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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평균 이상" 워비곤 호수엔 누가 빠지나

기사승인 2017.11.15  03: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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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부영의 커뮤니케이션 팩트체크

“당신보다 느리게 운전하는 사람은 멍청이고, 당신보다 빠르게 운전하는 사람은 미친놈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나요?” 

미국의 코미디언 조지 칼린(George Carlin)의 조크다. 운전하는 사람이면 반박하기가 어렵다. 나는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다른 놈들이 이상하게 느리거나, 미친 듯이 빠르게 운전한다고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고 산다. 도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 형편없이 운전을 하는 사람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자신보다 못하다고 믿는다. 

이런 근거 없는 믿음, 자기 자신은 아무리 못해도 보통의 다른 사람들보다는 낫고 최소한 평균이상은 된다는 자기과신은 개인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이 속한 집단, 조직, 회사도 최소한 평균보다는 잘 한다는 착각으로 자기과신의 오류는 확장된다. 사실 우리는 우리 생각만큼 훌륭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리가 자신을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건 워비곤호수 효과(Lake Wobegon Effect)의 증상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근심이 사라진 마을'엔 자기과신만 남아

워비곤 호수는 미국의 풍자작가 개리슨 케일러(Garrison Keillor)가 창조해 낸 가상의 마을이다. 그가 쓴 라디오 쇼, ‘프레리 홈 컴패니언(prairie home companion)’의 배경이 되는 마을의 이름이다. 이 라디오 드라마에서 워비곤 호수의 여자들은 건장하고, 남자들은 잘생겼으며, 아이들은 평균 이상으로 뛰어난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워비곤이란 말 자체가 Woe(근심) + Be Gone(사라진)에서 나온 것이다. 심리학자 톰 길로비치(Tom Gilovich)는 이를 '워비곤 호수 효과'라고 불렀다. 

이후 워비곤호수 효과는 자기과신의 오류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정착되었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은 믿을 게 못 되고 평범한 사람도 대부분은 자신에 대해서 아부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신의 오류, 워비곤 호수 효과는 결국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스스로의 아부와 같은 것이다.

워비곤호수 효과는 도처에서 발견된다.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의 '승자독식사회'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90% 이상이 “나는 일반 노동자보다 생산적이다”라고 생각한단다. 미국의 경우 80%의 직장인이 스스로를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며, 단지 1%만이 자신들을 “평균 이하”로 평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에선 2008년 한 구직사이트가 구직자 2,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나는 평균보다 우수한 인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70%에 달했고 이 중 대부분인 약 80%는 자신의 능력에 비해 연봉이 낮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아주 극적인 사례도 있다. 1980년대 후반, 미국의 존 캐널(John Cannell) 박사의 연구결과이다. 통계적으로 미국 50개 주 학생들의 대입시험 평균 성적이 미국 전체 평균 성적보다 높을 수는 없지만 모든 주 정부가 하나같이 자기네 주 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전국 평균 성적보다 높이 나왔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주장을 각 주의 주민들은 믿었다는 것이다.

호감도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질 때 착각 가능성

이런 사람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출중하다고 생각하거나(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혹은 어떤 일을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하는(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지 못하고 재능을 더 발전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뛰어나다는 생각에 빠져 더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유권자를 잘 안다고 자부하는, 혹은 커뮤니케이션이 탁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이나 정치세력을 우린 종종 만난다. ‘한국사회에 문제를 일으키는 건 우리가 아닌 상대 집단이다’ ‘정치를 형편없이 하는 것도 우리가 아닌 상대 집단이다’ 이런 정치세력도 워비곤호수 효과 때문에 그나마 한 단계 발전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의견이란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믿기에 어떤 의견을 견지한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우리의 의견에 동조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생각한다. 과연 그러한가? 비관적인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경계하자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이익을 볼 가능성은 과대평가하고, 손해를 볼 가능성은 과소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능력과 행운을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는 거다. 왜? 우리는 다른 사람보다 나은 존재라 믿으니까. 특히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 자기과신의 성향은 더욱 커진다. 실패 가능성은 낮게 보고 성공 가능성은 가급적 높여 보니 결과는 항상 기대에 못 미칠밖에. 마인드쉐어(Mind Share:호감도, 지지도 등 소비자들의 마음 점유율)와 마켓쉐어(Market Share:전체 매출에서 특정상품이 차지하는 비중, 시장 점유율)간의 괴리가 크면 워비곤호수 효과에 빠지기가 더 쉬워진다.

