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공적연금'을 국민연금에서 기초연금으로

  • 기자명 김형모
  • 기사승인 2018.09.0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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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7일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공청회가 서울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됐다.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위원회가 향후 기금전망을 발표하고 제도발전위원회가 일명 ‘가안’과 ‘나안’이라 일컫는 국민연금 제도개선방향 제시와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국민연금은 1998년 법 개정으로 5년 단위로 '재정추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재정추계가 발표된 2003년, 2007년, 2013년 그리고 올해 모두 ‘기금고갈’과 “못 받으면 어쩌나”하는 국민적 불안 여론이 반복된다. 이번 4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1년 기금이 최대(1778조원)에 이르며, 2057년 소진이 예측됐다. 물론 이는 현재 보험료율을 전제로 한다.

4차 재정추계 활동 최대 성과는 '국민연금 재정목표' 합의다. 과거에는 소진 시점 예측, 제도 개선 제안 정도에서 끝났다면 이번에는 각 제도발전위원 견해와 상관없이 적어도 '재정목표'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 합의한 국민연금의 재정목표는 '70년 후 적립배율 1배'다. 추계기간 70년은 국민연금을 막 가입할 20세 청년이 90살까지 살아갈 기간이다. 최소한 신규 국민연금 가입자가 죽을 때까지 “연금 못 받을 걱정”은 없도록 한다는 얘기다. 적립배율 1이란 보험료 수입이 없어도 연금 기금만으로 1년치 급여를 지급할 적립금을 쌓아놓는다는 의미다. 2017년 기준 국민연금 지급액이 19조원 정도이고 기금적립액은 600조원 이상이니 현재 적립배율은 30을 넘는다.

그렇다면 재정추계에 따라 ‘대책’으로 나온 일명 ‘가안’과 ‘나안’의 내용은 무엇일까?

<가안>의 핵심내용은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는 것이다. 참고로 4차 재정추계는 현재 0.5%씩 낮아지는 소득대체율이 2028년 40% 도달을 전제했는데, 이를 2018년 소득대체율 45%에서 더 이상 낮추지 말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대응보험료율, 즉 당초 40%에서 45%로 인상하는 격차 5%에 필요한 보험료 2%는 2019년에 즉각 올리고, 2034년부터 12.31%로 추가 인상하면서 이후 재정계산시 마다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안이다. 하지만 <2088년 적립배율 1>이란 목표실현을 위해 보험료율을 어느 수준까지 올라야하는지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다.

<나안>은 재정안정화에 중점을 둔 안이다. 2088년 재정목표 달성을 위한 필요보험료율을 17.2%로 제시했다. 1단계, 2029년까지 13.5%로 보험료율을 올리고(4.5%인상) 2단계, 나머지 3.7% 보험료율 인상한다(17.2% 완성). 그러나 2단계 보험료율 인상이 어려운 과제임을 감안해 2043년까지 67세로 수급개시연령 연장, 기대여명계수 도입 등 ‘지출 조정’으로 보험료 인상 상쇄를 제안한다. 기대여명계수 도입은 평균수명 증가에 따라 연금액수를 하향한다는 얘기다.

서두에서 4차 재정추계 제도발전위원회가 “70년후 적립배율 1”이라는 재정목표를 합의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가안>은 이를 전제로 하지 않는 계획이다. 일단 2057년, 즉 39년 후까지도 적립이 남아있을게 확실하니 여기에 맞춰 국민연금을 강화하고 이후 문제는 차후에 논의하자는 얘기다. 반면 <나안>은 70년후인 2088년에도 적립배율 1의 기금이 남아있도록 미리부터 보험료를 더 내 후세대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주장이다.

<가안>과 <나안>은 사뭇 다른 듯 하지만 확고한 공통점이 있다. 먼 훗날까지 국민연금을 대한민국의 대표 공적연금으로 유지,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40년 가입 40%(나안), 45%(가안)라는 상당한 수준의 소득대체율 유지를 전제로 한다.

