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저귐(Tweet)에 세계가 주목했다

  • 기자명 박기범
  • 기사승인 2018.05.1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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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Twitter)는 현재 가장 인기있는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회 관계망 서비스) 중 하나다. twitter라는 단어는 "새들이 지저귀다"라는 의미의 동사다. 새가 짹짹거리는 것처럼 사람들이 수다를 떠는 모습을 묘사하는 뜻으로 확장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트위터리안(tweeterian), 그들이 올리는 글은 트윗(tweet)이라고 부른다. tweet란 단어 역시 우리말로 '새들이 지저귀다' 혹은 '새들의 지저귐 소리'를 의미한다. 누군가의 트윗이 마음에 들어 공유하는 행위는 리트윗(retweet)이라고 불리는데, 최근 원어민들은 'I agree'라는 말 대신 은어(slang)로 사용하기도 한다. 

전세계 젊은이들의 놀이터에 불과했던 트위터가 이제는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할 만한 위상으로 격상된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길 즐긴다. 전례가 없는 소통 방식에 정치적 논란이 많이 있었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는다.

신문과 방송 등 전통적인 언론 미디어를 생략하고, 본인의 행정부 관료나 대변인 등을 거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행위의 핵심적 도구로 자리 잡았다. 유력 언론들을 '가짜뉴스'라고 비난하는 등 전통적 미디어를 극도로 혐오해 온 트럼프가 선택한 훌륭한 대안이다.

취임 초반에는 매우 생소하고 충격적으로 보였지만, 이제는 학습효과 때문인지 미디어나 대중이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에 한층 적응된 모습이다. 이제는 전세계 언론 역시 그의 트위터 업데이트를 주목하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의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묘한 짜릿함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엄청난 수의 전세계 누리꾼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트위터 댓글로 직접 소통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전문지 Investorplace는 "트럼프가 트위터를 살려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Then came President Donald Trump, who in my opinion saved Twitter stock and the company’s current form."

그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는데, 내 생각엔 그가 트위터 주가와 기업 경영상태를 구해냈다.

이 매체는 또한 트럼프의 트위터가 정치에 관심 있는 세계 각지의 누리꾼들을 트위터로 끌어들인다고 분석했다.

"Anyone interested in politics has no option but follow Mr. Trump on Twitter."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트위터에서 트럼프를 팔로우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2년간 미국 내 트위터 이용자 수는 정체되었지만, 미국 밖에선 2억4500만명에서 2억6700만명으로 10% 이상 증가했다.

부시와 오바마 정권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츠 게이츠는 최근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정치가 최근의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었다고 인정했다.

"I think that the unpredictability, in terms of some of the tweets and some of the tough talk, did get the attention of the North Koreans and the Chinese as well."

트윗이나 거친 말 속에 담긴 불확실성이 북한 뿐 아니라 중국의 주목을 분명히 끌어냈다고 나는 생각한다

predict라는 동사는 '미리'의 뜻을 가진 접두사 [pre-]와 '말하다'의 뜻을 가진 어근 [dict]이 조합되어 '미리 예언하다'라는 의미가 된다. unpredictability는 부정을 의미하는 접두사 [un-]과 '예언하다'라는 뜻의 동사 [predict], 그리고 '능력'을 의미하는 [ability]가 조합된 단어다. 우리말로는 '예측불가능성' 혹은 '불확실성'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에 대한 기존 정치권과 언론의 우려와 걱정을 한마디로 요약한 단어가 바로 unpredictability다. 참모진이나 언론을 거치지 않고 즉흥적으로 대중에게 전달되는 트윗들이 어떤 여파를 가져올 지 누구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출처: pixabay

 

사실 작년만 해도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작은 로켓맨(little rocket man), 미치광이(madman), 작은 뚱보(short and fat) 등의 표현으로 북한의 김정은을 조롱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강경한 트윗들이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데 상당히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정책 결정이나 중대 발표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 4월 30일 트윗에서는 북미회담장소로 "판문점 평화의 집과 자유의 집이 더 상징적(representative)이고, 중요하면서도(important), 오래 기억될(lasting) 장소가 아니겠냐"고 물었다.

"그냥 물어보는 겁니다!(Just asking!)"라며 얼버무리긴 했지만 트위터로 대중과 소통하며 정책을 결정하려는 시도가 큰 주목을 받았다. 5월 3일 트윗에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이 풀려날 것을 암시하는 "Stay tuned!"라는 표현이 화제가 되었다.

tune이란 영어 단어는 '곡조', '선율'의 뜻을 가진 명사와, '음을 맞추다', '조율하다'란 의미의 동사로 사용된다. 라디오에서 주파수를 맞춰주는 동조기, 피아노 음을 맞춰주는 조율사 등을 튜너(tuner)라고 한다. 기타 등의 악기를 조율하는 작업을 튜닝(tunning)이라는 외래어로 많이 부르기도 한다.

"Stay tuned!"라는 말은 '주파수를 잘 맞춘 채로 있으라'는 뜻으로 쉽게는 '채널 고정'으로 번역할 수 있다. 곧 중대 발표가 있을테니 귀를 쫑긋 세우고 대기하라는 트럼프의 요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대중과 소통하는 주요 채널로 사용하고 있다는 증거다.

5월 10일 트윗은 북미회담장소가 싱가포르로 결정되었음을 직접 알리는 역사적인 발표였다. 국가의 중대 정책 결정사항이 백악관 브리핑이나 언론 인터뷰가 아닌 트위터를 통해 대중에게 직접 전달된 역사적 사건이다. 

"The highly anticipated meeting between Kim Jong Un and myself will take place in Singapore on June 12th."

김정은과 나 사이에 매우 기대되는 회담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될 것입니다.

 

"We will both try to make it a very special moment for World Peace!"

우리 두 사람은 그것을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계획을 발표하자 5월 12일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는 "매우 현명하고 멋진 제스처! 고맙습니다.(Thank you, a very smart and gracious gesture!)"라고 응답했다.

gracious는 명사 grace에서 파생한 형용사로서, '자애로운', '품위 있는', '우아한' 등의 뜻이다. grace는 원래 '신의 은총'이라는 뜻에서 '품위', '우아함', '감사' 등의 의미로 확장되었다. 트럼프는 김정은의 핵시설 폐기 결정에 대해 최고의 찬사로 답한 것이다. 

미국 시카고 트럼프 타워엔 트럼프 트위터 도서관이 생겼다.

평화를 소망하는 세계인들은 환영했고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치하게 보였던 트럼프의 트윗들이 이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현재까지도 미국 정치계와 언론은 트럼프의 트위터 정치에 대해 우려섞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거침없고 위험한 트위터 소통방식이 대중들의 지지와 환호에 힘입어 투명한 직접민주주의의 새로운 활로로서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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