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미터] '최저임금 2020년 1만원' 공약 파기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8.09.10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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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사실상 파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7월 16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이룬다는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면서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펴낸 공약집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시급) 1만원 인상을 공약한 바 있다. 이는 4대 비전 중 ‘더불어 성장으로 함께 하는 대한민국’ 가운데 ‘일자리·성장’ 분야, 그 중에서도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개선’에 포함된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에 따라 2017년에는 2018년 최저임금을 16.4% 올려 7530원까지 끌어올렸고, 올해인 지난 7월 14일에 2019년 최저임금을 10.9% 인상한 8350원으로 정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률에 따른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는 여론이 높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년에 2020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높이기 위해 19.7%(액수로 1650원) 인상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정부 내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이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과 관련해 대선 공약집에는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가구생계비 등을 포함’하겠다는 내용과 ‘최저임금 전담 근로감독관 신설 및 상습·악의적 최저임금 위반 사업주에 대한 제재’에 대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이 사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최저임금 결정시 가구생계비 포함" 공약 제자리걸음

우선 가구생계비와 관련해, 최저임금법 제4조 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구분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최저임금을 정할 때의 기준은 비혼 단신 노동자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해왔고, 가구생계비는 참고 심의자료로만 활용되어 왔다.

최저임금법 제1조에 따라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산정시 가구생계비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었다. 우리나라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131호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적정한 최저임금수준의 결정에 고려되어야 할 요소로 “근로자 및 가족”을 명시하고 있는 만큼, 가구생계비를 토대로 한 최저임금 산정이 필요하다는 논의는 계속되어 왔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제시한 2016년 1인 가구 생계비는 월 175만3000원이지만, 당시 최저임금은 월 126만270원으로 1인 가구 생계비의 71.9%에 그쳤다.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2018년 최저임금 월 157만3770원도 1인 가구 생계비 추정치인 월 185만9000원에 비하면 89.8%에 불과하다.

통계청의 2017년 가계동향조사(지출부문)에 따르면 1인 가구 월평균 소비지출은 137만3000원, 4인가구는 379만8000원에 달했다. 가구 생계비가 최저임금 산정에 반영되면 최저임금이 자연히 큰 폭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가구생계비 등을 포함시키는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히 진전된 바가 없다.

지난 6월 27일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명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및 정책협약 이행 합의문에는 가구생계비를 최저임금 인상 기준으로 삼는다는 구상이 담겨 있지만, 2018년 최저임금 결정 이후 현재까지 발의된 최저임금 일부개정법률안 15개 가운데 최저임금 산정에 가구생계비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안은 없다. 현 수준의 인상률에도 이토록 강력한 여론의 반발이 이는 현실 속에서, 급격한 수준의 인상을 담보하는 가구생계비 기준안을 주장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근로감독관 2년새 약 2배 증가...최저임금 미지급 단속 강화

최저임금 전담 근로감독관과 관련해서는 어떨까. 2017년 6월 정부와 일자리위원회는 최저임금 전담 감독관을 신설하고 관계부처 합동으로 관리감독도 강화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8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최저임금과 알바비 미지급에 대한 근로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근로 감독관 숫자가 부족할텐데, 감독관 확충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또한 “(최저임금·알바비 관련) 전담 근로감독관 배치도 검토해달라”고도 했다.

이에 따라 2016년말 1282명이던 근로감독관은 올해 지난 4일 기준으로 1894명으로 대폭 늘었다. 근로감독관 수는 2010년대 즐어 1200명대를 유지해왔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증가세다. 현재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2019년 예산안에는 근로감독관을 535명 더 늘이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이대로 예산안에 통과한다면 근로감독관은 2000명을 넘어서게 되고 문재인 정부 임기 2년 사이에 약 2배 늘게 된다.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의 사실상 포기를 선언했지만,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의지는 굳건히 강조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안정화하는 정책의 방향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과감한 개혁에 나서기 힘든 현실에 봉착한 상황이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외에도 ‘비정규직 감축 및 처우개선’을 위해 내세운 청사진들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 기사는 선거공약 체크사이트인 <문재인미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와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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