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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삼나무숲 보존 가치가 있을까?

기사승인 2018.08.17  08: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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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림 도로확장 '삼나무 채벌' 찬반 논란

최근 제주 비자림로 삼나무숲 훼손 논란과 관련해 논란이 분분하다. 사건 초기엔 비자림로를 무분별하게 훼손한 제주도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뤘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반박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나무 숲 조성배경 및 삼나무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에 따라 환경단체 및 진보정당의 ‘자연보존’과 지역민들의 ‘지역개발’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다. 제주 삼나무숲 벌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온라인 유명 커뮤니티 가운데 하나인 SLR클럽 게시판에 지난 9일 <답답해서 쓰는 글. 제주도 삼나무에 대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의 요지는 “제주도 삼나무는 식민지 시대 일본이 자원수탈용으로 마구잡이로 심은 것으로 오히려 제주도 자생식물들의 생육을 방해했고, 삼나무 자체도 알레르기비염과 아토피 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6일 만인 지난 15일 조회 수 9만 건을 넘어섰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서의 공유도 활발하다. 원래 게시글의 댓글에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글쓴이의 주장에 찬성한다”는 글이 많았다. 

 

원산지는 일본,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물음표

실제로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제공하는 국립중앙과학관 식물정보와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에 따르면 영문명이 ‘Japanese Cedar’인 삼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인 상록침엽수이다. “한국에는 1900년대 초에 도입되어 남부지방에 많이 심고 있다. 특히 제주도에서 잘 자라고 있으며 부락주변이나 논밭, 과수원등의 방풍림으로 많이 심고 있는 수종이다. 일본에서는 편백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용재수종의 하나이며, 한국에서도 옛날 울릉도에 자생하였다는 기록이 있으나 현재 조림하고 있는 것은 모두 일본에서 도입된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단지 일본에서 도입했다는 이유로 삼나무를 벌목할 까닭은 없지만 자원으로서의 가치에 대해서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제주 삼나무의 가치는 2006년 8월 제주KBS와 제주의 소리가 진행한 ‘삼나무 조림 70년 -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토론에서 심도깊게 논의된 바 있다. 이날 토론에는 한삼인 제주대 교수의 사회로 강태희 제주도 한라산연구소장, 김외정 국립산림과학원 임산공학부장, 정진현 난대산림연구소장, 오서용 제주산림영농조합법인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그동안 치산녹화사업 등 조림에만 치중해 삼나무가 지나치게 밀식됐고 이 때문에 경관과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 “밀식된 삼나무를 간벌해야 하며 한라산 국립공원에 심어져 있는 삼나무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삼나무는 원산지인 일본보다 제주에서 더욱 잘 자라고, 꾸준하게 육림하면 경제적 가치와 자원활용도가 높다”는데 의견을 일치했다. 제주도 본래의 자연생태계를 해치는 곳에서는 삼나무 수목을 솎아내는 간벌이 필요하지만, 원산지인 일본보다 제주에서 더 잘 자라는 수종인만큼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6년 후인 2012년에는 다른 견해가 나왔다. 2012년 5월 국립산림과학원이 ‘기후변화로 인한 산림의 생산성 감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 및 지자체 관계자 등 30여명의 전문가들은 “삼나무는 생장이 빠르다는 이유로 많이 심었으나 최근에는 목재의 품질이 좋지 않고 우리나라 산림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단점으로 거의 심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미래 목재공급을 담당할 나무로 삼나무 대신 대만소나무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꽃가루 알레르기의 원인으로 발병률도 증가추세

삼나무가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인 것도 대체로 사실이다. 포털사이트 다음과 서울아산병원이 제공하는 질병백과에 따르면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은 누런 먼지처럼 공중에 날아다니는 삼나무·오리나무·자작나무 등의 꽃가루이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강혜련 교수도 서울신문의 기사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오리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버드나무, 참나무, 일본삼나무 등의 풍매화 꽃가루가 흔한 원인물질”이라고 설명했다. 또, 울산대학교 최기룡 교수(식물생태학)는 지난 3월 “편백은 삼나무와 함께 국제적으로 꽃가루 알레르기인 화분증을 유발하는 나무로 널리 알려졌다”며, “일본에서는 봄철만 되면 편백과 삼나무 꽃가루의 배출량을 방송으로 알리며 주의를 환기하고, 조림사업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림청도 반박자료를 통해 “일본은 편백의 자생지로 생육범위가 넓고, 조림면적도 260만㏊로 전체 조림면적의 25%를 차지하는 만큼, 화분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일본에서도 화분증의 90%는 삼나무가 주원인이며, 편백의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러 보도를 통해 삼나무가 꽃가루 알레르기의 주원인인 것만큼은 공인된 셈이다.

실제로 제주도민들의 알레르기 질환 비율은 높은 편이다. 2015년 인구 10만 명 당 알레르기 비염과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가장 많았던 곳은 제주도로 나타났다. 제주대의대 환경보건센터 이근화 교수팀이 2015년 제주도에 사는 초·중·고생 1천225명을 대상으로 삼나무 꽃가루 알레르기 감작률(알레르기 반응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46.2%(566명)가 아토피 질환을 갖고 있었고 이 가운데 삼나무 꽃가루가 아토피 질환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경우는 17.6%였다. 또 제주도 내에서도 서귀포시 거주 학생들의 삼나무 꽃가루 아토피 유병률(23.8%, 156명)이 제주시(10.4%, 59명)보다 크게 높았다. 연구팀은 제주시보다 평균기온이 높은 서귀포시에서 삼나무 꽃가루 발생이 빠르고 양도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장단점 모두 고려한 대책 필요 

이번에 논란이 된 비자림로는 도로 양옆으로 빽빽하고 울창하게 자라 병풍처럼 늘어선 삼나무숲 경관이 아름다워 2002년 당시 건설교통부 주관 평가에서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돼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결국, 제주의 대표수종 가운데 하나가 된 삼나무는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는 환상의 경관을 보여주고 있지만, 다른 식물이 자라기 어렵게 만들어 제주 본래의 자연환경을 교란시키고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범인이기도 한 셈이다.

하지만 비자림이 제주의 대표적 자연관광지이기 때문에 삼나무를 베는 것을 곧 자연파괴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다. 삼나무의 단점 때문에 채벌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 확장이 이유였기 때문에 '개발 vs 보존' 프레임이 작동하게 된 것이다.

온라인 게시글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다. 현존하는 자연경관을 전면 부정하며 도로확장의 이유가 되기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원희룡 제주지사가 언급한 ‘생태도로’ 조성의 고려사항으로는 충분한 셈이다. 

송영훈 팩트체커 sinthegod@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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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 팩트체커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금강산 관광 첫 항차에 동행하기도 했고, 2000년대 초반 정보통신 전성기에는 IT 관련 방송프로그램들을 제작하며, 국내에 ‘early adopter’ 소개와 확산에 한 몫을 했다. IT와 사회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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