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침해 '4천억 배상' 삼성전자는 정말 억울한가?

  • 기자명 지윤성 기자
  • 기사승인 2018.07.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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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국내외 언론들은 미국 텍사스지방법원이 삼성전자의 핀펫 기술 관련 특허침해를 인정해 4000억원을 배상하라고 평결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특허권자는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인 이종호 교수였다. 애플과의 분쟁 등 삼성전자의 특허권 침해 소송은 새롭지 않다. 하지만 특허권자가 국내 교수고 수천억원을 개인에게 배상하는 일은 흔치 않다. 삼성전자는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를 예고했다. 자사 연구원이 오랜기간 개발한 기술이라는게 이유다. 

그런데 인텔은 2012년 이종호 교수에게 100억원의 특허료를 지불하고 해당 기술을 사용하는 중이다. 정말 삼성은 억울한가?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이 삼성과 이 교수의 특허권 침해 소송 전말을 확인했다. 

 

인텔의 3D핀펫 반도체 양산을 전한 월스트리트 저널 지면
특수 전자현미경으로만 보이는 나노 트렌지스터의 세계.

 

1. 3D 벌크핀펫이란 무엇인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3D 벌크핀펫(Bulk FinFET)은 트랜지스터 발명 이후 나노스케일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모든 기술이 그렇듯이 이 역시 여러 연구의 집대성이다. 인텔이 사용중인 벌크핀펫 제조 공정기술은 1990년대초 미국 UC버클리의 전기 및 컴퓨터공학과(Electrical Engineering and Computer Science)의 첸밍 후(Chenming Calvin Hu) 교수와 그의 연구팀(AME Team)이 연구개발한 핀펫 기술을 토대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히타치 출신 방문연구원들도 포함되어 있다. 

 

2016년 국가 기술 혁신 메달을 받은 후 첸밍 후 교수와 오바마 전 대통령

이들이 창안한 핀펫(FETㆍField Effect Transistor)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반도체 미세공정은 1990년대 이후 스케일다운(회로선폭을 지속적으로 줄여 집적도를 높여 소형화와 저전력화를 목적으로 하면서도 본래 기능은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일반적으로 게이트에 걸리는 전압에 따라 전하가 소스(Source)에서 드레인(Drain)으로 흐르기도 하고 멈추기도 하여야 하는데 회로선폭을 극단적으로 줄이면 게이트와 닿는 접점 면적이 작아져 효율도 떨어지고 누설전류도 증가하게 된다. 

 

1990년대말 반도체 미세공정 연구는 반도체 회로선폭을 100nm(1 나노미터는 10-9 m) 이하로 줄이기 위한 '살벌한' 기술 개발 경쟁을 하던 시기이다. UC버클리 AME팀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았다. 핀 모양의 3D구조를 적용해 회로 선폭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반도체 저전력과 극소형화를 통해 모바일폰 크기를 줄이는 것에 사활을 걸었던 업계에게는 희소식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상용화까지 해결해야할 몇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었다.  이종호 교수는 해당 문제점을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2003년에 미국특허 등록을 했다. UC버클리 팀이 최초 제안한 제조공정 역시 통상 SOI 실리콘기판을 이용하여 제작하는데 이 교수는 미국 특허에서 "이는 웨이퍼 가격이 비싸고 또한 SOI MOS 소자에서 가능한 플로팅 바디 효과나 드레인/소스 사이의 항복접압 강하, 오프(off)전류의 증가를 초래하며 기판으로 열 전도가 잘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 교수가 새로 제안된 것이 바로 3D 벌크핀펫이다.

 

 

이 교수 발명의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SOI 실리콘기판 대신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벌크 실리콘기판을 사용하되, 핀액티브 영역이 나노 크기의 폭을 가지며 전류가 흐르는 길이 방향으로 담장처럼 형성되어 벌크 실리콘기판과 연결된다Si-Substrate인 벌크 실리콘 기판과 핀의 내부가 연결되어 기존 UC버클리 팀이 제안한 방식의 문제점을 해결해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다.

 

2. 특허침해 소송은 어떻게 시작됐나

 

이종호 교수의 벌크 핀펫과 인텔의  3D 트라이게이트 핀펫 기술 비교 . 출처: 이종호 교수 자료

 

이 교수는 2003년 미국에 특허를 등록했다. 그런데 주요 반도체 회사들은 허락없이 그의 기술을 사용했다. 위에 있는 이 교수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인텔 반도체에는 벌크 기판이 핀에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인텔이 기술을 무단도용한 것이다. 2012년 이 교수는 이를 인지하고 특허권을 양도한 카이스트의 자회사 (주)케이아이피(KIP)의 미국법인 KIPB LLC.를 통하여 인텔에 문제제기를 해 인텔로부터 100억원의 특허료를 받게 되었다.

