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초세ㆍ택지상한제 부활시키려 '토지공개념' 헌법 명시?

  • 기자명 최승섭
  • 기사승인 2018.03.29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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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개헌안에 포함된 토지공개념 논쟁이 뜨겁다.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와 포털 댓글에는 ‘사유재산을 몰수할 것이다.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이냐’ 등 과격한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대로 토지공개념이 기존 헌법에는 없다가 이번에 새로 들어간 내용은 아니다. 현행 헌법 122조에는 토지공개념을 명시한 조문이 있지만 이를 좀 더 명확히 표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토지공개념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세 개의 제도가 있으니, '토지공개념 3법'으로 불리는 토지초과이득세(토지초과이득세법)와 택지소유상한제(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 개발이익환수제(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 중 두개는 현실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토지공개념을 반대하는 많은 이들이 이번 개헌안이 입법화 되면 사라진 저 제도가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 제도를 재도입하기 위해 정부가 토지공개념을 강화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과연 이는 사실일까?

현행 헌법

제122조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대통령 개헌안

제128조 ①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과 생활의 바탕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② 국가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1989년 8월 29일자 한겨레. 토지공개념 법안의 후퇴를 경고하고 있다.

1989년 전국적으로 집값과 전세값이 급등하고 토지 소유 편중 되자 국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 이에 노태우 정부는 토지공개념 입법에 착수했고, 12월30일 ‘택지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등 토지공개념 3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택지소유상한제는 가구당 200평 이상(서울 및 직할시 기준) 택지 소유자에게 공시지가의 7%(주택부속토지), 11%(나대지)의 세금을 부과한 제도다. 법인은 원칙적으로 택지를 소유할 수 없다. 토지초과이득세는 건축물이 지어지지 않은 ‘유휴 토지’로부터 지가상승률을 넘는 ‘초과이윤’의 50%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제도이다. 개발부담금제는 택지개발, 공단조성 등 개발사업에 대해 소요된 비용 및 사업기간 동안의 정상지가 상승분을 공제한 개발이익의 25%를 세금으로 부과한 제도다.

그러나 이들 법은 몇 년 가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토지초과이득세는 1994년 7월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으며, 택지초과소유부담금제는 1999년 4월 위헌판정을 받았다. 개발부담금제는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부담이라는 이유로 외환위기 때 부과가 중지됐다가 2005년 이후 다시 시행되고 있다 .

그럼 정말 정부는 이들 법을 다시 제정하기 위해 토지공개념을 개헌안에 넣은 걸일까? 정부의 도입 의지는 알 수 없다. 그럼 반대로 생각해보자. 현재 헌법상으로는 이 두 제도가 불가능한 것일까?

토초세 핵심은 합헌...과세표준 산정방식 등 세부내용만 헌법불합치

헌번재판소가 두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사실이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의 경우 1994년 7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다.(92헌바49) 그러나 토초세의 본질이 헌법에 불합치 한다는 판결은 아니었다. 헌법재판소는 과세표준의 산정방식, 단일세율, 유휴토지의 범위 등 기술적이고 세부적인 문제들이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가령 지가산정에 관련한 문제(제11조)의 경우, 공시지가 산정방식이 불합리하고, 과표의 산정방식을 행정부에 포괄 위임한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국회의 법안 개정이후 토지초과이득세법에 대한 합헌 판결(199.04.29)

토초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유휴토지에 대한 징벌적 과세는 위헌 판정을 받지 않았다. 실제 국회는 5개월 후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조문들을 개정했고 개정된 법률은 1999년 4월 합헌 판결을 받았다.(96헌바10) 당시 헌법재판소는 ‘토지공개념의 일환인 유휴토지의 보유단계에서 발생하는 지가상승액을 조세로 환수하게 하여 조세부담의 형평과 지가의 안정 및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도모하는 데 이바지하게 한 위 토지초과이득세법 규정에 대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수긍된다.’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미 국회가 조세저항을 견디지 못하고 1998년 토지초과이득세법을 스스로 폐기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폐기된 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1989년 9월 10일자 한겨레. 국회의원 설문 조사결과, 택지상한제가 위헌이 아니라고 답한 사람이 75%였다.

택지소유상한제, 기술적 문제가 과잉금지원칙 위배

택지소유상한제도 마찬가지이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상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으로 규정한 항목은 ‘특별시·광역시에 있어서 택지의 소유상한을 200평으로 정한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는지 여부’와 ‘법률 시행 이전부터 택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일률적으로 택지소유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이 신뢰이익을 해하는지 여부’, ‘매수청구 후에도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등이다. 토초세와 마찬가지로 법의 본질이 아니라 지엽적, 기술적 문제에 대한 위헌 판결이었다.

헌법재판소는 판결문(94헌바37)에서 "위와 같은 (택지소유상한제) 입법목적은 국가가 입법을 통하여 추구할 수 있는 정당한 공익이자, 헌법 제35조 제3항에 규정된 국가의 의무(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의무)이며, 헌법 제122조에 의한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는 권한에도 그 헌법적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므로, 법의 목적은 정당하다 아니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즉 택지소유상한제 본질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토지공개념 3법 중 2개는 모두 현행 헌법에서 부활이 모두 가능하다. 토지초과이득세법은 1999년 합헌 판결을 받은 내용으로 다시 발의하면 되고,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토지초과이득세법과 마찬가지로 일부 항목을 수정해 발의하면 된다 (국회에서 합의가 될 가능성은 낮다). 모두 취지와 본질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아래 동영상에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토지공개념의 취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상 살펴본 것처럼 토지공개념3법은 토지초과이득세법은 1999년 합헌 당시 안을 다시 제정하고,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은 문제가 된 몇몇 부분만 수정하면 현행 헌법하에서도 제정 및 시행이 가능하다.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은 이미 시행중이다. 따라서 토지공개념 3법을 재도입하기 위해 대통령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넣었다는 일부의 주장은 '대체로 거짓'이다. 물론 개헌 이후 정부가 토지초과이득세와 택지소유상한제를 재도입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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