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고교급식'은 어떻게 인천공고 사진으로 둔갑했나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8.09.1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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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고 급식실’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최근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와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해당 사진은 학교 구내식당으로 보이는 곳에 먹고 난 식판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는 장면을 담고 있다. 한 이용자의 페이스북은 수백회 공유되기도 했다. 댓글에는 '인천공고'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사진 속 배경은 인천공고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네티즌이 엉뚱한 대상을 비난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페이스북 화면 캡처

해당 사진이 처음 등장한 때는 2013년이다. 당시 꼴통고등학교’, ‘개념 없는 고딩’, ‘한 학교 급식소’, ‘흔한 고등학교 급식실’ 등의 제목이 붙었지만 고등학교 이름을 특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사진으로 유추해 서울 신일고등학교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관련글이나 ‘해명’이라고 주장하는 게시물들을 통해 신일고 사진이라는 것이 사실상 정설로 굳어졌다. 학생들이 고의로 식판을 떨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 소셜미디어 뉴스매체인 '위키트리'는 “해당학교에 전화해 사실을 확인해 보니 “이날 ‘특식’ 메뉴 배식 때문에 일손이 모자라 벌어진 일”이라며 “학생들이다 보니 정리하는 분도 없고 해서 대충 쌓아 놓다가 식판이 한 순간에 무너진 것 같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신일고등학교에 전화취재를 했다. 신일고 관계자는 “당시 온라인상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들었다. 해당 사진을 직접 보지는 않아서 신일고인지는 확인할 수 없고 해명 글을 올렸다는 이가 당시 신일고 학생인지도 확인할 수 없지만, 당시에 학교급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 급식사진을 올리는 것이 화제였고 그런 맥락에서 일어났던 해프닝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2014년에도 공유되는 등 지속적으로 인터넷에 등장했다. 그런데 최근 등장한 사진에는 원본에는 없던 ‘인천공고’, ‘인천...공고’, ‘인천 공고 급실식’, ‘인천... 공고 급식실’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공고급식’으로 검색하면 ‘인천공고급식난장판’으로 키워드가 확장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누군가 편견 혹은 착각으로 단 제목으로 보이지만 게시물을 본 사람들은 비난 댓글과 함께 분노의 공유로 반응하고 있다. 

이 사건은 디지털 시대에 과거 사진이 어떻게 맥락이 왜곡되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검색만 조금 해봐도 진위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놀라운 사진이나 기사를 보면 SNS에 공유부터 하고 본다. '신중하지 않은 게시자'와 '사실 확인에 게으른 이용자'의 조합이 또 하나의 ‘거짓정보’와 피해자를 만들어낸 셈이 됐다. 거짓정보와 가짜뉴스가 쉽게 확산될 수 있는 토양은 바로 우리의 성급함이다. 인천공고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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