 

삼성전자 핀펫 기술 개념도. 출처: 삼성반도체이야기 

 

그러면 삼성전자와 이종호 교수 기술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2000년대 초반 부터 이종호 교수는 삼성전자와 관련 산학협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2월 출원된 관련 산업분야 국내 특허에는 출원인이 삼성전자이고 발명인 중에 한 명이 이종호 교수

연구 및 실험실 수준의 초기 산학협력에서 본격적으로 2006년부터 삼성전자는 이종호 교수와 차세대 반도체 제조공정 기술 확보를 위하여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공동 연구가 종료된 이후에도 이종호 교수의 원천기술인 벌크핀펫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했다. 그러나 삼성은 시제품 단계를 넘어 대량생산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2011년 인텔이 먼저 시장에 해당 기술을 사용한 제품을 내놓겠다는 발표를 했다. 위기감을 느낀 삼성전자는 다시 이종호 교수측에 자사 기술진들에게 강의를 요청하며 상용화 준비를 하게된다.

결국 삼성전자는 2015년 14nm의 벌크 핀펫 기반 반도체를 대량생산(갤럭시 S6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2016년 10월 10nm 핀펫 공정을 업계 최초로 양산하게 되지만 이는 자사 기술진들이 오랜 시간 개발한 기술이라며 이종호 교수측에 특허 라이센싱을 끝내 거부하면서 특허침해 소송이 발생하게 됐다.

 

3. 삼성전자와 이종호 교수의 소송 진행

 

이종호 교수 프로필. 출처: 서울대 홈페이지

삼성전자는 2015년 14nm의 벌크 핀펫 기반 반도체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이후 이 교수측 특허를 대리하고 있는 KIP와 특허 라이센싱관련 협상을 진행했으나 2016년 결렬됐다. KIP는 2016년 미국 텍사스법원에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해 말 국내 특허에 대해서도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에 해당 기술의 무단 해외유출 여부를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외국 기업 등에 매각 또는 이전 등의 방법으로 수출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산업기술보호법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산업부 장관의 승인 없이 국가핵심기술을 이전하면 산업부는 정보수사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고 해당 국가핵심기술의 수출중지·수출금지·원상회복 등의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특허권료를 내지 않기 위한 삼성측의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특허심판원에 이종호 교수의 특허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이후 삼성전자는 법원에 '특허의 권리가 잘못 설정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으나 지난 2월 재판부는 근거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KIP측과 합의 수순을 밟는 게 정상적인 상황이나 오히려 이 교수가 재직했던 경북대와 지난 1월 말부터 10여차례 접촉하며 이 교수의 특허가 경북대 소유임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경북대는 이 교수에게 미국 특허의 소유권이 경북대에 있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런데 이 교수는 경북대에 재직하기 전인 2001년에 특허기술을 카이스트에 양도했고 카이스트는 2002년에 국외 특허권을 이 교수에게 넘긴다는 확인서를 썼다. 또 2003년 이 교수가 경북대 측에 제출한 연구과제에는 미국에 특허 출원했다는 사실도 포함되어 있다. 즉 경북대는 이 교수의 특허출원에 관심이 없어 방치하다가 삼성전자측의 통지를 받고나서야 특허권 소유를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이 교수간의 소송에 경북대까지 끼어들면서 복잡하게 됐다.

 

4. 이종호 교수가 최초 발명자이자 특허권자인가?

 

반도체산업같은 대규모장치산업은 채산성과 상품성이 검증되기 전에는 쉽게 제조공정을 바꿀 수가 없다. 콘셉트 창안 등은 학교 실험실 수준에서 가능하나 시제품 제작과 같이 비용이 많이 드는 실증작업이나 대량생산를 위한 공정개발은 산학협력을 통하여 대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다 보니 특허분쟁의 소지가 늘상 있다.

발명자가 개인이어도 소속 기관이 학교나 연구소 혹은 기업의 경우, 또 발명이 소속 기관의 (재정)지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직무발명 경우, 특허권은 소속 기관에 승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발명자인 개인은 해당 소속기관과 개별계약을 통하여 발명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갖게 된다(발명진흥법 제15조 제1항).

