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폭염 때문에 원전 재가동?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7.30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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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줄 모르는 폭염으로 전력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원전을 재가동했다는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또 지난 해 대만의 블랙아웃 사태가 탈원전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전력부족으로 원전 재가동?

연일 이어지는 폭염으로 전력수급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점점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탈원전 정책’으로 멈추게 했던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했다는 ‘루머’까지 등장했다. 경향신문에서 팩트체킹했다.

전력거래소의 ‘실시간 전력수급현황’을 보면 지난 24일 오후 4시35분 전력수요는 9255만1000㎾를 기록했다. 공급능력은 9927만㎾, 공급예비력은 671만9000㎾로 전력예비율은 7.26%였다. 전력수급 위기경보는 예비력이 500만㎾ 미만일 때 발동된다. 대형 발전기 고장 등 돌발 상황 발생 시 수급 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루 중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한 시간 동안의 평균 전력수요를 뜻하는 ‘최대전력수요’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오후 4~5시 전력수요는 9219만6000㎾(4시15분), 9248만6000㎾(4시45분), 9233만7000㎾(5시)로 전날 기록(9070만㎾)을 훌쩍 넘어섰다. 산업부가 지난 5월 말 기상청 전망에 따라 발표한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는 이보다 적은 8830만㎾였다.

산업부에 따르면 원전 설비는 총 24기로 용량은 2253만㎾다. 전체 발전설비의 19%이지만 실제 발전량은 30%를 차지한다. 현재 24기 중 지난 21일부터 가동에 들어간 한울 4호기를 포함해 17기가 가동 중이다. 원전은 18개월에 한 번씩 계획예방정비를 받는데 원자로를 멈춘 뒤 설비 전반을 점검하는 대규모 작업이기에 갑자기 계획을 바꿀 수 없다.

지난 4월 산업부는 하계전력수급대책 수립 과정에서 원전 가동 일정을 일부 조정했다. 이때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의 정비 착수 시기는 전력 피크 기간인 8월 2~3주차 이후로 연기됐고, 현재 정비 중인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는 피크 기간 전 다시 가동되는데 역시 석 달 전에 결정됐다.

전력수요가 높은 여름과 겨울에는 원전뿐 아니라 석탄·LNG 발전소도 가급적이면 많이 돌린다. 모든 발전소는 전력수요가 가장 많은 기간에 최대한 가동할 수 있도록 정비 일정을 조정하는 게 원칙이다. 미리 세운 계획에 따라 원전을 전력 생산에 투입하는 것이지, 전력 부족 때문에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JTBC 방송화면 캡처

2. 대만 ‘블랙아웃’은 탈원전 때문?

JTBC에서도 폭염과 관련해 떠도는 루머를 팩트체킹했다. 지난해 8월 15일 대만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이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으로 조선일보와 한국경제가 비슷한 내용을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15일 대만 가구의 절반가량이 전기를 쓰지 못했다. 그날 최고기온은 섭씨 38도였고, 668만 가구가 폭염 속에서 5시간을 보냈다.

발생원인을 살펴보면, 먼저 한 LNG 발전소가 멈췄고 그 때문에 그 일대의 LNG 발전 단지가 함께 멈춰 대만 전역으로 그 영향이 퍼져나갔다.

지난해 9월 7일 ‘대만 행정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의 실수, 공급밸브 잠금이 핵심 원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LNG 발전소의 한 직원이 밸브를 잘못 작동해 밸브가 2분간 잠겼고 가스 공급이 차단됐다. 이 때문에 발전소 1기가 멈췄고, 그 여파로 단지 내의 5기가 정지됐다. 그 영향이 대만 전역으로 퍼져나갔다는 설명이다.

또 1년 뒤인 지난 21일 발표된 ‘대만 경제부’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대규모 중앙 집중 발전소로 인해 발생했다”고 되어있다.

문제의 발전소가 속해 있는 LNG단지는 ‘중앙 집중’ 방식으로 전력망이 분산돼 있지 않아 위험을 한꺼번에 받은 것이다. 직원의 실수 등으로 발전소 1곳이 멈추면 다른 곳까지 영향을 받는 시스템이 핵심 원인이었다.

결과적으로 예비전력 관리에 실패했고, 대만 정부도 이 점을 인정해 전력 예비율을 15%까지 올린다는 보완책을 발표했다.

두 나라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다. 발전소 1곳이 멈춘다고 가정할 경우, 중앙 집중도가 높은 대만은 전체 공급량의 10%가 사라지게 되지만 상대적으로 분산된 한국은 그 영향이 2% 정도다.

목표로 하는 탈원전 시점도 대만은 2025년까지 8년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한국은 2082년까지 60여 년간 점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3. 故 노회찬 의원의 부인은 ‘전용 운전기사’를 두었나?

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 대한 애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선일보 기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 이혜운 기자는 지난 21일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아내 운전기사까지 둔 원내대표의 당이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와 JTBC, 중앙일보 등이 확인했다.

