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증거인멸?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7.0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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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돗물 마셔도 될까?

양승태 대법원장의 컴퓨터 디가우징은 증거인멸이 될 수 있을까요? 최근 예멘난민들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퍼진 데 이어 이번에는 이슬람 관련 가짜뉴스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JTBC 방송화면 캡처

1. 양승태 전 대법원장 컴퓨터 ‘디가우징’ 논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업무용 컴퓨터가 ‘디가우징’ 된 사실이 드러나 국민의 사법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JTBC에서 확인했다.

디가우징(Degaussing)은 ‘강력한 자기장으로 모든 데이터를 완전 삭제하는 기술’로 디가우징이 제대로만 됐다면 복구는 불가능하다.

디가우징 이후 되살린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 당연히 그런 기술도 없다고 전문가들은 답했다.

“모래판에다 글을 적으면 표시가 남는데 디가우징 했다는 건 모래판을 깨끗하고 평평하게 해버린 것이어서 아무런 흔적도 안 남는다”고 밝혔다.

원리도 상당히 단순한데, 하드디스크를 확대해서 보면 ‘자기 배열’이 있고 그 곳에 파일이 하나하나 저장이 되는데 디가우징 후에는 ‘밀어버린다’는 표현처럼 배열이 완전히 사라진다.

또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증거인멸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실제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 하더라도 양 전 대법원장에게 ‘증거인멸죄’ 적용은 어렵다고 보도했다.

증거인멸죄는 ‘자신의 범죄’는 제외하고 ‘타인의 형사사건’에서 인멸한 경우에만 해당이 된다. 실제로 지난 2010년에 민간인 사찰 사건이 있었는데 그 때도 지시한 사람은 무죄가 났고, 오히려 그것을 따랐던 실무자가 처벌을 받았다. 이 조항은 일본 형법에서 그대로 들여와서 1953년 이후에 계속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증거인멸죄’ 적용여부에 대해 변호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디가우징 지시했더라도 자기 범죄라서 증거인멸죄 안 된다는 보도가 몇개 나오던데(jtbc 팩트체크 포함) 오해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자기의 형사 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하여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에 대하여는 증거인멸교사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0. 3. 24.선고 99도 5275판결)”는 대법원 판결을 소개하고, “즉, 자기 범죄라도 아랫사람에게 디가우징 지시하면 증거인멸교사죄 성립합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시했다면 증거인멸교사로 처벌 가능합니다. 그래서 조사를 더 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JTBC의 ‘팩트 체크’를 다시 ‘팩트 체크’한 셈이다.

 

SBS 방송화면 캡처

2. “대구 수돗물 환경호르몬 검출 논란”

대구 지역 수돗물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SBS에서 확인했다.

문제가 된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발암물질은 아니고 환경호르몬인데, 이 농도가 지난달 1리터당 5.8 마이크로그램에서 최근 0.044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것은 대구의 북쪽 상류 구미하수처리장 농도이다.

대구 시민이 마시는 것은 하류 쪽으로 30km 정도 떨어진 매곡-문산 정수장 물인데 여기 농도는 정부가 상류에서 오염원을 차단했다고 밝힌 지난 12일 이후에도 계속 상승했다가 아직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인체에 해가 있다, 없다 판단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불안감의 근원이다. 지난 27일 매곡-문산 정수장에서 뜬 물에서 각각 0.25, 0.23으로 나왔는데 스웨덴이나 캐나다 권고치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과거 평균보다 여전히 높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남아 있고 회복에도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또 낙동강에 건설된 보 때문에 수질 회복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구미랑 대구 사이에 칠곡보랑 강정고령보가 있는데, 정부도 이 보 때문에 유속이 느려지면서 대구로 갈수록 농도가 더 높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마가 시작돼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변화는 없고, 오염물질을 배출한 곳을 아직 찾지 못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3. “이번에는 이슬람 관련 가짜뉴스”

 

최근 제주도에 온 예멘난민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퍼진 데 이어 이번에는 이슬람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온라인을 오염시키고 있다. 연합뉴스와 미디어오늘 등이 보도했다.