 

직무발명 개념도

 

특허전문가들은 이종호 교수와 삼성전자간 특허분쟁의 주요 쟁점을 두가지로 본다. 직무발명의 완성 시점과 최초 발명자가 누군인지를 가리는 것이 핵심이다. 

 

A. 직무발명의 완성 시점은?

아래 사진은 이종호 교수의 3D 벌크핀펫 국내 특허와 미국 특허 공보 내용이다
 

국내특허, 2002년 1월 30일 출원, 2004년 11월 12일 승인.

 

이종호 교수는 2002년 3월부터 경북대에 재직하기 시작하였으므로 대부분의 연구개발과 발명은 그 이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000년 초 당시 과학기술부가 추진한 21세기프론티어 국책사업 가운데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 자금을 지원받아 원광대학교 재직시절 카이스트와의 공동연구를 통하여 개발하였으며 경북대 재직 직전 카이스트를 특허권자, 발명자를 본인으로 하여 특허 출원을 국내에 먼저 하였다.

 

미국 특허. 2003년 2월 4일 출원, 2005년 4월 26일 승인

2002년 국내 출원당시 카이스트측에서 국외 특허 출원은 비용을 이유로 거부하였다. 이 교수가 2002년 3월 경북대로 이직한 후 학교측에 국외 특허출원을 요청하였지만 거부당했다. 이 교수는 2003년 2월 4일 출원자, 발명자명을 모두 본인으로 하여 미국 특허를 직접 출원했다. 이 교수와 카이스트 주장에 의하면 당시 경북대에 재직중이던 이 교수는 미국에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다시 카이스트로부터 양수한 후 미국 특허를 출원하였다고 한다.

한편 경북대는 "이종호 교수는 경북대에서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 3차년도(2002년 7월 1일~2003년 6월 30일) 사업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때의 국가 지원비로 연구를 수행했고 미국특허 출원 비용 역시 국가 연구비에서 충당한 것이므로 경북대에 특허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직무발명과 관련해서 당시 한국의 특허법이 말하는 특허권자(사용인ㆍ고용인)와 발명인(종업원)의 권리관계와 미국 특허법상에서 말하는 출원인(Applicant)-발명인(Inventor)-승계인(Assginee) 간의 권리관계 차이를 정확히 알아야 판단할 수 있다.

당시 미국 특허법에서는 회사나 교육기관이 특허의 출원인(Applicant)이 될 수 없다. 미국에서는 발명인(Inventor)이 동의서명한 양도서류(Assignment)를 미국 특허청 내 양도국 (Assignment Division)에 별도 제출하여 공식등재(Recordation)되어야 권리가 이전된다. 이때 발명인(inventor)은 권리를 넘겨주는 양도인(assignor)이 되고 권리를 넘겨받는 다른 개인 혹은 회사는 양수인(assignee)이 된다.

미국의 특허법이 2011년 개정(2013년 발표)되어 종전 '발명인-출원인'만 인정하던 체계에서 '승계인-출원인'도 허용하는 체계로 변경되었지만 양도서류에 발명자 전원이 사전 동의하여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정리하면 ,이 교수의 국내 특허는 특허권자가 카이스트로 되어 있다. 직무발명 완성 시점의 사용자는 카이스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 특허의 경우 이 교수가 카이스트로부터 다시 권리를 인수한 후 출원하였다.  이 교수가 경북대 재직 시절 출원하였다 할지라도 미국 특허의 명세서 내용이 국내 특허 명세서를 번역한 수준이다. 추가적인 연구나 개발이 경북대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미국 특허법에서 말하는 양도 서류가 경북대와 이 교수간에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특허법상 특허의 소유권을 경북대가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현재 이종호 교수의 미국 특허는 2005년 카이스트의 자회사 KIP의 미국법인 KIPB LLC.에 양도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종호 교수의 미국 특허 현황.

다만 경북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이종호 교수가 미국 특허 출원 비용을 자비 부담하지 않고 국가 연구 지원비를 사용했고 학교측과 합의가 없었다면 이는 특허 소유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연구 지원금 유용 사례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겨례 기사처럼 삼성전자가 경북대를 통해 특허 소유권 맞소송을 내도록 부추긴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삼성전자가 미국 소송에서 불리해지자 차라리 해당 소송건을 무효화하기 위해 제 3자를 개입시킨 '파렴치 전략'에 해당된다.

