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조작ㆍ왜곡' 끝은 어디인가?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8.10.03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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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 중 인사이트라는 매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가 560만명을 넘는다. 언론사 팔로워수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인사이트는 스스로를 "가슴을 울리는 스토리와 통찰력 넘치는 시선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인사이트 공식 페이스북 계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기사 상당수는 과장, 조작, 왜곡을 담고 있다. 한국 저널리즘을 망치는 주범 중 하나다. 

1. 제목 조작으로 여성가족부에 대한 비난 가중

인사이트는 9월 27일 "여성가족부, PC 넘어  모바일 게임도 '셧다운제' 도입 추진한다"는 기사를 올렸다. 게임을 좋아하는 10~20대, 그중에서도 여성가족부를 싫어하는 남성들이 분노할만한 제목이다. 저널리즘 원칙상 제목에 큰 따옴표("")를 사용하려면 발화자가 있어야 한다. 인사이트 기사 제목을 보면 정부 관계자가 여성가족부의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도입을 발표한 것처럼 보인다.

제목과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실제 내용은 여성가족부가 10월부터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 관련 평가'를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이 평가는 2년마다 실시되며 내년 3월에 결과가 발표된다. 결과에 따라 모바일게임이 셧다운제에 포함될 수도 있다. 다른 언론은 동일한 내용을 발표하면서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포함될까?'란 제목의 전망 기사를 썼다. 그런데 인사이트만 '여성가족부'와 '셧다운제 도입 추진'이라는 단어를 확정적으로 사용했다. 평가는 여성가족부 업무니 당연히 해야하고,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큰 의미가 없다. 이 기사 덕분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성가족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여성가족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클릭수를 늘리기 위한 어뷰징이었다.

2. 엉뚱한 제목으로 난민 혐오 유발

10월 1일에는 난민 이어 '테러리스트'들도 올해 4만명 대한민국 입국 시도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테러리스트 명단에 있는 외국인 입국 시도가 매년 증가하는 것은 분명 주목할 만한 일이다. 9월 30일 국정감사에서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데이터를 보면 국제테러분자, 마약사범, 형사범 등의 비율이 확연히 증가세에 있다. 

이은재 의원이 밝힌 최근 4년간 외국인 입국금지 현황.

그런데 '난민'은 기사내용과 전혀 상관 없다. 이은재 의원은 난민을 거론 안 했으니 기사 내용이나 제목에 해당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게 정상이다. 뉴스1과 동아일보는 '테러리스트 입국시도 4년새 3배 '껑충'...올해 벌써 4만명'이란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정상적인 제목이다. 유독 인사이트만 난민을 거론하고 있다. 제목만 보면 난민은 곧 테러리스트며, 난민도 4만명이나 입국시도한 것처럼 보인다. 난민반대 정서에 커지는 상황에서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수를 늘려보자는 것이다. 

3. 미확인 인터넷 루머 기사화로 여성ㆍ외국인 혐오 유발

10월 2일에는 '지난 추석 연휴 수원역 집창촌서 '대기 번호'받고 기다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란 기사를 올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을 소개한 기사다. 그런데 사실관계 확인이 안됐다. 정말 수원역 집창촌인지, 외국인 노동자가 맞는지 팩트체크를 하고 기사를 내보내야 함에도 그냥 시중에 떠도는 내용을 소개했다. 원본은 9월 29일 네이트판의 '이번 추석 수원역 사창가 근황이라고 하네요..."란 제목의 게시물이다. 첫줄에 "대기번호받고 줄서있다고 합니다"란 글이 적혀 있다.

그런데 원문에는 외국인 노동자라는 내용이 없다. 사진을 봐도 밤이어서 해상도가 떨어지고 얼굴 대부분이 모자이크 처리가 돼서 외국인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몇몇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댓글로 외국인 노동자들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소문은 돌고 돌았고 사진 속 성매수 남성은 모두 외국인 노동자가 됐다. 이제 한국 남성들은 이 사진을 맘 편하게 비판할 수 있게 됐다. 성을 파는 여성과 구매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문제지 한국 남성들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포스팅에는 5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여성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 글과 이를 둘러싼 남녀 댓글전쟁이 대부분이다. 클릭수 증가를 빼고, 이 기사의 존재 이유가 단 하나라도 있을까? 

4. 검증되지 않은 수년전 주장을 최신 과학연구로 포장

9월 11일 '100년간 충전 안 해도 되는 역대급 '다이아몬드 배터리' 개발됐다'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기사는 "바로 100년간 충전이 필요 없는 배터리가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최근 인터넷 포럼 빅싱크(bigthink)는 핵폐기물을 활용한 다이아몬드 배터리가 발명됐다"고 전했다. '방사능 다이아몬드 배터리'로 불리는 이 기술은 인사이트가 인용했듯이 빅싱크라는 사이트에서 소개된 바 있다. 영문 위키피디아에도 올라와 있다. 그런데 소개된 날짜가 2016년 12월이다. 2년전 것을 최근 등장한 것처럼 소개했다. 

내용도 엉터리다. 인사이트는 "다이아몬드 배터리가 개발됐다"고 전했는데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술이다. 미국 팩트체크 미디어 스놉스닷컴에 따르면 이론적 아이디어에 불과하며,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재료공학 교수 톰 스콧이 현실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한국에서는 이 기사를 똑같이 베껴 9월 17일 더팩트와 스타투데이가 보도를 했다. 

2016년 빅싱크에 실린 '다이아몬드 배터리' 가능성에 대한 글. 최근 인사이트가 제품이 완성된 것처럼 기사화했다.

"인사이트 페북부터 끊읍시다"

이밖에도 수없이 많은 엉터리ㆍ왜곡ㆍ조작 기사가 있다. 저널리즘에 대한 책임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기사엔 일관성이 있다. 목표는 클릭수 증가다. 독자를 낚을 수 있다면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고, 분노를 유발하고, 엉터리 지식을 전달하고, 심지어 피해자가 발생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클릭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다른 언론사도 정도 차이만 있지 어뷰징을 한다. 하지만 이런 트렌드는 인사이트가 주도하고 있다. 인사이트 영향력을 감소시켜야 하는 이유다.

인사이트 기사는 팝콘처럼 소비된다. 진지하게 믿는 사람이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인사이트가 엉터리 기사를 쓰면 이를 베껴쓰는 언론이 다수다. 질 낮은 기사가 범람하면서 한국 언론 신뢰도는 하락했고, 양질의 기사는 찾기 어렵게 됐다. 언론이 자정을 못한다면 독자들이 나서야 한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언론소비자 운동이 필요하다. 과감하게 제안하고 싶다. "인사이트 페북부터 끊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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