이슬람을 둘러싼 고정관념의 대표격은 ‘이슬람은 여성에게 할례를 강요한다’라는 주장이다. 여성할례는 여성의 순결을 보존한다며 청소년기 여성의 외부 성기를 잘라내는 의식이다. 하지만 여성할례는 이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유니세프(UNICEF)가 2013년 발표한 ‘여성 성기절제: 통계 현황과 변화 추이’에 따르면 기독교도가 다수인 에티오피아에서 여성 가운데 74%가 여성할례를 겪었다. 에티오피아 내 기독교 인구는 61.9%이며 무슬림은 35.9%다. 에리트레아의 여성 89%가 여성할례를 겪었다. 에리트레아도 62.9%가 기독교 신자다.

무슬림이 압도적인데도 여성할례 관습이 없거나 실시율이 낮은 국가도 여럿이다. 이란(무슬림 비율 99.5%)·시리아(92.8%)·리비아(96.6%)·아랍에미리트(75%) 등의 나라에선 여성할례 관습이 없다. 여성할례는 중앙아프리카 및 중동 일부 국가에 내려오는 ‘지역 문화’로 보는 게 맞다. 예멘은 인구 99%가 무슬림이다. 유니세프는 예멘을 여성할례 ‘확산도가 낮은 국가(23%)’로 분류했다.

무슬림 국가 중 일부에선 여성인권 지표가 한국보다 높다. 국제연합(UN) 여성기구와 국제의원연맹이 발표한 2017 여성 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무슬림 거주 국가(90%)인 인도네시아가 지난해 아시아권에서 여성장관 비율 1위를 기록했다(25.7%, 9명).

무슬림 남성이 여성을 더 억압한다는 주장도 살펴봐야 한다. 유니세프가 2016년 발표한 ‘여성 성기절제: 국제 문제’에 따르면 여성할례가 남아 있는 국가에 사는 남성의 63%, 여성의 67%가 이 관습에 반대했다. 특히 여성할례 시행 비율이 높기로 악명 높은 기니(84.6%)와 시에라리온(78.5%)은 여성할례 관습에 반대하는 남성 비율이 여성보다 높다. 둘 다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나라다.

무슬림 난민을 수용한 나라에서 실제 성범죄가 증가하는 것 역시 입증되지 않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스웨덴이 난민 총기 및 성범죄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스웨덴은 2015년 난민 8만여 명 받아들여 현재 16만 명이 넘었다. 난민은 대부분 시리아·이란·이라크·우즈베키스탄·아프가니스탄에서 유입됐는데, 무슬림 인구가 압도적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난민 수용 규모가 2배로 늘어난 2015년, 스웨덴 내 강간 사건은 오히려 줄었다고 보도했다.

‘코란에서 가르치는 이슬람의 13교리’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카페에 돌고 있는 게시물도 있는데, 코란 한국어 번역본들과 비교해 보면 많은 부분이 코란의 실제 내용과 다르다.

첫 번째로 제시된 교리는 ‘사춘기 시작 안 한 여자아이를 강간, 결혼, 그리고 이혼해도 된다’는 것이다.

출처가 된 코란 65장 4절은 이혼에 대한 규범을 다룬 것으로, ‘생리 기간이 끝나 버린 여성이라도 너희가 의심할 경우는, 그녀들을 위해 정해진 기간은 석 달이며, 생리에 이르지 아니한 여성도 마찬가지라. 또한 임신한 여성의 기간은 출산할 때까지로, 알라를 두려워한 자 알라는 그의 일을 편하게 하여 주시니라’이다. 코란은 이혼할 경우 임신상태 확인 등을 위해 일정 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는데, 4절에서는 나이가 들어 폐경기에 들어선 여성과 아직 생리를 시작하지 않은 여성에 대해서도 3개월의 기간을 두라고 규정한 것이다. 여기에 강간이라는 단어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으며, 이를 사춘기 이전 여자아이를 강간해도 된다는 내용으로 해석될 소지도 전혀 없다.

4번째 교리로 등장하는 ‘강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4명의 무슬림 남성 증언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코란 24장 4절이라고 출처를 밝히고 있지만 실제 교리는 이와 거리가 멀다.

‘순결한 여성들을 중상하는 자들이 네 명의 증인을 내세우지 못할 경우, 그들에게 여든 대의 채찍형을 가하되 그들의 증언도 수락해서는 아니 되나니 이들은 사악한 죄인이다’가 24장 4절의 내용으로, 순결한 여성을 중상모략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무슬림이 아닌 사람을 죽이면, 천국에서 72명의 처녀를 상으로 받는다’는 7번째 구절도 역시 코란에 등장하지 않는다. 출처가 된 9장 111절은 ‘알라는 믿는 자 가운데서 그들의 영혼과 그들의 재산을 사시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알라를 위해 성전하고 투쟁하며 또 순교하리니, 그것은 구약과 신약과 꾸란에 약속된 것이라. 하나님보다 약속을 잘 지키시는 분이 누구이뇨 너희가 하나님과 성약한 것에 기뻐하라 그것이 영광된 승리라’이다.

