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 대신 광고주 우선한 뒤 유튜브 '대참사'

[황장석의 실리콘밸리 팩트체크] 유튜브 총격 사건의 배경, 검열 강화

  • 기사입력 2018.04.17 23:58
  • 기자명 황장석

지난 3일 실리콘밸리 도시 샌브루노(San Bruno)에 있는 유튜브 본사에서 한 유튜브 채널 운영자(유튜버)가 총을 난사해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범인은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유튜브의 콘텐츠 검열 강화와 그에 따른 수입 저하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범행으로 보인다는 게 사건을 조사한 샌브루노 경찰 측의 얘기였는데요. 유튜브 검열이 왜 범행 동기로 지목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유튜버 나심 아그담이 총기를 난사한 뒤 경찰이 유튜브 본사를 조사하고 있다. 

범인은 이란 출신 동물보호 운동가 유튜버

범인의 이름은 나심 아그담(Nasim Aghdam). 나이는 38세, 성별은 여성입니다. 이란 태생으로 가족이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10대 후반부터 캘리포니아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아그담의 가족은 이란에서 허용하지 않는 종교를 갖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망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범행 전까지 살던 지역은 남부 샌디에이고(San Diego)였습니다. 2011년경부터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는데요, 스스로를 채식주의 예술가, 바디빌더, 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요구하는 행동가 등으로 불렀습니다. 주로 그와 관련된 동영상을 제작해 올렸고요.

뉴욕타임스 보도를 보면, 이란에선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많은 팔로워를 가진 소셜미디어(SNS) 스타로 닉네임이 '그린 나심(Green Nasim)'이었습니다. 이란어와 터키어를 모두 쓰는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다가 미국에 왔는데요, 유튜브 채널을 비롯한 소셜미디어는 이란어와 터키어, 영어 등 세가지 언어로 운영했습니다.

나심 아그담의 유튜브 동영상 캡쳐. 그는 동물보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왔다.

미국 생활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범행 4일 전인 3월 30일 동영상에선 이란어로 “이란에선 도끼로 사람을 죽이지만 이곳(미국)에선 면화(cotton)로 죽인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 말은 이란에서 '눈치 채지 못하는 방법으로 죽인다'는 의미라고 하는군요. 다른 동영상에선 “(미국은) 겉으로만 보면 자유로운 곳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란보다 훨씬 살기 좋지 않은 곳이며, 그런 (사회) 시스템과 거대 기업들의 문제점을 비판할라 치면 검열을 당하게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광고주 신뢰 회복 위한 유튜브의 검열 강화

검열 얘기가 나왔는데요, 앞서 언급했듯 아그담의 직업은 유튜브에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창작자였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유튜브의 검열 정책이 대폭 강화되면서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아그담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유튜브 검열로 내 채널들이 조회수를 얻지 못하게 됐다”고 불만을 터트렸습니다. 또 자신의 채널들이 28일 동안 36만6000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는데도 광고수입은 10센트(100원)에 불과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튜브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창작자를 대상으로 파트너를 선정해 일정한 비율의 이익을 배분하는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YPP)을 운영합니다. 파트너가 되면 자신이 올리는 동영상에 붙는 광고 수입을 나눠 받을 수 있고, 유료서비스 유튜브 레드(YouTube Red) 가입자가 동영상을 시청하는 숫자에 비례해 일정 금액을 배분 받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 기준이 올해 1월 중순부터 크게 강화됐습니다. 회사 측이 '광고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담보하기 위해 취한 조치였습니다. 이미 지난해 4월 기준이 한 차례 강화되면서 동영상 채널의 시청 누적 횟수가 1만회 이상이어야 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할 수 있었는데, 그보다 더 어렵게 바뀌었습니다. 올해 1월 16일부터는 '최근 1년 동안 총 시청 시간 4000시간, 구독자 1000명 이상'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만 프로그램 신청 자격이 주어지게 됐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측은 이렇게 기준을 강화해도 크게 피해를 입는 채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체 분석 결과, 검열 정책 변화로) 영향을 받는 채널들 중 99%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수입이 100달러 미만이었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머신러닝 알고리즘 도입과 인간 모니터 확대

