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뇌의 10%만 사용한다? 놀고 있는 뇌는 없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8.1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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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뇌의 일부만 사용한다”, 최근 흥행에 성공하며 화제가 된 영화 <마녀>의 배경설정 가운데 하나다. 평소 사람은 뇌의 일부만 사용하기 때문에 뇌 사용률을 높이면 평범한 사람을 넘어서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10%만 사용된다’는 주장은 널리 알려진 속설 가운데 하나다.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루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라플라스의 마녀> 등 창작물의 소재나 배경으로 자주 사용됐다.

 

“10%-인간의 평균 뇌사용량, 24%-신체의 완벽한 통제, 40%-모든 상황의 제어 가능, 62%-타인의 행동을 컨트롤, 100%-한계를 뛰어넘는 진화” - 영화 <루시>의 홍보문구

 

 

일반인은 물론 많은 전문가들도 믿고 있는 '심리학 속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이 속설의 근원은 1908년 미국 심리학의 선구자이자 철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가 저서 <The Energies of Men>에서 “우리는 정신적, 육체적 자원의 일부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서 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

제임스는 특정 수치가 아닌 개발되지 않은 잠재력을 언급한 것이지만, 1936년 저널리스트인 로웰 토마스가 자기계발 서적인 <카네기 인간관계론(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에서 “10% 뇌 이론의 시작은 윌리엄 제임스”라고 주장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또 이 속설에는 “천재과학자인 앨버트 아인슈타인 박사도 뇌의 15%만 사용했다”는 그럴듯한 설명이 따라붙지만, 그와 관련된 기록은 아인슈타인 기록보관소를 비롯해 어떠한 곳에서도 찾을 수 없다.

미국의 심리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차브리스(Christopher Chabris)와 대니얼 사이먼스(Daniel Simons) 교수가 공동집필한 <보이지 않는 고릴라(The Invisible Gorilla)>에 따르면 일반인들은 물론 많은 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들도 이 속설을 사실로 여기고 있다.

미국의 신경학자이자 작가인 Richard E. Cytowic도 자신의 TED강의에서 “약 60%의 일반인과 절반가량의 과학교사들이 이 ‘10%의 미신’을 믿고 있다”고 밝혔다.

 

뇌 영상이 가져온 오해, 최신 의료영상기술로 규명

차브리스와 사이먼스 교수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2012년 11월 16일, ‘Using Just 10% of Your Brain? Think Again(단지 당신 두뇌의 10%만 사용한다고? 다시 생각해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리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개념은 분명히 거짓이다”라고 밝혔다.

“‘10% 신화’로 알려진 이 통념과는 다르게 우리는 뇌 전체를 활용한다. 사용되지 않는 뉴런은 죽고, 쓰지 않는 뇌 회로는 위축된다. 일부에만 ‘불이 들어온’ 뇌 영상 이미지 때문에 이 같은 잘못된 믿음이 더 확고해졌을 수 있는데, 뇌의 활동량이 기준치를 넘는 영역에만 불이 들어오는 것일 뿐, 어두운 부분이 잠들어 있거나 사용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신경심리학과의 바바라 사하키언(Barbara Sahakian)교수도 2014년 6월 21일 영국 데일리메일 기사에서 “뇌는 전체가 활동을 하며 동시에 사용된다. 또 생각에 관여하는 신경세포인 뉴런은 늘 뭔가를 하고 있다”며, “뇌의 90%가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잘못된 믿음”이라고 밝혔다.

최근 의료영상촬영기술의 발달로 널리 사용되는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나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양전자 단층 촬영)으로 뇌를 촬영하면 인간은 단순한 사고 작용을 할 때도 뇌의 다양한 영역이 동시에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기부여 측면에서 살아남은 '그럴듯한 바람'

앞서 데일리메일의 기사에서 미국 프린스턴대 신경과학자인 샘 왕은 “사람들은 자기 계발에 대한 희망 즉 열심히 노력하면 사고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10% 신화’를 믿고자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에모리대학교 심리학과의 스콧 릴리언펠드(Scott O. Lilienfeld)교수도 스티븐 제이 린(Steven Jay Lynn), 존 루시오(John Ruscio), 배리 베이어스타인(Barry L. Beyerstein) 등과 공동으로 저술한 <50 great myths of popular psychology (대중 심리학의 위대한 신화 50)>에서 “‘10% 신화’는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 같은 속설이 오랫동안 살아남은 것은 사람들에게 격려와 희망을 주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최근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뇌의 모든 부분을 항상 사용하고 있다. 한 번에 모든 부분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뇌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부분은 전혀 없다. 영화에서 평소 인간이 뇌의 일부만 사용한다는 가정은 사람들의 ‘그럴듯한 바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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