최근 SNS에 ‘무슬림에게 성폭행당한 유럽 여성들’이라는 제목으로 확산된 사진 역시 ‘가짜’다.

얼굴에 끔찍한 상처를 입은 사진의 주인공들은 경찰에 체포된 뒤 폭행당한 미국 여성, 조깅 도중 자국 남성들에게 공격당한 캐나다 여성, 남편에게 맞은 미국 여성, 남자 친구에게 폭행당한 영국 여성 등 무슬림과 관련 없는 폭행 사건의 피해자들이다.

이 이미지는 몇 년 전부터 유럽 지역에서 유포된 것이다. 몇몇 해외매체들의 검증 결과 무슬림 남성에게 폭행당한 여성들의 사진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지만, 최근 난민 문제와 맞물리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퍼지고 있다.

 

4. 타계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 훈장 논란

지난 23일 타계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에게 추서된 국가훈장과 관련해 논란이 있자, 연합뉴스와 JTBC 등이 팩트체킹했다.

상훈법에 따르면 국민훈장은 국가에 공로를 세운 이들에게 수여되는 훈장의 한 종류다. 상훈법상 상훈은 훈장과 그다음 격인 포장으로 나뉘는데, 훈장과 포장을 결정할 때에는 공적의 내용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사회적 지위와 신망도, 연령, 특정 분야에서 일한 기간 등 다양한 면들을 고려하게 된다.

대한민국 상훈 홈페이지에 따르면, 훈장은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을 비롯해 건국훈장, 국민훈장, 무공훈장, 근정훈장, 보국훈장, 수교훈장, 산업훈장, 새마을훈장, 문화훈장, 체육훈장, 과학기술훈장 등 12종류로 나뉜다.

무궁화대훈장은 대통령에게 수여하며, 대통령의 배우자, 우방국 원수와 그 배우자, 우리나라 발전과 안전보장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전직 우방국 원수와 그 배우자에게도 수여할 수 있다.

무궁화대훈장을 제외하고는 각각 5등급으로 나뉘는데 훈장 간 차등은 없고 패용 시 우선순위만이 규정되어 있다.

김 전 총리에게 추서된 국민훈장은 정치·경제·사회·교육·학술 분야에 공적을 세워 국민의 복지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된다. 무궁화장은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1등급이며, 모란장, 동백장, 목련장, 석류장이 차례로 2~5등급에 해당한다.

법령이나 규정상 무궁화장에 관한 객관적인 수여 기준은 없다. 서훈 추천권자인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직속 공적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추천을 결정하고 행정안전부에 공적 조서를 제출하면, 행안부가 형사처분 등 부적격 사유를 검토한 뒤 차관회의·국무회의에 상정해 의결하고 대통령이 이를 확정하게 된다.

김 전 총리의 경우 국무총리실의 추천과 행안부의 검토를 거쳐 훈장을 추서하고 국무회의 심의 등 사후 절차를 밟기로 했다.

국민훈장의 전신인 문화훈장령이 제정된 1951년 이후 지금까지 무궁화장을 받은 이들은 총 812명에 이른다. 김 전 총리가 813번째 무궁화장 수훈자다.

재판거래 의혹에 연루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작년 임기를 마치면서 무궁화장을 받았다. 역대 대법원장·대법관, 헌법재판소장·재판관 등은 임기를 마치면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는 것이 관례다.

김 전 총리는 생전에 훈장을 4차례나 받았다. 1963년 보국훈장 통일장, 1971년 수교훈장 광화장과 청조근정훈장, 1975년 수교훈장 광화대장을 수훈했다.

상훈법 제8조에 따르면 서훈 공적이 허위로 판명됐을 때, 국가안전에 관한 죄를 범한 사람으로서 형을 받았거나 적대지역으로 도피한 경우, 형법·관세법 및 조세범 처벌법에 규정된 죄를 짓고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을 받은 경우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서훈이 취소됐지만, 무궁화대훈장만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무궁화대훈장은 공헌이 있어서 주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직에 있었던 사실만으로 수여하기 때문에 이를 취소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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