유튜브는 갈수록 엄격하게 동영상을 검열하고 있습니다. 2017년 6월부터는 인간 모니터 요원(human reviewer)과 함께 인공지능(AI) 기술인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동영상 검열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지적재산권 침해, 인권 침해, 혐오, 지나친 폭력성, 이념 정치 측면의 극단성 등을 담고 있으면 시청연령 제한을 하기도 하고 삭제하기도 하며, 광고 부적합 판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지난해 12월 수전 워치츠키 최고경영자(CEO)는 공식 블로그에서 “머신러닝 알고리즘 도입 이후 12월까지 약 6개월 동안 15만개의 폭력적인 극단주의 동영상을 삭제했는데 그 중 98%가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걸러졌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 유튜브가 도입한 프리미엄 광고 프로그램인 '구글의 선택(Google Preferred)' 검열도 강화해 왔습니다. '구글의 선택'은 광고비를 더 비싸게 받는 대신 믿을 수 있는 인기 동영상에 광고를 할 수 있게 해준다며 도입한 프로그램입니다. 유튜브는 올해 초부터 부문별 인기 상위 5% 채널인 '구글의 선택'에 포함된 동영상에 대해 1차 컴퓨터 머신러닝 알고리즘 검열에 이어 2차로 인간 모니터 요원이 한번 더 눈으로 걸러내는 검증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이런 검증 작업을 하는 인원은 올해까지 1만명 이상으로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이렇게 동영상 검열을 급격히 강화한 건 2017년 유튜브가 심각한 위기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광고주 신뢰를 잃는 사건들이 잇따라 터졌던 겁니다. 지난해 초에는 인종차별, 테러리즘 등을 옹호하는 내용이 포함된 동영상들에 광고가 게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광고주 이탈이 잇따랐고, 11월엔 유튜브 프로그램에 선정된 채널들에 어린이 학대 동영상이 올려져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문제가 됐습니다. 또 12월엔 유튜브 스타 중 한 명이 자살한 사람의 영상을 업로드한 상태로 조회수가 수백만 명에 이를 때까지 방치하고 있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유튜브는 '광고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걸 표어처럼 내걸고 있다고 합니다.

 

광고주에 밀린 창작자의 분노?

동영상을 올리는 유튜브 채널 운영으로 얻는 수입이 아그담의 주 수입이었습니다. 그는 범행 직전까지 동영상에서, 때론 가족들과의 대화에서, 유튜브의 검열 정책에 불만을 터트렸다고 합니다. 실리콘밸리 현지언론 보도를 보면, 아그담의 아버지는 딸이 유튜브를 증오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자신이 올린 동영상이 유튜브 검열(심의)에 걸려 삭제되거나 광고 부적합 판정을 받아 배제되면서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아그담처럼 불만을 표출하는 유튜버들이 적지 않습니다. 광고주 신뢰를 회복한다며 창작자를 '찬밥' 취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록 유튜브 플랫폼에 대해 법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지만 우리가 유튜브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구성원이 아니냐는 자부심,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겁니다. 스팀잇(Steemit)의 블록체인 기반 동영상 플랫폼 디튜브(DTube)로 갈아타는 창작자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배경이기도 합니다.

물론 유튜브는 로그인하는 월별 이용자만 15억명인데 반해 디튜브를 서비스하는 스팀잇은 계정을 만든 사람이 100만명 수준일 만큼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엑소더스 수준으로 얘기하는 건 과장이죠. 그래도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유튜브 대신 새로운 플랫폼을 찾는 움직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인간보다 정확하게 검열할 만큼 기술 수준이 높지도 않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동영상이 부당하게 검열대에 오른다는 불만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유튜브가 프리미엄 광고를 붙일 동영상은 인간 모니터 요원이 한번 더 검열하게 하고 있으니까요.

2017년 1월 나심 아그담은 유튜브가 자신의 콘텐츠를 부당한게 차별하고 검열하고 있다는 동영상을 올렸다.

'유튜버 광고 대참사' 갈등은 현재진행형

아그담은 샌디에고 근처 자신의 집에서 유튜브 본사가 있는 샌브루노까지 800km를 자동차로 왔습니다. 서울-부산 거리 456km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거리인데요, 고속도로를 타고 최단거리로 달려도 8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범행 직전 주말, 그러니까 3월 31일부터 가족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그담은 범행 11시간 전인 당일 새벽 1시 40분경 유튜브의 모기업 구글 본사가 있는 도시 마운틴뷰에서 경찰에 발견됐습니다. 차량에서 잠을 자다가 경찰 검문을 당한 건데요, 이때 경찰은 별 수상한 낌새를 채지 못했습니다. 마운틴뷰에 간 이유는 확실치 않지만 일단 구글 본사 근처로 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마운틴뷰에서 범행을 저지른 유튜브 건물까지는 48km 정도로 교통체증이 없으면 자동차로 30분이면 도착합니다. 총을 품에 안고 분노를 억누르며 차를 몰고 실리콘밸리까지 온 아그담은 결국 유튜브 본사를 찾아가 범행을 저지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불만이 있는 회사를 찾아가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쏜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다만 광고주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두는 유튜브의 검열 정책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창작자(유튜버)들의 불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줄어들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유튜브에서 16만명 이상 구독자를 둔 뉴스비평 채널 운영자 매트 자보(Matt Jarbo)의 말을 실었습니다. 그는 올해 1월 유튜브의 검열 정책 강화를 '광고 대참사(adpocalypse, advertisement+apocalypse)'로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광고 대참사가 벌어졌을 때 모든 사람(유튜버)의 수입은 엉망이 됐고 유튜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와) 소통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광고주, 시청자, 창작자 이 세 그룹을 둘러싼 유튜브의 정책이 어떻게 변화할 지, 특히 창작자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황장석    surono@naver.com  최근글보기
2002년부터 동아일보와 서울신문에서 정치부, 사회부,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2012년 스탠포드대학교 후버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역임했다. 퇴사 이후 실리콘밸리 근처에 거주하며 한국 언론을 통해 실리콘밸리와 IT기업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7년 실리콘밸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한 책 <실리콘밸리 스토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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