 

'불평등, 불균형' 국민연금 문제 알면서 고집해야하나

사회보험이나 조세로 공적연금이 존재하는 이유는 노동기간생애 능력만큼 부담을 하고 노후생애에 기본적이고 존엄한 삶을 사회적으로 보장받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공적연금 ‘대표선수’인 국민연금으로 먼 훗날까지 역할을 수행하려면 지나치게 많은 부담이 든다.

'기금소진후 부과식 연금 전환'을 쉽게 얘기하지만 사실 2060년 예측되는 부과식 보험료율은 26.8%이며 2088년에는 28.8%이다. 만약 2017년 합계출산율 1.05를 적용하면 2060년 보험료율은 29.3%, 2088년은 37.7%로 지속불가능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40% 소득대체율이면 필요 보험료율이 16% 정도이다. 20%~30%를 넘나드는 보험료율이 예측되는 이유의 핵심은 먼저 가입한 세대가 적은 금액을 넣으면서 월등한 수준의 연금을 ‘약속’받기 때문이다. 그러니 뒷 세대로 갈수록 그만큼 힘들어지는 것이다.

출산율과 가입자 임금수준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보험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전반적’과 ‘후반전’이 나뉘어진 사회보장 시스템이다. 전반전에는 오직 보험료를 내고 후반전에는 받기만 한다. 전반전에 내는 사람 숫자와 소득이 높아 수입이 많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모두 후반전에 받아야하므로 지출요인도 그만큼 증가한다.

더군다나 불평등하다. 국민연금이 <가입자평균소득>의 존재로 소득재분배 기능이 있다고 하지만 본질은 소득비례연금이다. 소득이 높은 사람이 가입 기간도 길다. 즉 노동생애의 격차가 노후격차로 이어진다. 건강보험공단의 발표(2015년)에 따르면 소득 1분위(하위 20%)와 5분위(상위 20%)는 기대여명에서 6.1년 차이가 난다. 소득 많은 이들은 국민연금을 많이 그리고 오래 받는다.

 

◆소득분위별 생애 가입기간 추정(年)

소득분위

1분위

2분위

3분위

4분위

5분위

평균

가입기간

12.9

17.4

21.3

24.4

27.6

20.7

출처: <국민연금 이력자료에 의한 계층별 생애가입기간의 전망 모형>, 최기홍, 2015

 

고정관념을 깨는 <다안>, 기초연금으로 선수교체!

국민연금은 어찌보면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하다. 100년 넘게 자동차 엔진으로 큰 역할을 했지만 전기모터가 동력장치인 전기차, 수소전지차가 등장하고 보편화될수록 내연기관 차량이 줄어드는게 대세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본질은 에너지 투입량 대비 효율이 전기차보다 낮기 때문이다. 물론 가솔린,디젤엔진이 앞으로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이상 ‘주류’가 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GDP 대비 국민연금 보험료 부과대상 소득총액(예측)은 2018년 27.8%, 2040년 27.8%, 2060년 28%이다. 국민연금이라는 제도를 움직이는 연료는 우리사회 총 부가가치 GDP 중 30%도 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마련한다. 즉 재원 범위가 너무 좁다. 100그루의 사과나무가 있는데 30그루에서만 집중적으로 사과를 따는 꼴이다.

또한 보험료율이 동일하다. 100만원이면 9만원, 200만원이면 18만원, 400만원이면 36만원이다. 만약 근로소득세(원천징수)라면 100만원이면 0원, 200만원이면 2만원, 400만원이면 23만원 정도이다. 소득상한이 존재하므로 500만원을 버나 5천만원을 버나 내는 보험료 액수가 동일한 역진성까지 있다. 즉 가난할수록 부담은 크고 혜택은 적은게 국민연금의 특성이다.

이 글에서 제안하는 가상의 <다안>은 전체 공적연금 본연의 역할을 국민연금 울타리 넘어까지 바라보며 개혁을 도모하는 안이다. 바로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더 이상 올리지 않으면서 보험료율에 조응하는 적정한 소득대체율로 낮춰가는 개혁'이다.

