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차량방치 사망, 어떻게 막을 수 있나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8.07.1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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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경기도 동두천시의 어린이집에 등원하던 통학차량에서 7시간 가까이 방치된 4세 여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어린이는 이날 오전 9시40분쯤 원생 9명과 함께 통학차량에 탑승했으나, 어린이집에 도착해 내리지 못했고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어린이집 관계자들로 인해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차량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폭염 속 차량의 높은 온도에 장시간 방치돼 뜨거운 열기에 질식사한 것이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이처럼 아동에 대한 차량 방치 사고 소식이 잇따른다. 사망으로까지 이어진 사건은 어제 사건까지 총 5회에 이른다. JTBC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00년 8월 전북 완주, 2001년 7월 서울, 2005년 6월 경남 진주, 2011년 8월 경남 함양, 2018년 7월 경기도 동두천에서 보육기관의 차량 내 아동 방치로 인한 사망 사고가 확인된 바 있다.

차량 내 아동 방치에 따른 사망 사고. 출처 : JTBC 뉴스 화면 캡처

2016년에는 광주에서만 6월과 7월에 연이어 차량 내 아동 방치 사건이 일어났는데, 7월에 일어났던 사건은 4세 아이가 폭염 속에서 유치원 통학버스에 8시간 방치됐다가 의식불명에 빠진 사고다. 피해 아동은 당시 입은 열사병과 무산소성 뇌 손상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의식을 찾지 못했다. 당해 광주시교육청은 해당 유치원에 대해 폐쇄명령을 내렸는데, 유치원 측이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고, 그 결과 지난 8일 폐쇄처분이 부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온 바 있다. 운전기사 등 관련 책임자들은 5~8개월에 달하는 가벼운 금고형에 그쳤다. 피해자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데,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단적인 예다.

 

통학차량 매뉴얼 있지만, 현장에서 이행 강제하지 못해

어제 오늘 일이 아닐 정도로 여름이면 반복되는 유치원·어린이집 통학차량 내 아동 방치 사고,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런 사건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나 매뉴얼이 없는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매해 영유아보육법 등 관련 법률이 개정되거나 해당 년도 보육 관련 사업이나 정책 등에 대해 알리기 위한 일종의 지침서인 ‘보육사업안내’라는 문서를 발행한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약 450쪽짜리 문서 ‘2018년 보육사업안내’ 본문을 살펴보면, 어린이집의 안전관리(시행규칙 제23조 별표8)라는 항목 가운데 ‘차량안전 관리’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행하고자 하는 경우에 지켜야 하는 규칙, 일종의 매뉴얼이라고 볼 수 있다.

내용을 보면 세세한 지침들이 눈에 띈다. 운전자가 통학차량 내부에 안전수칙을 부착해야 한다던가, 차량을 운행할 때 보육교사 등 어린이집 보육교직원이 동승해야 한다는 내용, 36개월 미만 영아의 경우 영아용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다. 또한 등하원 차량 운행 시 운전기사 및 보육교사 등 동승자는 영유아를 안전하게 담당 보육교사나 아동의 보호자에게 인도해야 하고, 모든 영유아가 안전하게 인도되었는지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다.

매뉴얼 상에는 보육교사 등 동승자가 어린이집에 통학차량이 도착해서, 영유아가 하차한 후에 승하차 상황을 확인하고 담임교사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담임교사 역시 무단결석 영유아가 있으면 보호자에게 유선 또는 문자, 메신저 등으로 영유아의 소재를 확인하고 확인이 안 되면 통학차량에 영유아가 남아있는지 재확인해야 한다고도 되어 있다. 운전자 역시 출결상황 확인이 종료될 때까지 통학차량을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 않고, 차량에서 대기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있다. 이 내용대로라면 지난 17일 동두천 어린이집 사고가 벌어질 이유가 없는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이중삼중의 방지책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발행한 '2018년 보육사업안내' 중 일부

