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와 풍자, 비슷하지만 다른

  • 기자명 지윤성 기자
  • 기사승인 2017.11.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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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 조작 사진으로 알아본 차이점

가짜뉴스(fake news)와 패러디(parady), 풍자(satire)는 분명 다른 개념이지만 이를 구분하지 않고 쓰이는 일이 많다. 가짜 뉴스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으면서 광범위하게 쓰이게 된 부작용이다. 거짓 정보를 담고있다고 하더라도 생산자의 의도와 형식, 내용에 따라 가짜 뉴스 여부를 구별해야 한다. 이 기사에서는 실제 사례를 통해 가짜뉴스가 패러디 혹은 풍자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본다.

최근 미국은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사건을 조사한 내용을 담은 기밀문서를 공개하면서 케네디 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은 생전 배우 마릴린 먼로와의 염문설 때문에 곤욕을 치렀는데 인터넷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다. 

마릴린 먼로를 끌어안고 있는 케네디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그런데 이 사진은 진짜가 아니다. 

사실 이 사진들은 유명인 재연 배우들(Impersonator)을 사용해서 풍자 사진(Lookalikes)을 찍는 영국 작가  앨리슨 잭슨(http://www.alison-jackson.co.uk/) 의 작품이다.

그러면 이 사진을 이미지가 조작된 가짜 뉴스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가짜뉴스는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뉴스의 형식을 빌린 가짜 정보"라고 정의된다. 그런데 이 사진은 작가가 홈페이지에 재연배우와 함께 작업한 풍자사진이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그래서 가짜 뉴스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촬영된 맥락을 빼고 다른 곳에 퍼다 나르면, 사람들은 이 사진을 진짜로 오인하게 된다. 사진 작가는 가짜를 진짜라고 주장할 의도가 없었는데, 결국 가짜 뉴스와 같은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앨리슨 잭슨의 대표작으로 한동안 일베저장소에서 진짜로 둔갑해 돌아다닌 사진들이다. 

영국여왕이 황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있는 장면. 물론 가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탕하면서도 코믹한 이미지 때문에 패러디 사진의 단골 소재다.
자세히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얼굴이 다르지만, 헤어스타일과 분위기 때문에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가짜 사진. 몰래카메라인 것처럼 연출한 것이 인상적이다. TV에서는 부인 힐러리 클린턴이 나오고 있다.
앨리슨 잭슨의 작업 모습

위의 사진들은 분명 메시지가 있다. 빌 클린턴은 르윈스키와의 섹스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정치인이며 도널드 트럼프 역시 대통령이 되기전 자유분방하고 방탕한 사생활로 유명한 사람이다. 이런 사진은 해당 캐릭터의 전형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그들의 이중적 사생활을 풍자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면 마릴린 먼로의 사진을 더 살펴보자. 

1955년 마릴린 먼로와 제임스딘이 뉴욕 엠베서더 호텔에서 같이 찍은 사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합성이다.

제임스딘과 마릴린 먼로는 서로를 아는 사이였지만, 사귄 적이 없고 데이트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위의 사진은 마치 요절한 두 배우가 한때 다정한 사이였던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사진은 합성이다.  그렇지만 국내외엔 이 사진이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합성전 원본 사진

요절한 남녀 청춘 스타. 섹스 심벌과 반항의 아이콘. 사귄 적도 없는 두 사람은 이렇게 사람들의 뇌리속에 연인으로 남게 됐다. 

마릴린 먼로와 엘비스 프레슬리가 같이 찍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가짜 사진이다.

다음은 스페인어를 읽고 있는 마릴린 먼로 사진이다. 

마린린 먼로가 스페인어 책(Confesiones Silenciosas : Silent Confessions) 을 읽는 모습은 사실 마릴린 먼로의 남편(1956~1961)이었던 아서 밀러의 책(An Enemy of the People,  원작자)이었다. 아더 밀러와의 결혼 기간 중에 마릴린 먼로가 케네디와 불륜관계였다고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것도 가짜뉴스다.

마릴린 먼로와 관련된 조작된 혹은 풍자 사진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다보니 이들 사진만 모아서 검증한 기사도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위의 사진 역시 가짜 뉴스로 보기 힘들다. 특정 캐릭터의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하는 방식인데 이미지를 제작한 사람이 실질적으로 얻는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진은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테러가 터지던 날 조지 부시 대통령이 초등학교에 방문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던 모습을 찍은 것이다. 그런데 부시 대통령이 책을 거꾸로 든 것을 볼 수 있다. 꽤 화제가 되었던 사진이다. 부시 대통령이 책을 읽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읽어 주는 쇼를 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책을 거꾸로 들고서도 그 사실을 알아 차리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 사진은 가짜다. 루머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스눕스닷컴은 이 사진이 조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이 워낙 말실수를 많이 하고 문법을 많이 틀려서 재임 기간 지적 능력에 대해 조롱을 받았는데 이 사진은 부시 대통령의 그런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조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이 사진은 가짜 뉴스에 해당될까? 이 사진은 실제 보도사진을 바꾼 것이어서 꽤 오랫동안 사람들이 진짜로 오인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가짜 뉴스로 보기 애매한 측면이 있다. 이 사진을 유포한 사람이 얻은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득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를 좋아하지 않는 누군가가 그를 조롱하기 위해 유포했다면 풍자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앞에서 나온 잭슨의 사진과 다르게, 패러디 혹은 풍자임을 한 눈에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가짜 뉴스로 인식될 가능성은 더 높다. 

소셜미디어가 발달할 수록 짧은 글이나 뉴스에 대한 선호와 함께 사진 한 장 동영상 한 편이 더 파급력이 큰 세상에 살고 있다.

비지니스 인사이더지가 조사한 내용이다.
미국 대선 기간중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그리고 힐러리 클린턴이 ISIS에 무기를 판매 했다는 등의 가짜뉴스가 페이스북에서 얼마나 파급력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로서 기성 언론보다 더 많은 파급력을 가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1분 동안 벌어지는 일
페이스북에 업로드 되는 컨텐츠 종류

비단 페이스북뿐만이 아니고 대부분의 유명 소셜미디어상에서 가장 많이 올라오는 자료는 바로 사진이다. 그만큼 파급력 역시 높아 조작된 사진들이 쉽게 유통되고 진짜처럼 설득력을 가지는 경우가 글보다 더 많다. 가짜 뉴스가 아닌 풍자 혹은 패러디 사진이라 할지라도 게재하고 전달하는데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기사 “목소리와 얼굴도 카피하는 시대”(http://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189) 를 통하여 기술발전이 가짜 뉴스를 지금보다 훨씬 정교하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현실은 가짜 뉴스 그리고 가짜 사진 모두 아주 특별한 기술 없이도 대중의 여론을 쉽게 왜곡할 수 있음을 우리는 여러 국내외 사례에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늘 비판적인 시각과 생각(Critical Thinking)이 필요하다. 그리고 뉴스톱과 같은 팩트체크 전문 미디어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제도서관협회에서는 독자들이 뉴스를 볼 때에 생각해야 하는 8가지를 강조하고 있다.

1) 제대로 된 언론사 인지를 확인 한다

2) 작성자를 확인 한다

3) 발행일을 확인 한다

4) 개인 편향에 주의 한다

5) 제목만 보지 말고 전문을 확인 한다

6) 다양한 출처를 확인 한다

7) 뉴스와 풍자를 구분 한다

 8) 펙트 체킹 기관이나 전문가에게 확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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