김종철 정의당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노 의원 부인은 전용 운전기사가 없고, (전용 운전기사라는 사람은) 2016년 선거기간 후보 부인 수행을 위해 자원봉사로 운전을 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김 실장은 온라인에 게재된 해당 칼럼에도 실명 댓글을 달고 “당시 노회찬 후보 부인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약 20일 운전을 해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칼럼이 나간 뒤 당으로 ‘진보 정치인 부인이 전용 운전기사가 말이 되느냐’, ‘당비를 그렇게 쓰느냐’는 항의 전화가 많이 왔다”면서 “사실관계를 바로잡으려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운전기사는 장모(57) 씨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노 의원 선거본부 집행위원장을 맡은 정의당 경남도당 감순희 사무처장은 “장씨가 ‘뭐라도 도와드리고 싶다’면서 찾아왔다. 당시에는 경공모 회원인줄 전혀 몰랐다”며, “20여일간 활동했는데 다른 자원봉사자와 나눠서 운전했고 하루 몇 시간만 일할 때도 많았다. 급여는 지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장 씨는 자원봉사를 대가로 드루킹 측으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2016년 말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이 선고된 데 이어 작년 5월 2심에서 벌금형이 확정됐다. 재판을 맡은 1·2심 재판부도 각각 장씨가 노 의원 선거본부의 자원봉사 운전기사였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선거운동본부에서 후보자의 배우자에게 차량과 운전 봉사자를 지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후보자 배우자의 선거운동에서 현실적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한 만큼 거의 100% 자원봉사자를 붙인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도 “거의 모든 국회의원 후보의 배우자가 선거운동에 동참하는데, 지리에 밝은 자원봉사자를 운전자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JTBC는 이런 주장들이 언론 보도와 정치권의 논평으로 점점 기정사실화됐다고 보도했다.

장 씨가 보도에 처음 등장한 것은 4월 16일 즈음 국민일보 보도인데, “아내의 운전기사로 선거운동을 돕던 자원봉사자”라고 분명히 보도됐다.

하지만 그 뒤 몇몇 언론이 “아내의 운전기사”라는 것만 앞세워서 썼다. 이어 5월 9일에는 자유한국당이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노 대표 부인의 운전기사”라고 단정 짓는 논평을 냈고 여러 언론에서 ‘운전기사’와 ‘자원봉사자’를 뒤섞어 썼다.

그리고 지난 21일 논란이 되고 있는 조선일보 칼럼이 나왔고 이후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등에서 확산됐다.

 

4. 김승규 전 국정원장 “난민에게 ‘우리 딸’ 뺏겼어요” 발언 팩트체크

김승규 전 국가정보원 원장이 지난 11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개최한 ‘난민법 개정을 위한 국민토론회’에서 “딸들이 부족해서 장가를 못 가는데, (난민들이) 우리 딸들을 데리고 살려고 해요. 딸들을 많이 뺏겼어요”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서 팩트체킹했다.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낸 김 전 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외국인이 체류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난민법을 악용하고 있으며, 일례로 남성 난민신청자들이 한국 여성과 결혼해 국내에 정착하려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무부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김 전 원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내 난민신청자 중 한국인과 결혼해 결혼이민으로 자격 변경 허가를 받은 외국인 수는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129명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난민신청자의 0.46%로 1%가 채 안 된다.

난민신청자 중 결혼이민 자격을 얻은 이를 연도별로 보면 2013년 8명, 2014년 15명, 2015년 19명, 2016년 31명, 2017년 56명이다. 올해 상반기 자격을 취득한 35명을 더하면 5년 반 동안 총 164명의 난민이 한국인과 결혼해 거주 자격을 얻은 셈이다.

매년 숫자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난민신청자 역시 매해 증가하는 추세여서 난민신청자에서 결혼이민으로 자격이 바뀌는 비중은 전체 난민신청자 대비 0.2∼0.5% 수준이다.

성별에 따른 통계가 없기 때문에 결혼이민으로 자격을 변경한 난민신청자가 모두 남성이라고 가정하더라도 20∼64세 국내 여성 인구 1천556만여 명 중 난민신청자와 결혼하는 비율은 0.0003% 안팎이다.

난민신청자를 포함해 한국인과 결혼해 정착하는 전체 외국인은 여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2017년 한국으로 유입된 결혼이민자는 15만5천457명이었는데, 여성이 13만227명으로 83.8%를 차지했다.

중국 출신 여성이 4만5천528명으로 35.0%를 차지했고, 베트남-일본-필리핀-캄보디아-태국 등의 순이었다.

한국인과 결혼해 아예 국적을 바꾸는 혼인귀화자의 경우 2017년 한 해 동안 6천438명이었는데, 베트남이 가장 많았고 중국-캄보디아-필리핀 등의 순이었다.

1994년∼2017년 국내 난민신청자의 국적은 파키스탄(4천268명), 중국(3천639명), 이집트(3천244명), 나이지리아(1천831명), 카자흐스탄(1천810명), 방글라데시(1천455명), 시리아(1천326명) 등의 순으로 국내 결혼이민자나 혼인귀화자를 많이 배출한 국가와 대체로 불일치한다.

김승규 전 국정원장의 발언은 근거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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