면에서 대학교육의 실태를 실증적으로 분석해 100여 권이 넘는 연구보고서를 내왔다. 천정부지로 뛰는 대학등록금 문제를 공식제기하고 '반값등록금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저서로 <미친등록금의 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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