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드루킹 특검' 여론조사가 매크로 조작?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8.04.2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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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ㆍ바른미래당ㆍ민주평화당 등 야3당은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을 '대선 불법 여론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특별검사법과 국정조사요구서를 23일 공동으로 제출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는 야3당의 요구와 거리가 있었다. 국민 절반이 특검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리얼미터와 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드루킹 사건에 대해 '검찰수사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52.4%로 과반이 넘었다. '특검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38.1%가 나왔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이에 대해 바른미래당에서 여론조사 조작의혹을 제기했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댓글조작대응TF위원장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 반대 여론이 더 높은 것에 대해) 이것 역시 매크로 조사결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우리는 당연하게 하게 된다"며 조작의혹을 제기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같은날 본인의 페이스북에 "여론조작은 댓글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응답률 2~3%짜리 ARS 여론조사, 교묘하게 구성된 질문과 조작된 예시의 순서 등으로 저들이 필요한 결과를 만들고 필요할 때 공개해주는 방식으로도 여론조작은 현재 진행형입니다"라고 적었다. 사실상 리얼미터 여론조사가 조작된 것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조작 의혹제기는 근거가 있는 것일까?

우선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과정을 알아보자. 공식명칭은 [CBS 현안조사] '드루킹 사건' 수사주체에 대한 국민인식이다. 공개된 조사개요에 따르면 샘플 표집방법은 무선 80%, 유선 20% 무작위 전화걸기였다. 조사방법은 무선(10%) 전화면접, 무선(70%)ㆍ유선(20%) 자동응답 혼용이었다. 즉 무작위로 생성된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어 만 19세 이상인지 확인한 뒤 응답을 받은 것이다. 

CBS-리얼미터 '드루킹 사건' 현안조사 개요.

반면 권은희 의원이 언급한 매크로 조작의혹은 댓글에 적용되는 것이다. 원래 매크로란 자주 사용하는 명령어를 클릭 한번으로 처리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인터넷 포털 기사에 붙는 특정 댓글의 공감수를 인위적으로 늘리는데 사용되는 것이 '매크로 프로그램'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사람이 직접 전화를 하거나, 기계가 전화를 걸어 응답을 받는 방식이다. 전화 여론조사라서 댓글 조작에 쓰인 매크로 프로그램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권 의원은 매크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잘 몰랐거나, 국민 절반이 특검을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어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후보도 리얼미터 여론조사 조작 의혹제기를 했지만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조작됐는지 제시하지 못했다. 

불리한 여론조사가 나올 경우 정치권에서 여론조사 신뢰도를 문제 삼는 것은 흔한 일이다. 소위 '인지부조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신뢰도에 의문을 가하기도 하지만 지지층 결집을 위해 정략적으로 조작설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월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다른 여론조사보다 낮게 나온다는 이유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갤럽의 여론조사결과 조작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또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율이 50~70%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하자 야권 지지층에서는 여론조사 조작설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가 자사 홈페이지에 직접 조작의혹에 대한 해명글을 올린 바 있다. 

뉴스톱의 판단

권은희 바른미래당 댓글조작대응TF위원장은 특검 반대 여론이 과반인 것에 대해 '매크로 조작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무작위 추출 유무선 전화걸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댓글 조작에 이용된 매크로 프로그램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야당의원으로서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처럼 터무니없는 의혹제기는 당 공식기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뉴스톱은 권 의원의 주장을 거짓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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