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역대 최고의 강속구 투수인가

  • 기자명 최민규
  • 기사승인 2018.04.25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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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에인절스의 일본인 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화려한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극도의 부진을 겪었지만 타자로서 3경기 연속 홈런을 쳤고, 투수로선 두 경기 모두 승리를 따냈다. 4월 8일(이하 현지시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선 7이닝 동안 삼진 12개를 잡아내며 1피안타 무실점으로 거의 완벽한 투구를 했다.

17일 보스턴 레드삭스전에선 2이닝만에 강판됐지만 손가락 물집이 벗겨진 탓이었다. 타자로는 20일부터 출장을 재개해 12타수에서 3안타를 쳐냈다. 시즌 타율은 0.333에 OPS(출루율+장타율)는 0.997이다. 지금 메이저리그는 평균 타율이 0.241인 투고타저 시즌이다.

‘투수 오타니’의 트레이드 마크는 강속구다. 고교 2학년 때 시속 160㎞를 던졌고, 일본프로야구 사상 최고 구속 기록(시속 165㎞)을 보유하고 있다.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

하지만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오타니는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24일 현재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구속 기록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22세 구원 투수 조던 힉스가 갖고 있다. 그는 4월 17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크리스 브라이언트를 상대로 시속 101.7마일(163.6㎞) 강속구를 던졌다. 오타니의 최고 기록은 오클랜드전에서 작성한 시속 99.6마일(160.3㎞)다. 선발투수로는 뉴욕 양키스의 루이스 세베리노가 시속 100.2마일(161.2㎞)로 가장 빠른 공을 던졌다.

선발 투수 평균 구속으로 따지면 세베리노가 1위(97.5마일), 뉴욕 메츠의 노아 신더가드가 2위(97.2마일), 그리고 오타니가 3위(97.0마일)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00년대 이후 패스트볼이 빨라지는 추세다. 2002년 메이저리그 평균 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88.6마일(142.5㎞)였다. 2006년엔 시속 89.9마일(144.6㎞)이 됐고, 2010년엔 시속 90.5마일(145.7㎞)로 늘었다. 2016년엔 91.8마일(147.7㎞)이었다. 2015년 이후 스탯캐스트 시스템이 측정한 가장 빠른 공은 뉴욕 양키스의 마무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이 2016년 세운 105.1마일(169.1km)다.

그렇다면 채프먼은 야구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을 던졌을까. 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사람의 눈은 정확한 스피드를 측정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스피드건이 발명되기 전의 정확한 구속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전문가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일본 프로야구 400승 투수 가네다 마사이치는 현역 시절 불 같은 강속구를 던졌다고 알려져 있다. SK 와이번스의 손혁 투수 코치에게 가네다의 현역 시절 피칭 영상을 전달한 뒤 구속을 어림잡을 수 있겠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손 코치는 답 대신 “당시 일본 프로야구의 평균 구속이 어느 정도였죠”라고 되물었다. 타자의 반응과 당대 평균을 비교해야 어림짐작도 계산하다는 얘기였다.

1910년대 강속구 투수 월터 존슨의 구속을 측정한 내용을 담은 신문 기사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기기를 이용한 구속 측정이 이뤄진 때는 1912년이다. 베이스볼매거진이라는 잡지에서 당대 최고의 강속구 투수로 꼽히던 월터 존슨과 냅 러커의 공을 특수 크로노그래프로 측정했다. 레밍턴사가 탄환 속도를 재기 위해 고안한 장치였다. 야구공이 4.545m 길이의 터널을 통과하게 한 후 이 거리를 야구공이 터널을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을 측정해 나눴다. 존슨의 공은 시속 83마일(133.5㎞), 러커는 77마일(123.9㎞)로 측정됐다.

존슨은 1914년 다른 방식의 두 실험에도 참가했다. 하나는 일정 속도로 달리는 모터사이클, 다른 하나는 탄도진자를 이용한 실험이었다. 두 실험에서 모두 존슨의 공은 시속 99.7마일(160.4km)로 측정됐다.

존슨 이후 가장 빠른 공을 던졌던 투수로 꼽히는 이는 1936년 17세 나이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밥 펠러다. 펠러는 1946년 8월 20일 워싱턴 그리피스스타디움에서 구속 측정을 했다. 이때에는 광전효과를 이용한 속도 측정 장치가 이용했다. 미 육군에서 포탄 속도를 재기 위해 개발한 장비였다. 홈플레이트 앞 5피트 지점에서 측정한 결과는 시속 98.6마일(158.6㎞)이었다.

최근 구속측정용 레이더 건은 손바닥보다 작은 휴대전화 크기로 나오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레이더 건은 1954년 개발됐다. 이 장비는 1960년대 미국 경찰 당국이 과속 위반 단속용으로 사용하면서 보급되기 시작했다. 야구에 레이더 건이 도입된 시기는 이보다 상당히 늦은 1974년이었다. 미시건대학 야구부 코치인 대니 리트휠러가 교내 경찰에서 빌린 레이더 건으로 투수들의 구속을 쟀다. 그리고 이내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이 새로운 장비에 관심을 나타냈다. 종전 구속 측정 장비들과 가장 큰 차이는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됐고, 구입과 활용에 용이했다.

이해 8월 20일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의 당대 최고 강속구 투수 놀란 라이언은 애너하임 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 경기에서 라이언은 삼진 19개를 잡아내며 연장 19회까지 완투했지만 팀은 0-1로 졌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기네스북 기록이 세워졌다. 새로운 레이더 건으로 측정한 라이언의 최고 구속은 시속 100.9마일(162.3㎞)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던 힉스, 루이스 세베리노, 월터 존슨, 롭 디블, 놀란 라이언, 밥 펠러

이후 오랫동안 메이저리그 경기에선 라이언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진 투수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1992년 신시내티 레즈 투수 랍 디블이 시속 101마일을 던져 라이언의 기록을 경신했다. 물론 당시 투구 스피드는 공식 기록이 아니라 엄격한 의미에서 ‘경신’은 아니었다. 1997년 월드시리즈에선 플로리다 말린스 투수 랍 넨이 102마일을 던졌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론 100마일 투수는 과거에 비해 아주 흔해졌다. (메이저리그 역대 강속구 기록을 담은 웹사이트)

과거에 비해 투수들의 체격은 커지고, 웨이트트레이닝 기법이 발달됐다. 그리고 한동안 금지약물을 복용한 투수들도 많았다. 하지만 100마일 투구의 급증 현상은 측정 방식의 차이 탓이 크다.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운영하는 스탯캐스트는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손끝 위치에서 구속을 측정한다. 수 년 전 PITCH f/x라는 시스템을 운영할 때는 홈 플레이트에서 50피트 떨어진 거리가 기준이었다. 1974년 8월 20일 라이언의 기네스 북 기록은 홈플레이트에서 10피트 가량 거리에서 측정된 것이다. 물리 법칙에 따라 투수가 던진 공은 멀리 날아갈수록 속도가 떨어진다.

미국의 한 야구 연구가는 라이언의 시속 100.9마일 투구를 홈플레이트 50피트 거리에서의 측정치로 환산하는 공식을 개발한 적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인터넷에서 링크가 사라졌지만 여러 미국 언론 기사에서 인용된 방식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라이언의 보정 구속은 시속 108.1마일(173.9km)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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