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바꾸니 복지지출 145조→206조, 정상인가 꼼수인가

  • 기자명 이상민
  • 기사승인 2018.07.0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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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보건복지 예산 규모가 급증하게 된다. 우리나라 공식 보건복지 지출액 규모는 18년 당초 기준 145조원이다. 그런데 이제 206조원이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정부 총지출은 18년 429조원이다. 그런데 이제 490조원이 된다. 통계기준이 바뀌기 때문이다. 보건복지 지출 규모가 크게 늘어난다고 하니 다음 세 가지 질문이 생긴다. 

 왜 바뀌게 되는 것일까? 바뀌는 기준이 더 합리적인 것일까? 우리나라 복지지출 규모는 OECD 다른 나라 비교해서 작은 편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제는 큰 나라가 되는 것인가?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왜 바뀌게 되는 것일까?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재정개혁특위는 지난 3일 재정개혁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권고안에는 건강보험 등(국민건강보험 + 노인장기요양보험, 이하 건강보험 등으로 표현)의 지출 금액을 정부 보건복지 지출에 포함 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보건복지 지출 통계에는 건강보험 등 지출액이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가 건강보험 등에 지원하는 금액인 9조원만 보건복지 지출 규모에 포함된다. 건강보험공단 등이 지출하는 70조원은 우리나라 복지 총지출 규모에 포함되지 않고 국회의 예산심의도 받지 않는다.

결국, 건강보험 등의 지출금액인 70조원 중, 61조원의(기존 정부 지원금 9조원은 내부거래로 제외) 어마어마한 금액이 새롭게 편입되어 정부의 보건복지 지출액이 크게 늘게 된다. 참고로 현재 가장 큰 규모의 정부 보건복지 지출 항목은 국민연금 지출액과 공무원연금 지출액으로 각각  21조원, 14조원이다. 전체 보건복지 지출액 145조원 중, 35조원을 차지한다. 기획재정부는 종부세 개혁안 등 세제분야는 추가 논의를 거친다면서도 예산분야 권고안은 정부안으로 추진한다고 한다니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둘째, 바뀌는 기준이 합리적 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합리적이고 국제기준에 더 부합한다. 과거에 건강보험 등 지출액이 국가지출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 건강보험 등은 국가의 보건복지 사업이 아니라 보험지급액 이라는 의미다. 본인이 낸 납입금으로 본인이 보험혜택을 받는 것이니 정부지출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그래서 국가가 건강보험 등에 지원하는 금액만 정부지출 규모에 넣고 민간이 넣고 민간이 쓰는 부분은 국가지출 규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기금사업은 물론 특별회계나 일반회계 사업도 큰 틀에서 보면 건강보험과 다르지 않다. 국민연금 지출규모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정부 복지 지출 통계에 포함된다. 내가 넣은 납입금을 내가 받는데도 연금 지급액이 국가 복지 지출 규모에 포함된다. 내가 휘발유를 넣을 때, 부담한 세금으로 내 차가 달리는 도로를 만드는 교통시설특별회계 사업도 내가 부담한 돈으로 내가 쓰는 사업이지만 정부지출 규모에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내가 지불하는 돈의 형태가 세금인지, 보험금인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정부 정책에 쓰는 것은 정부 재정 지출이다. 마찬가지로 보험금을 징수해서 정부가 국민들을 위해 지출하는 돈도 재정지출과 근본적으로는 다르지 않다. 그래서 조세 수입으로 재정지출을 통해 의료복지를 하는 나라와 사회보험으로 의료복지를 하는 나라는 경제적 실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통계적으로 두 나라가 크게 다르다면 국제비교의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OECD기준이나 다른 국제적 기준을 봐도 사회보험 형식의 지출도 국가 보건복지 통계에 포함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조세를 통한 정부 지출이 사회보험을 통한 정부지출보다 소득재분배 효과가 더 크다고 알려져 있긴 하다.

 

셋째, 그렇다면 OECD 등의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부지출이나 보건복지 지출이 최하위 수준이라는 기존 통계는 사실이 아니고 통계착시에 지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존 통계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GDP대비 일반정부 지출 규모. 우리나라는 칠레와 아일랜드를 제외하고는 OECD국가 중에 일반정부 지출 규모가 가장 작은 나라다. OECD홈페이지 자료.

 

* GDP대비 보건분야 지출 규모. 우리나라는 스위스, 칠레, 라트비아를 제외하고는 OECD국가중에 보건 지출 규모가 가장 작은 나라다. OECD홈페이지 자료.

 

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GDP대비 우리나라 보건지출 비율이 4.1%라고 한다. 당시 우리나라 GDP가 약 1600조원이니 우리나라 보건지출 규모는 60조원이 넘는다. 보건복지 지출 중 보건 분야 지출 정부통계가 당시 약 1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건강보험 지출액은 이미 포함된 수치임을 알 수 있다.

건강보험 등 지출을 정부 총지출 규모에 포함시키지 않는 기존의 기획재정부와는 달리, OECD는 이미 건강보험 지출액을 포함하여 국제기준 통계를 작성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나라 총지출 규모에서 61조원이 추가로 증가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국제비교 수치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나라 정부지출 규모는 OECD 최하위에 존재하며 보건복지 지출 규모 또한 마찬가지다.

통계기준이 바뀌었는데 국제비교 수치가 달라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나라 기획재정부는 국제기준과 별도의 ‘총지출’ 기준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의 OECD 통계는 물론 국제기준을 사용하여 우리나라 정부 규모를 산정하는 한국은행의 통계와도 다른 별도의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결국, 변하는 것은 기획재정부 기준일 뿐이다. OECD 통계에 따른 국제비교나 한국은행에서 작성하는 GDP 대비 정부 지출의 규모 등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부지출이나 보건복지 지출 규모는 여전히 OECD기준 최하위를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한국은행의 일반정부 규모에 사회보장기금 액수는 17년 118조원으로 건강보험 규모가 이미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 통계작성기준인 공공부문 포괄범위에 이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들어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의 한계를 지적하고자 한다.

건강보험 등 지출액을 새롭게 보건복지 지출에 포함시킨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기획재정부 통계 기준으로 우리나라 보건복지 지출액이 급증하는 것 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국제기준에 좀더 근접해지는 바람직한 변화를 담고 있다. 그런데 거꾸로 국제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보건복지예산에 포함된 분야도 있다.

바로 주택관련 지출이다. 우리나라 주택관련 지출은 23조원을 초과한다. 대부분 국토교통부가 주택도시기금으로 주택을 짓거나 융자해주는 사업이다. 그런데 이 23조원이 지역개발 부문 등이 아니라 복지 분야에 포함되어 있다. 기획재정부 총지출 기준에 따르면 그렇다. 물론 OECD 기준에는 주택건설 예산은 복지 분야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획재정부는 ‘주거복지’라는 이름으로 주택관련 예산을 복지부문에 합산하여 집계한다.

국제 기준에 맞춰 61조원의 건강보험 등 지출금액을 보건복지 지출에 새롭게 편입한다. 마찬가지로 국제 기준에 맞춰 23조원의 주택부문 지출금액을 보건복지 분야에서 다른 분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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