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끝이 아니다...지구온난화 대재앙의 시작

  • 기자명 박재용
  • 기사승인 2018.08.06 09: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독한 더위가 한반도를 근 한 달 째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의한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드디어 그 결과를 인간에게 돌려주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입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불러올 가장 큰 화는 지금 겪고 있는 폭염 정도가 아닐 것입니다. 더 심각한 사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Photo by L.W. on Unsplash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 포화 상태 

지구가 더 더워지면, 툰드라가 녹고, 툰드라에 묻혀있던 탄화수소들이 대량으로 대기에 방출되겠지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더욱 급격하게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툰드라는 1년 중 대부분이 지표 모두가 얼어있는 상태고 여름 한 두 달만 살짝 녹는데, 이 때도 지표 윗부분만 살짝 녹는 것이고 아래쪽은 그대로 얼어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툰드라의 지표가 모두 녹으면 이제껏 얼어있던 그 아래쪽의 탄소화합물이 그대로 노출되는 거지요. 몇 백 미터의 두께로 얼어있던 이 지층이 통째로 녹고, 그 곳의 탄소가 이산화탄소가 되어 혹은 메탄이 되어 대기 중으로 유입되면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또한 바다는 지금껏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우리의 배출량만큼 늘어나지 않도록 저장하는 역할을 했는데 이 또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표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극부근의 게들이 껍질이 녹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지요. 이산화탄소가 적당히 있을 경우 칼슘과 결합하여 탄산칼슘을 만드는데 이것이 게나 새우 껍데기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입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지면 역으로 탄산수소칼슘Ca(HCO3)2이 되는데 이는 물에 잘 녹는 화합물입니다. 즉 게 껍데기가 녹는다는 건 바닷속 이산화탄소 농도가 꽤나 높아졌다는 이야기지요.

지구온난화의 10가지 지표. 해수면과 습도는 올라가고 빙하와 만년설은 줄어든다. ⓒwikimedia

화석연료의 지속적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증가가 불러오는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가 지금처럼 진행된다면, 아마 이 두 가지 사태가 겹쳐지는 일이 21세기 내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기상학자들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만약 바다가 더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포화가 된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금보다 훨씬 급격히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지구도 더 빨리 뜨거워지겠지요.

이런 상태가 되면 마침내 북극과 남극 그리고 그린란드의 얼음들이 대부분 녹는 사태가 일어납니다. 해수면이 높아지겠지요. 해안가의 주거지는 대부분 침수사태를 겪게 될 것이고, 섬들은 잠기게 됩니다. 해수면이 올라가면 강의 하류도 범람하게 됩니다. 지금 인류의 거주지는 절반 이상이 해안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물론 둑을 쌓고, 거주지를 옮기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게 되겠지요. 해수면이 올라가는 현상은 한두 해가 아니라 몇 십 년에 걸쳐 이어질 일이니 어떻게든 대책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가난한 나라는 그런 대책을 세울 예산조차 부족하겠지만요. 그러나 이 정도로 사태가 마감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북극 녹으면 바다 대순환도 멈춰...폭염ㆍ가뭄ㆍ소빙하기까지

지구의 바다는 서로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지도상으로만 연결된 것이 아니라 거대한 순환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순환을 열염순환이라고 하는데 대서양 북쪽 끝, 북극에서 시작되어 대서양 바닥을 타고 남극으로 갔다가 다시 인도양과 태평양을 돌아 표면해류를 타고 도는 순환입니다. 지금의 기후는 주기가 2000년가량 되는 이 거대한 순환에 기대어 있는 측면이 아주 큽니다.

이 순환은 북반구의 겨울, 북극의 바닷물이 얼면서 시작됩니다. 바다가 얼면서 남은 바닷물은 소금기가 진해지고, 무거워져서 아래로 가라앉지요. 이 침강이 대순환의 시작인데, 북극이 녹아버리면, 이 순환이 멈추게 됩니다. 멕시코만류가 가장 먼저 변하게 됩니다. 북극해의 해수 침강 현상이 사라지면 멕시코 만류가 머나먼 유럽의 서해안을 타고 북해까지 갈 이유가 사라집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독일, 영국 등이 높은 위도에도 불구하고 따뜻했던 이유가 없어지지요. 마치 추운 겨울 이불 속에 넣어 놓을 따뜻한 탕파가 사라진 꼴이 됩니다. 최소한 작은 빙하기가 유럽에 찾아올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그리고 기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불규칙하게 변하게 될 것입니다. 40도가 넘는 폭염, 영하 30도 이하의 혹한, 지독한 장마, 끔찍한 가뭄 등이 시도 때도 없이 지구촌 전역에서 수시로 일어나게 되고, 태풍도 그 진로와 규모가 들쭉날쭉해 질 것입니다. 1만 년 전 빙하기가 간빙기로 바뀔 때 우리 인류의 조상들이 겪었던 현상이지요. 이 들쭉날쭉한 날씨가 농경을 가로막아 기후가 안정된 1만 년 전에야 겨우 인간은 농경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015년 지역별 기온. 대서양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wikimedia

1.5도 기온상승이 임계점...우리는 파국을 막을 수 있나

트럼프가 탈퇴를 선언한 파리기후협약은 바로 이런 사태를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전세계적인 노력이었습니다. 그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는 1.5도입니다. 즉 파국까지 우리 인간에게 남은 여유 온도는 단 1.5도라는 거지요. 물론 이 1.5도도 불만스럽긴 합니다. 도저히 그 밑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각국 정부의 떼에 밀려 조정한 것이니까요. 어찌되었건 이 1.5도는 단순한 목표치가 아니라 일종의 임계온도입니다. 이 임계온도를 넘어서는 순간, 지구 전체가 우리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파국을 만들 거란 경고지요.

그런 파리기후협약마저도 지금의 상태로는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입니다. 중국과 인도가 거세게 공업화를 하고 있는 때문만도 아니고, 재생에너지가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기 때문만도 아니고, 지구 전체를 따져 1인당 에너지 소비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만도 아닙니다. 이 모든 상황이 합해져선 우리를 꼼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우리부터라도 에너지를 아끼자고 하지만 이런 폭염에 에어컨을 틀지 않고 버틸 수가 있겠습니까?

더위에 지쳐있을 독자들에게 더 답답할 소식을 전해드려 죄송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