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전두환 회고록 판결'이 출판 자유 침해?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5.21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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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여러 관련 뉴스가 나오는 가운데, 가짜뉴스들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또, 허위사실을 담았기 때문에 문제가 된 전두환 회고록에 대해 출판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SBS 방송화면 캡처

1. ‘5·18 교도소 습격’, 대법원이 인정했다?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끊이지 않는 유언비어 가운데 시민군이 광주교도소를 습격했다는 설이 있다. SBS에서 팩트체킹했다.

광주교도소 습격설은 전두환 회고록에도 나온다. ‘시민군이 광주교도소를 6번에 걸쳐 집요하게 공격했다’, ‘교도소에 수감된 간첩들을 해방하려고 했던 거다’ 이런 취지로 쓰여 있다. 극우 인사들도 이 주장을 계속해 왔는데, ‘전두환 내란 목적 살인죄’에 대한 1997년 대법원 판결문이 교도소 습격설의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

판결문을 보면 80년 5월 22일, 광주교도소를 두 차례 공격한 사실은 인정됐다. 하지만 공격 의도나 몇 명이 이 공격에 참여했는지 등을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광주지방법원에서 전두환 회고록에 나오는 교도소 습격설은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6번에 걸쳐 집요하게 공격하지도 않았고, 간첩을 해방하려던 것도 아니어서 허위사실로 본 것이다.

교도소 공격의 이유는, 당시 교도소를 지키던 3공수여단이 도로 위 비무장 민간인들한테도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시민군이 이걸 막기 위해서 교도소를 공격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지난해 전남경찰청의 조사 결론도 “교도소 공격이 없었다는 당시 교도소장 등의 증언 등을 근거로 시민군의 교도소 지속 공격은 과장이거나 왜곡”이라는 것이다.

결국 ‘5.18 교도소 습격’의 팩트는 ‘교도소에 있던 3공수여단이 인근의 비무장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하자 이에 대해 반격했다’이다. 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을 놓아주려고 교도소를 공격한 것이 아니다.

 

JTBC 방송화면 캡처

2. 북핵 포기 대가 10년간 2100조원?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지가 ‘북핵 포기에 따라 앞으로 10년 동안 관련 국가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이 2조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100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고 한다. JTBC에서 팩트체킹했다.

정확하게는 ‘포천’의 기사가 아니라 ‘블룸버그’의 기사로, ‘블룸버그’의 기사 제목은 “역사가 안내서라면 북한 평화에 2조 달러의 비용이 들 수도”라는 내용이다.

“비핵화 비용으로 이만큼을 북한에 줘야한다”고 읽힐 수도 있지만 본문은 그렇지가 않다. “한국이 통일된다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라고 되어있다. 즉, ‘북핵 포기 대가’가 아니라 ‘통일 비용’ 추정치이다.

‘통일 비용’은 일방으로 주거나, 쓰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한다. 남북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는 것으로 ‘매몰비용’이 아니라 ‘투자’라는 설명이다.

미국 언론들이 한국의 통일에 ‘2100조 원이 든다’라고 한 근거는 영국의 한 연구소가 낸 보고서이다. 원문에는 “독일의 통일 사례로 어림 계산을 했다”라고 밝혔고, “북한이 이런 커다란 재정적 도움을 요구해야 한다거나 할 것이라고 우리가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적혀 있다. 독일의 상황에 한국의 인구, GDP 등을 단순 대입해서 나온 수치이다.

한국 내에서도 1990년대부터 ‘통일비용’을 분석한 사례가 많다. 이번 보고서의 수치와 비슷한 결과도 여러 건 있다.

 

3. ‘전두환 회고록’ 출판 금지가 헌법 침해?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14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재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에 대해 허위사실 삭제 없이는 출판과 배포를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회고록 가처분 결정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8월에도 법원은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 허위사실을 적어 5·18 관련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결했다.

잇따른 법원 결정에 전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회고록을 집필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지난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전체주의 국가도 아니고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을 출판 못 하게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주장했다. 회고록 내용에 대한 다툼과는 별개로 헌법이 보장한 출판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KBS에서 팩트체킹했다.

헌법 21조는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④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개인의 명예 보호’와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두 법익이 충돌했을 때 어느 쪽을 더 중요시할지에 대해선 매우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구체적인 사안을 놓고 사회적인 여러 가지 이익 등을 고려해 엄격히 따져야 한다. 사법부가 엄격하고 명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언론·출판에 대한 사전금지를 허용하는 이유다.