이는 국민연금이 담당해오던 공적연금의 ‘대표선수’를 기초연금으로 ‘선수교체’함을 의미한다. 현재 기초연금은 하위 70% 노인에게 최대 20만원 정도 지급되고 있다. 9월부터 25만원으로 오른다지만 기초연금 자체가 소득과 혼인여부 등에 따라 차감되니 25만원 다 받을 수 있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다안>은 <가안>과 <나안>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유지 또는 인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 인상 대신 기초연금 증액용 증세로 대체하자는 안이다.

예를 들어 <나안>에서는 2029년까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5%, 현행보다 4.5% 올릴 계획이다. 국민연금의 2017년 보험료 징수액은 39조5783억원이다. 9%에서 13.5%로 4.5% 올린다는건 2017년 보험료 수입 기준으로 19조8천억원을 더 걷겠다는 얘기다. 가칭 <다안>의 핵심은 19조8천억원을 국민연금을 부담 주체인 개인과 기업이 나눠 ‘소득세’와 ‘법인세’에 목적세인 <연금세>로 걷자는 것이다.

2017년 국세통계에 따르면 소득세 총 세입은 70조1194억원, 법인세 세입은 52조1154억원으로 합계 122조 2348조원이다. 19조8천억원 정도의 재원을 더 마련하기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에 약 16%에 해당하는 <연금목적세>를 신설해 기초연금 인상에 투입하자.

국민연금 보험요율 인상 대신 법인세ㆍ소득세에 연금세 더해 부과

당장 16%를 붙이는게 아니다. 13.5%로의 보험료율 인상도 단계적 인상이었으니 이 역시 단계적으로 시행하면 된다. 물론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9%가 유지되니 소득대체율은 25% 이하로 낮춰간다. 하지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고집하는 것 보다 소득대체율은 현행 보험료에 적합한 수준으로 낮추면서 기초연금을 충분하게 지급하는 방법이 사회적 총 비용은 비슷하지만 노인빈곤의 해결에는 훨씬 효과적이다. 향후에도 인구구조, 경제상황 등에 따라 사회적 합의를 통해 유연성있는 제도적용이 가능하다.

보험료 인상 대신 조세를 더 걷는게 사회적 부담은 훨씬 가볍다. 국민연금 납부대상은 아니지만 소득이 있는 노인과 어린이,청소년까지... 능력이 되는 모든 국민과 기업이 기초연금 재원에 기여한다. 후세대가 지어야 할 엄청난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단적으로 소득세를 16% 더 걷는다면 200만원을 버는 사람(부양가족 0명,연말정산환급 0원)이 한 달에 소득세 3천원 더 내면 된다. 반면 국민연금 보험료 4.5% 인상에 따른 추가부담은 9만원(근로자는 4.5만원)이다.

어지간한 사업주들도 마찬가지다. 월급 200만원 직원 100명을 고용한 법인세 과세표준 5억원인 회사가 4.5% 보험료 인상에 부담해야 할 추가보험료는 연간 5,400만원이지만 법인세는 1,280만원만 더 내면 된다. 더군다나 기업은 이윤이 있건 없건 사람을 고용하면 보험료는 무조건 내야한다. 하지만 법인세는 이윤에만 부과되니 기업운영 부담도 완화된다.

이렇게 되면 기초연금을 50~60만원 정도 지급할 수 있다. 기초연금이 늘어나는건 단지 지출만 늘어나는게 아니다. 그간 빈곤노인에 대한 기초생활보장 및 각종 노인복지예산은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빈곤구간에 있던 이들의 소득증가다보니 소비도 활발해져 서민경제 활성화에도 도움 되리라. 본 제안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 <보험료 동결, 소득대체율 하향>을 전제로 한 국민연금 재정추계 모델 제시, <보험료 인상 대체 연금목적세의 적정 세율> 등 후속 연구와 논의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가안>, <나안>, 그리고 <다안>. 이 중 공적연금이 갖는 본연의 가치에 충실한 개혁의 방향은 무엇일까?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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