아동 차량방치, 20만원 이하 벌금이나 과태료 처벌

그러나 이 매뉴얼들은 말 그대로 지침에 불과할 뿐, 처벌 규정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다. 결국 매뉴얼은 형식에 불과할 뿐, 현장에서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역할은 하지 못한 셈이다. 매뉴얼에서 지침을 지키지 않아 처벌되는 경우를 기재한 예를 보면, ‘보육교직원 동승없이 어린이 통학버스 운행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영유아가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은 경우 어린이집에 행정처분을 부과’한다는 내용 정도가 전부다. 물론 동두천 어린이집 사고와 같이 아이가 사망한 사건의 경우는 2017년 5월부터 시행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이른바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처벌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동 학대에 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아이를 자동차 같은 곳에 방치한 경우에는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아동학대처벌법에도 차량 내 방치에 대한 처벌 규정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항에서는 ‘자신의 보호·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금지하며 위반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차량에 아동을 혼자 두는 행위 자체를 방임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2017년 5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가 탑승 아동의 하차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위반시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태료에 처해지는 수준이다. 결국 아이가 다치는 등 사고로 이어지거나 사망에 이르지 않는 이상, 차량 내에 아이를 방치하더라도 사실상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해외선 차량 내 아동 방치 행위 자체 처벌

한편 차량 내 아동 방치 사고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보육기관의 통학차량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일 경남 의령에서는 60대 할아버지가 3세 외손자를 차량에 태운 채 방치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해외의 경우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이 높고, 우리나라에서는 문제삼지 않는 상황에서도 아동권의 측면에서 접근해 엄격하게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괌에서 아이들을 차량에 방치한 혐의로 현지에서 체포된 한국인 부부의 사건도 그 때문이다.

미국의 대다수의 주는 일정 연령 이하의 아동을 차량에 두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미국 20여개 주에서는 성인이 감독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동을 차량에 둘 경우 ‘차량에 아동 방치’ 혐의에 의해 경범죄로 처벌받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가 별다른 위험에 처하지 않더라도 차량에 홀로 두는 행위만으로도 징벌하는 것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차량 내 아동 방치 행위를 방지하고자 하는 법규라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방지책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국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어린이집 관계자 처벌을 촉구하는 글에서부터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전사고는 물론, 아이를 자동차에 방치하는 문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국민청원 글 등이 다수 올라왔다. ‘등하원 관련 알리미 서비스’ 도입을 촉구하거나, 또 해외에서 시행 중인 ‘슬리핑 차일드 체크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관련해 교육부는 18일 어린이 통학버스 감금 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어린이 통학버스 위치 알림 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와 교사가 실시간 문자를 통해 어린이 승하차 여부를 확인하고 링크를 통해 관련 사이트를 접속하면 통학버스의 위치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올해 예산 8억5000만 원으로 우선적으로 단말기 설치와 통신비 등을 지원하고 점차 확대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Photo by Steve Shreve on Unsplash

 

이밖에도 경찰은 차량 갇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자동차 경적을 엉덩이로 눌러 주변인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릴 수 있도록 지도하라고 권하고 있다. 아이들의 경우 손으로 자동차 경적을 울릴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엉덩이 등 신체 무게를 이용해서 경적으로 누르게 교육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36개월 미만이 어린 영유아 같은 경우에는 클랙션을 누르기는커녕, 자기 좌석의 안전벨트조차 혼자 풀르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어린이집·유치원 통학차량의 짙은 선팅을 규제해달라는 청원도 있는데, 지난해 자유한국당 김성찬 의원이 해당 내용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으나 현재 시행령에도 해당 내용은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러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과연 이것들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만약 처벌이 강력하고, 미미한 수준의 아동 방치에 대해서도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이런 사건이 해마다 반복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처벌 규정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통학차량 외에 일반 보호자들의 차량 내 아동 방치 사고를 막기 위한 법적 규제도 새롭게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론 사회가 지키고 돌보아야 할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법과 제도, 시스템이나 서비스 등으로 완전히 보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 있는 매뉴얼만 잘 지키더라도 동두천 사고와 같은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아이들의 인권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결국 아이를 키우는 주체이자 최고의 안전망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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