스스로에게 관대하면 자기과신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마인드쉐어를 국민의 지지도/호감도로, 마켓쉐어를 의석수/발언권 비중으로 놓고 보자. 여기에 현재 우리나라 정당의 상황을 대입해 보자. 다른 정치세력(예를 들면 노동단체 등)을 집어넣고 봐도 무방하다. 마인드쉐어와 마켓쉐어간의 부조화가 심대하다. 자기과신의 경향성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생뚱맞거나 전혀 맥락에 맞지 않는 얘기가 이들에게서 나오는 것은 괜히 그런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나 전문가집단이 비전문가보다 더 심하게 워비곤호수 효과에 빠지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전문가들의 입장이야 충분히 이해는 간다. 확신을 보이며 단정적으로 얘기할 때 전문성이 보다 강렬하게 드러날 테니 말이다.

실패 피하려면 고객 입장에서 재평가 해야

문제는 전문가나 전문가집단의 자기 과신은 확실한 후과를 만든다는 것에 있다. 지금 이들은 변화된 소비자(유권자 혹은 국민)에 적응하지 못하는 전문가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이 의사결정 후 느끼게 되는 후회는 두 종류가 있다. 무행동후회(inaction regret)와 행동후회(action regret)이다. 어떤 주식을 사려고 했는데 위험할 것 같아 사지 않았더니 얼마 후 그 주식의 가격이 폭등해서 느끼게 되는 후회는 무행동후회다. 내가 주식을 샀는데 얼마 후 주가가 폭락할 때 느끼게 되는 후회는 행동후회다. 보통 사람들은 행동하지 않아서 생긴 부정적인 결과보다는 행동했기 때문에 나타난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더 많이 후회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행동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많은 수의 국민들이 적극적인 행동(촛불, 투표 등)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국민들은 행동의 결과가 부정적이지 않아야 행동후회에 빠지지 않게 됨을 자연스레 알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세력이나 언론은 이런 국민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자기과신에서 나온 옳은 얘기(실제로도 올바른 얘기라해도)가 이런 맥락을 놓치게 될 경우 전혀 예상치 못 했던 강도의 반발에 직면하는 것을 보면서 이 전문가들은 당황해 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모습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호수에 빠져 죽은 나르시스.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작품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기본적으로 우리가 충분히 좋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실제로 손해 볼 건 없다. 우리의 서비스 수준이 나쁘다고 여긴다면 잘하고 있다는 만족감에 젖어 있을 때보다 우리가 서비스를 개선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우리를 과대평가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자신을 과신할 때, 우리는 고객/국민보다 우리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치명적인 나르시시즘이다. 

나르시스를 기억하자. 아름다운 청년이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져서, 거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결국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죽고 만다. 안으로만 향하는 자기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파멸에 이르게 되어 있다. 우리는 종종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신을 실제보다 높이 평가하며 스스로를 기만한다. 훌륭할 수는 있어도 절대로 완벽할 수는 없다. 워비곤 호수에 빠지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고객(소비자든 유권자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언제든 재평가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만이 워비곤호수 효과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싸움은 절대선인 사람들과 절대악인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성찰이 가능한 사람들과 자기성찰이 부족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김규항 선생의 말이다.

황부영 팩트체커 max@brandig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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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부영 팩트체커  max@brandigm.co.kr    최근글보기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1991년 제일기획에서 일을 시작한 뒤 수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략 컨설팅을 했다. 모호하게 말함으로써 심오한 진실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려 하는, 헛소리(Deepity)를 하는 사기꾼들을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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