 

B. 누가 가장 먼저 발명하였는가?

현재 한국ㆍ미국 모두 특허법상 선출원주의(First-To-File)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미국은 2011년 특허법 개정 이전에는 선발명주의(First-To-Invent)를 원칙으로 했다. 특허를 출원한 2002~2005년 당시엔 국내 특허법상으로는 먼저 출원하여 특허가 승인되면 최초 발명자이고 미국에선 가장 먼저 발명한 것으로 확인되어 특허가 승인되면 최초 발명자가 되는 것이다.

초기 핀펫 기술의 서막을 알린 최초의 미국 특허는 UC버클리가 출원했다.

UC버클리의 핀펫기술 특허. 2000년 10월 23일 출원, 2002년 7월 2일 승인.

국내 특허 요건은 신규성, 진보성, 그리고 산업상 이용가능성이 판단기준이다. 미국 특허는 신규성(novelty) 및 비자명성(non-obviousness)을 충족하여야 한다고 한다. 특허 출원에 앞서 발표된 학계 논문이나 간행물 자료가 있으면 신규성을 보장받기 힘들다. 

아래 자료를 보면 이 교수는 반도체 분야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학계인 카이스트, 경북대, UC버클리 등 다른 어떤 연구기관의 논문이나 발표보다 빠르게 미국 특허를 등록하였다. 미국 특허 정보를 시기별로 조사한 결과, 이 교수의 3D 벌크핀펫 기술은 확실히 최초에 해당되며(신규성 인정), UC버클리 특허를 넘어서는 산업상 이용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치열하게 관련 기술을 개발하던 삼성, 인텔이나 세계적인 대만의 파운더리 업체인 TSMC보다 이 교수의 기술이 근소하게 빠른 특허 출원이 되었다.

 

유예기간에 특허를 출원하면 다른 출원자들이 먼저 출원하더라도 신규성 상실의 예외에 해당, 단 유럽의 특허법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최초의 3D 벌크 핀펫 관련 학계 논문, 2003년-서울대/경북대, 출처1출처2

 

 

최초의 3D 벌크 핀펫 관련 산업계 논문, 2003년-서울대/삼성전자/경북대, 출처1출처2

 

경북대나 카이스트 그리고 서울대의 연구팀은  삼성전자와 꾸준히 산학협동을 하여 온 대표적인 반도체 전문 두되 집단이다. 그런데 이 교수의 특허 출원이 가장 빠르다. 이 교수가 관련 기술의 선구자임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3D 벌크핀펫 관련 미국 특허 출원일은 가장 빠른 것이 2004년 2~3월이다. 이 교수의 3D 벌크 핀펫 논문 발표는 2003년이며 특허 출원은 2002~2003년이다. 

 

삼성전자의 2004년 2월  미국 특허 출원 (Priority 2003-08-14)

 

인텔의 2004년 3월 미국 특허 출원

 

5. 수십억원 아끼려다 수조원 손해보는 삼성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 침탈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특허소송에 있어서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횡포는 한국에서 만연한 '불공정 갑을관계'를 잘 보여준다.

아직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삼성의 소탐대실로 볼 수 있다. 애시당초 이종호 교수는 삼성과 산학협력을 해왔다. 삼성전자가 정당한 기술료를 내고 특허권을 양도 받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동일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인텔, 퀄컴과 다른 업체들 그리고 국내에서 해당 기술 특허에 관한 무효소송을 진행중인 애플로부터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거두어 들였을 것이다.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다시 학계에 투자해 관련 기술 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도 있었다. 삼성은 기술료 몇푼(수십억원일 수도 있지만 분기별 10조원 순이익을 거두는 삼성전자에게는 푼돈이다)을 아끼려다 수천억원을 배상할 처지에 놓인 것은 물론, 수조원의 잠재적 이익을 놓친 것이다.

기술 개발을 장려하고 발명자를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특허법의 취지를 살리려면 이번 소송건은 원 발명자인 이종호 교수가 최종 승리하여야 한다. 앞서 살펴본 특허 등록 사실관계 등 객관적 증거 역시 이 교수를 지지한다. 미국 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전자에게 4000억원을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인텔이 지급한 100억원의 40배다. 추후 고의 침해가 인정될 경우 배상액은 최대 3배인 1조2000억원까지 증가할 수도 있다.

기업이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미래의 기술 가치를 등한시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이번 소송전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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