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와 ‘성인물’의 공통점 ‘19금’

만 18세 군대도 가고 결혼도 할 수 있지만 투표는 불가

  • 기사입력 2018.04.21 04:48
  • 최종수정 2018.04.21 17:13
  • 기자명 송영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개헌안에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된데 이어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청소년 참정권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관련된 팩트들을 확인했다.

 

노컷뉴스 유튜브 화면 캡처

현행 공직선거법은 19세 이상의 국민에게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을 주고 있다. 한국의 선거 연령은 1948년에 21세에서 1960년에 20세, 2005년에 19세로 낮아졌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만 18세가 된 2000년 출생아 수는 63만4501명이다.

 

선거연령 19세 이상 합헌 판결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2013년과 2014년에 선거연령을 19세 이상으로 한 것에 대해 합헌판결을 내린 바 있다. “19세 미만은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신체적 자율성을 충분히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013년 판결 당시에도 박한철·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사회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했고 이런 변화는 청소년을 비롯한 국민의 정치적 의식 수준을 크게 고양했다”면서 중등교육을 마칠 나이의 국민은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1997년 6월에는 선거연령 20세 제한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국의 현행법에서 18살이면 결혼도 하고(민법), 운전면허를 따고(도로교통법), 군에 입대하고(병역법), 8급 이하 공무원도 될 수 있다(공무원임용시험령). 물론 취업도 가능하다. 그러나 투표는 불가능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관계법 개정의견 자료 캡처

선거연령 하한에 자유한국당도 찬성했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문제는 점차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오는 추세였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소극적인 태도로 진행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지난 3월 22일 혁신위원회 발표를 통해 선거연령 하향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용태 한국당 혁신위원장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혁신안’을 발표했다. 선거연령 하향과 함께 현재 25세인 대통령·국회의원의 피선거권 연령도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자유한국당의 강석호·황영철·장제원·이종구·홍일표·박인숙·홍철호·김세연·신보라·김용태·김종석 의원 등 13명은 선거연령 하향을 위한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거나 이미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OECD국가 중 ‘최고령’ 선거연령

중앙선거관리의원회가 2016년 8월 국회에 제출한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에 따르면, 전 세계 147개국이 18세부터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가운데 선거연령이 19세 이상인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만 18세 또는 그보다 낮은 연령부터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32개국의 선거연령은 18세 이상이고 오스트리아는 만 16세 이상이다. 미국은 대선투표는 만 18세 이상이지만 일부 주에서는 만 17세부터 전당대회 대의원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선거연령은 만 17세 이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관계법 개정의견 자료 캡처

20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1945년도 제정 선거법을 70년 동안 고수했던 일본도 2016년부터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췄다.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백과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13개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 만 18세 이상에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6개국에서는 만 16세부터, 5개국에서는 만 17세부터 선거권이 있다. 한국보다 선거연령이 높은 국가는 중화민국·나우루(20세), 말레이시아·싱가포르·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오만·중앙아프리카공화국·카메룬·가봉·사모아·통가(21세) 등 12개 국가뿐이다.

 

여론도 선거연령 하향지지 추세

현행 만 19세 이상인 선거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것에 대해 국민 10명중 6명이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반대 의견은 38.2%였다. 불과 1년 여 전인 지난해 1월초 조사에서는 찬성(46%)과 반대(48.1%)의견이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 16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것에 대해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 응답이 59.0%(매우 찬성 34.3%, 찬성하는 편 24.7%)로 집계됐다. 반대는 38.2%(매우 반대 14.5%, 반대하는 편 23.7%)로 나타났다. ‘잘모름’은 2.8%.

리얼미터는 “작년 1월 4일 선거연령을 만 18세 이상 또는 17세 이상으로 조정하는 데 대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46.0%, 반대 48.1%로 양론이 팽팽했지만 1년여 만에 찬성 여론이 상당폭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70년 전에 제정된 피선거권도 개정이 필요하다

피선거권은 공직선거법에 정의되어 있다. 공직선거법 제16조 2항에서는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의 피선거권 연령을 ‘25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1947년에 제정됐다.

대학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와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국민의 4대 의무인 근로·납세·국방·교육의 의무를 수행했거나 성실하게 수행하며 법적인 의무를 다하고 있어도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다.

정의당은 지난달 29일 “대한민국의 만 19~24세 청년들은 참정권을 박탈당하고 있다”며서 “25세 피선거권 제한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청년위원회도 “현재 공직선거법상 총선과 지방선거에 출마 가능한 연령은 만 25세이상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볼 때도 만25세 피선거권은 지나치게 높은 연령 제한”이라 지적하고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스웨덴, 뉴질랜드 같은 국가는 만18세만 되면 총선과 지방선거에 모두 출마할 수 있고, 최근 일본도 만22세로 피선거권을 낮췄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인 추세도 선거권 연령 하향과 더불어 피선거권 연령도 낮추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독일과 스페인, 캐나다 등은 피선거권 행사 연령을 선거권과 같은 만 18세로 규정하고 있고,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21세, 23세로 제한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선거권과 피선거권 행사 연령에 차이를 두지 않거나 피선거권 연령을 선거권보다 3~5세 가량 높게 책정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2013년 2월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보장이라는 헌법의 이념과 참정권 확대라는 민주주의의 원칙에 비추어 입법부에서는 선거권 연령 기준의 하향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송영훈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프로듀서로 시작해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시민을 위한 팩트체크 안내서>, <올바른 저널리즘 실천을 위한 언론인 안내서> 등의 공동필자였고, <고교독서평설>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KBS라디오, CBS라디오, TBS라디오 등의 팩트체크 코너에 출연했으며, 현재는 <열린라디오 YTN> 미디어비평 코너에 정기적으로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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