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에도 '경중'이 있다?

  • 기사입력 2017.05.31 12:35
  • 최종수정 2017.06.08 15:29
  • 기자명 김준일 기자

문재인 정부 '위장전입' 논란과 궁금증 팩트체크

이낙연 총리 후보자, 강경화 외교부장관 및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의 가족이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위장전입의 경중을 따져야 한다” “부동산 투기 목적이 아닌 위장전입은 구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29일 청와대는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자는 고위 공직에서 원천 배제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내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여전히 부적격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후보자 인준이 원만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출처: 리얼미터 홈페이지

여론은 후보자들에게 우호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9일 "5대 인사원칙(병역 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에 어긋난 인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한 결과 응답자의 59.8%가 “역량이 뛰어나면 임명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에 대한 질문에 찬성이 72.4%(매우 찬성 38.9%, 찬성하는 편 33.5%)였고 반대는 15.4%에 그쳤다.

후보자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나도 위장전입을 했다"는 고백이 줄을 잇고 있다. 위장전입 처벌이 유명무실하니 문제삼지 말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한편에선 위장전입은 엄연히 현행법 위반이며 고위공직자의 위장전입을 인정해버리면 앞으로 위장전입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위장전입에 대한 논란이 커진 이유 중 하나는  이 용어가 법률 용어가 아니어서 사람마다 해석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은 ‘위장전입’ 개념과 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팩트체크 했다.

 

1. 현 거주지와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다르면 모두 위장전입이다?

대체로 거짓이다. ‘위장전입’은 법률 용어가 아니다. 정확히는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주민등록법 제 37조(벌칙)를 보면, 거주지를 이중으로 신고한 사람 혹은 거짓의 사실을 신고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혹은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년 이하 징역은 형법에서 가벼운 처벌이 아니다. 그만큼 주민등록법 위반 자체를 중요하게 본다는 의미다. 쉬운 표현으로 주민등록법상 '거짓신고'를 한 사람이 제 37조의 대상이 된다.

반면, ‘미신고’, 즉 거주하고 있으나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는 처벌이 훨씬 가볍다. 제 40조(과태료)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기간내에 신고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5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처벌 수위를 통해 거짓신고와 미신고의 경중을 엄격히 구분한 것이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는 부인의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 /YTN 화면 캡처

거짓신고와 미신고 모두 주민등록법 위반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위장전입'은 '거짓신고'를 의미한다. 인사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의 '미신고'가 문제된 적은 없었다. 재산 증식 목적이나 자녀 학교 배정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주소지에 주민등록을 이전한 '거짓신고'가 문제가 됐다. 이낙연, 강경화, 김상조 후보자 모두 거짓신고자다. 김상조 후보자의 경우 해외연수 때 주소를 이전 안했으면 미신고에 해당되는데 주소지를 이전 하면서 긁어 부스럼이 됐다. 최근 후보자들을 지지하며 “나도 위장전입을 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미신고자'다.

2. 이명박 전 대통령은 24차례 위장전입을 했다?

대체로 거짓이다. 하어영 한겨레 21기자는 지난 2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위장전입을 가장 많이 한 공직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공식적으로 24차례"라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이 전 대통령이 24차례 위장전입을 한 것이 사실인양 퍼져 있다.

공식적으로 이명박의 위장전입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다. 6월 12일 당시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은 이명박 후보의 부인 김윤옥씨가 서울 강남구를 중심으로 15차례나 주소지를 바꿨다고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이 후보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다가, 16일 본인이 나서 직접 해명을 했다. 네 자녀의 교육을 위해 5차례 위장전입을 했다고 사과를 했다.

그러면 24회 위장전입의 근거는 무엇일까. 2007년 당시 언론 해명에서 이 후보는 1969년 이후 24차례 주소를 이전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3차례는 주소지 지명이나 지번이 조례 등에 의해 변경된 것이다. 해명 이후 이 후보의 위장전입은 문제는 이슈에서 밀려났고 더 이상 문제되지 않았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위장전입은 5회다.

이명박 대선 후보의 위장전입 사실을 보도한 국민일보 기사

공직자 중 가장 많은 위장전입을 한 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임명된 주양자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주 장관은 과거에 16차례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취임 59일만에 물러났다. 

3. 역대 정부를 비교할 때 이명박 정부 때 위장전입을 한 고위공직자가 가장 많다?

대체로 진실이다. 이명박 정부의 주요 공직자 위장전입 사례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 본인을 비롯해, 이만의 환경부 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양창수 대법관, 오세빈 중앙선거관리위원, 현인택 통일부 장관, 김준규 법무부 장관, 민일영 대법관, 정운찬 국무총리, 이귀남 법무부 장관, 임태희 노동부 장관 등이 위장전입을 했다.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땅을 너무 사랑해서"라는 명언을 남기고 낙마했고,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도 위장전입으로 결국 사퇴했다. 천성관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지명 철회했다. 이밖에 어윤대 교육과학부 장관과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가 낙마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재산공개에서 부인의 위장전입이 밝혀지자 사임했고 최영도 국가위원장, 김병준 교육부총리, 김명곤 문화부 장관 등이 다른 의혹에 위장 전입이 더해져 사임한 바 있다. 이 참여정부 땐 위장전입 의혹이 있던 공직자 대부분이 낙마해 도덕성 기준이 훨씬 높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박근혜 정부때는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가 낙마한 반면,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후보자는 배우자 위장 전입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를 통과했다. 2015년 3월에는 유기준 해양수산부장관 후보,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 홍용표 통일부장관 후보,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 등 청문회가 진행된 4명이 모두 위장전입으로 곤욕을 치렀다.

4. 2005년 7월에 인사청문회가 도입됐다?

절반의 진실이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은 29일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5년 7월”이라며 앞으로 이 시점 이후에 위장전입을 한 사람은 고위공직에서 원천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 인사청문회가 처음 도입된 것은 2000년 6월이다. 16대 국회가 법을 제정했다. 첫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였다. 2003년 1월 인사청문 대상이 늘었다.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도 청문 대상에 포함됐다. 전 수석이 언긒한 2005년 7월에 장관 등 모든 국무위원 내정자가 인사청문회 대상이 됐다.

국무위원에 대한 청문회로 따지면 2005년이 맞지만, 첫 인사청문회는 2000년이다. 청와대가 2005년을 기준으로 제시한 것은 위장전입 논란이 제기된 3명의 후보자를 모두 통과시키겠다는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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