표현 행위에 대한 사전억제의 허용 요건은 ①표현 내용이 진실이 아닌 경우, ②피해자에게 중대하고 현저하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힐 우려가 있는 경우, ③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이지만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이다.

전 전 대통령 측은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회고록을 통해 본인의 의견을 밝히는 게 무슨 문제냐는 것이다. 이에 반해 5·18 단체들이 문제 삼는 건 허위 내용을 적시해 관련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이 성립되려면 기본적으로 사실의 적시를 전제로 해야 한다. 순수한 의견이나 논평은 명예훼손의 요건이 되지 않는다. 전 전 대통령 측이 개인 의견 표명을 내세우는 진짜 이유다.

하지만 간접적이거나 우회적인 표현이라 해도 전체 취지에 비추어 어떤 사실의 존재를 암시하고, 그로 인해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으로 본다. 광주지방법원도 이런 내용을 종합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전 전 대통령 측은 “논란이 된 내용이 진실이라고 믿었고 그와 같이 믿은 데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설령 회고록에 허위사실 내용이 담겼다 해도 위법성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이다. 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다르게 판단했다. 전 전 대통령 측이 그동안 나온 수많은 5·18 관련 자료와 증언, 과거사위 보고서 내용이 있음에도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보고 진실이라고 판단했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또 이미 확정된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마저 부인하면서 회고록에 관련 내용을 적은 건 허위사실 적시로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출판의 자유가 원칙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두 차례 반복된 법원의 가처분재판 결정과 과거 대법원 판례, 헌재 결정 등을 종합해볼 때 ‘전두환 회고록’은 허위사실을 포함하고 있고 5·18 관계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어 출판·배포에 적절한 제한이 가해질 수 있는 경우다.

또 전 전 대통령 측이 이미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은 사안을 기정사실로 해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최근엔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을 추가로 기소하는 등 일련의 상황을 살펴봤을 때 민정기 전 비서관의 “5.18 단체가 국민의 기본권인 출판의 자유를 해치고 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말’로 판단했다.

 

4. 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 벤츠 선물?

지난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타고 온 차가 문재인 대통령이 선물한 벤츠라는 인터넷 루머에 대해 노컷뉴스가 팩트체킹했다.

자유한국당 소속의 나상희 서울 양천구 의원은 지난 8일 ‘김정은 타고 온 벤츠 차는 문재인 청와대 구입 선물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이라는 글과 함께 극우와 혐오로 유명한 ‘일베’ 사이트 링크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링크는 일베 게시물로 연결되는데, “김정은이 타고 온 벤츠 마히바흐 S600 풀만가드는 2017년에 출시된 차량으로 북한에서 직접 살 수가 없는 차다, 이에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문제를 제기했고 독일 벤츠사에 문의한 결과 ‘한국의 친구가 선물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한국의 친구는 당연히 청와대 문재인”이라는 내용의 글이다.

일베에서 언급된 마이니치 신문의 문제 제기는 지난달 ‘억측(臆測)부르는 김정은의 고급차, 유엔 제재 중’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하지만 이 기사에서 마이니치 신문이 독일 벤츠사에 ‘직접’ 문의했다는 내용은 없다. 한 인터넷 매체가 벤츠 측과 대화를 나눈 내용을 인용한 것과 독일 일간지 빌트지를 인용해 “한국 친구에게 빌린지도”라는 추측 보도가 전부다.

마이니치 신문이 인용한 빌트지 기사에서도 문 대통령이 벤츠를 선물했다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기사 하단을 보면 “벤츠는 한국의 새로운 친구로부터 빌린 것일수도.. (But maybe the car was just a loan from Kim's new South Korean friends...)”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기자의 생각이 담긴 것으로 팩트가 아닌 추측에 불과한 내용이다.

김 위원장이 탄 벤츠 모델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다. 해당 게시글은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이 타고 다닌 벤츠가 2017년식의 모델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12월 TV조선은 김 위원장이 새 벤츠를 들여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대북소식통은 “일반적인 무역거래 물품으로 위장해 중국 랴오닝성 단둥 세관을 거쳐 반입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2016년 3월에는 벤츠를 탄 김 위원장의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공개된 김 위원장의 벤츠는 w221 모델로 외신에서도 여러 차례 소개됐고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태운 벤츠도 w221 모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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